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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령군 칠곡면 애향비 생각

시인/ 문학박사 허만길(전 서울 당곡고등학교 교장)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4년 01월 11일

▲ 고향 사랑 일깨우는 값진 정신 유산












▲ 허만길 박사
의령군 칠곡면에는 아주 큰 애향 돌비(석비)가 건립되어 있다. 애향비(愛鄕碑)란 고향 사랑을 다짐하는 비를 가리키므로, 칠곡면을 고향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의 고향 사랑 마음이 얼마나 단단하고 강렬한지를 보여 주는 비석이다.


나는 고향 생각을 할 때면 이 애향비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이 애향비가 떠오르면, 애향비의 깊은 뜻도 생각하고, 애향비를 세운 고향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도 느끼고, 칠곡면의 후손들이 한 마음으로 고향을 끊임없이 발전시키면서 모두가 행복하기를 바라기도 한다. 따라서 이 애향비는 고향 사랑을 일깨우는 한없는 정신 유산의 가치를 지닌다.


이 애향비는 2001년 8월 15일 건립되었다. 위치는 칠곡초등학교에서 동쪽으로 약 300m 거리의 국도(나라에서 직접 관리하는 도로) 옆에 있다.


▲ 애향비의 됨됨이


애향비가 영구히 잘 유지되도록 하기 위에 땅속을 약 2m로 파서 철근 콘크리트로 기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 기초 콘크리트 바닥 위에 비몸(비신)을 받칠 화강암 받침단(기단)을 놓았는데, 그 받침단은 아랫돌과 윗돌로 구분이 된다. 받침단 아랫돌은 다시 세 단으로 포개져 있는데, 각각의 높이는 30cm이다. 받침단 아랫돌 전체 높이는 90cm가 되는 셈이다. 세 단의 아랫돌은 그 넓이에 있어 맨 밑바닥돌이 가장 넓고, 차례로 조금씩 작아지고 있다. 맨 밑바닥돌은 남북(앞쪽)으로 약 5m 13cm, 동서(옆쪽)로 약 5m 20cm이다.


받침단 아랫돌 위에 그보다 넓이가 작은 받침단 윗돌이 놓여 있다. 남북(앞쪽)으로 약 2m 40cm, 동서(옆쪽)로 약 2m 70cm이다. 그리고 높이는 아랫돌의 전체 높이와 같은 90cm이다.


받침단 윗돌의 앞면(동쪽)에는 칠곡면의 연혁(발자취)이 새겨져 있고 뒷면(서쪽)에는 허만길 시인의 시 ‘내 고향 칠곡’이 새겨져 있다. 연혁과 시는 오석에 새기어 화강암에 고정시켰다. 받침단 윗돌 북쪽 옆면에는 ‘칠곡면민 일동’이라는 이름으로 ‘이 비를 세우는 뜻’이 오석에 새겨져 있다.


받침단 윗돌 위에 거대한 자연석의 비몸(비신)이 세워져 있는데, 높이는 약 4m이다. 비몸의 앞면에 한자로 ‘愛鄕’(애향. 고향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크게 세로로 새겨져 있다. 비몸의 돌 무게는 약 20톤이 된다고 한다. 지리산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산청군)에서 옮겨 왔다고 하니, 그 노고가 대단했을 것이다. 글자는 의령군 정곡면 출신으로서 부산에 사는 전무수 서예가가 썼다고 한다.


▲ 애향비 건립 애씀에 고마움


이러한 큰 애향비를 세우는 데는 많은 경비가 들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비 마련에 기꺼이 협조했다. 의령군에서도 예산 지원을 했는데,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애향비 옆에는 조그만 딸림비가 있는데, 여기에는 애향비 건립에 돈을 낸 개인별 이름과 단체의 이름이 올려 있다. 개인별로는 173명이 합계 2,575만원을 내고, 8개 단체에서 390만원을 낸 것으로 되어 있다.


나는 애향비를 두루 살펴보면서, 이 애향비는 모든 칠곡면민의 뜻으로 건립된 것이지만, 이 큰 사업을 주도적으로 총괄하여 기획하고 추진한 주체가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아 좀 아쉬웠다. 자세히 알아보니, 애향비 건립추진위원회도 구성되어 있었으며, 칠곡면사무소에서 아낌없는 행정 지원을 했다고 한다. 애향비 건립추진위원회 위원장 전정(田淨) 님과 그때의 칠곡면 면장 허문구 님의 공로가 몹시 크다고들 했다. 전정 위원장은 칠곡면 내조마을에서 살고 있었다. 애향비 건립 당시에는 의령군의회 부의장을 맡고 있었고, 2002년 7월부터 2004년 6월까지 의령군 의회 의장을 맡았다. 허문구 면장은 의령군 용덕면 출신으로서 칠곡면 면장으로서는 1945년 광복 이래 제24대 면장인데, 칠곡면 면장 재임 기간은 1999년 11월부터 2004년 1월까지이다. 나는 모든 칠곡면민에 대한 고마움은 물론이고, 이 두 분의 공로를 특별히 고마워한다.


▲ 애향비 건립 완공 기념식 추억


칠곡면 애향비 건립과 관련하여, 서울에 살던 나는 2001년 봄에 허문구 면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바 있다. 애향비 건립이 추진 중인데, 여러 사람들의 추천이라면서 나더러 애향비에 새길 시를 지어 달라고 했다. 나는 몇 번 사양하다가 끝내는 경건하고 깨끗한 마음으로 지은 시 ‘내 고향 칠곡’과 정성 담긴 적은 돈을 고향으로 보냈다.


드디어 2001년 8월 15일 오전 애향비 건립 완공 기념식에 나는 아들과 함께 참석했다. 기념식의 마지막 차례는 내가 시 ‘내 고향 칠곡’을 낭송하는 것이었다. 시를 막 낭독하려는데 굵은 비 한 방울이 내 얼굴에 똑 떨어졌다. 빗방울은 시를 낭송하는 동안 띄엄띄엄 한 방울씩 계속 떨어졌다. 내가 시를 다 낭송하고 나자, 빗방울은 순식간에 억센 소나기로 변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심 식사 후에 칠곡면 문화체육대회가 열릴 길 건너편 옛 의춘중학교로 비를 피했다.


나는 이 비가 축복의 비라고 생각했다. 내가 1955년 진주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에 와 있던 8월의 일이었다. 그해 여름은 전국적으로 가뭄이 심했다. 칠곡면민과 이웃 면민들이 자굴산 꼭대기에서 합동으로 기우제를 지내기로 했다. 나는 내조마을 뒤에서 출발하여 산으로 오르면서 특별한 기적을 겪기도 했는데, 어른들의 기우제를 바라보며 하늘에서 비를 내려줄 것을 간곡히 빌었다. 금지샘에서 목을 축이고 아이들과 함께 가파른 길을 미끄러지며 넘어지며 신나게 뛰어내려 오는데, 큰비가 쏟아졌다. 나는 그 비가 직감적으로 떠오르며 내가 시를 낭송할 때의 비도 축복이 담긴 의미 있는 비라고 생각했다. 나는 소나기 속을 천천히 걸어 약 1시간 동안 계속되는 비를 근처 다리 밑에서 피했다가 행사 본부석이 있는 옛 의춘중학교 건물로 갔다. 이날 행사를 축하해 주기 위해 온 전원용 의령군수, 김순곤 의령군의회 의장과 여러 의원, 정춘석 의령경찰서장 등 많은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맛있게 점심식사를 한 뒤에는 운동장에 마을별로 모인 고향 사람들과 일일이 기쁘게 인사를 나누었다.


▲ 고향 후손들에게 바라는 일


2003년 나는 서울 당곡고등학교 교장 시절 교장실에서 허문구 면장의 전화를 받았다. 면장은 장차 칠곡을 위한 노랫말을 만들어 곡을 붙여 고향으로 보내 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허문구 면장이 나의 고향 발전을 위해 진정으로 애쓰는 모습이 고마웠다. 나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면장은 시에 곡을 붙이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그것만으로는 시골 고향에서 노래로 활용하기에는 실효성이 적을 것 같고, 실제 음악으로 들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 같았다. 그러자면 많은 시간과 경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일정한 기간을 약속하기는 어려웠다.


칠곡면 애향비 건립 10돌이 되는 2011년 비로소 나는 ‘칠곡 사랑’ 시를 만들고 서울대학교 작곡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작곡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시댁 고향을 특별히 생각하며 미국에서 지내고 있는 나의 며느리 정미진 님에게 작곡을 부탁해 마침내 고향의 집집마다 특수 인쇄의 악보와 음악 녹음 테이프를 선사하고, 각 마을별로 CD음반도 선사할 수 있었다.


나는 의령군과 관련되는 많은 문학 작품과 연구 논문과 평론을 발표하고, 가곡 ‘자굴산’(작사 허만길. 작곡 오혜란)과 가요 ‘금지샘 사랑’(작사 허만길. 작곡 오혜란)을 음반으로 만들어 군청과 각 읍·면과 주요 기관에 선사하고, 자굴산 축제를 제안했다. 그 가운데서도 의령군 칠곡면을 고향으로 삼는 분들은 2001년 칠곡면 애향비에 새긴 시 ‘내 고향 칠곡’, 2011년 노래로 만든 시 ‘칠곡 사랑’(작사 허만길. 작곡 정미진), 2011년 고향 사람들에게 선사한 시 ‘칠곡 보배로운 땅’(‘의령문학’ 제15호 176-177쪽. 발행 의령문인협회. 2011. 12. 23.), 2013년 칠곡초등학교 개교 91돌을 기념하며 지은 시 ‘칠곡초등학교 동문 기림’(작곡 허흔도. 칠곡초등학교 총동문회 2013년 정기총회 회의 자료 126쪽. 2013. 5. 5.), 2013년 자굴산과 칠곡면을 배경으로 창작한 단편소설 ‘진아 자매의 자굴산 축제’(‘한국소설’ 2013년 5월호 84-96쪽. 발행 한국소설가협회, 서울. 2013. 5. 1.), 칠곡면의 지명이 큰 일곱 골짜기에서 유래한다고 전해 오고 있으나, 일곱 골짜기가 어디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애매하였으나, 2013년 내가 밝힌 논문 ‘의령군 칠곡면의 일곱 골짜기를 설정하면서’(‘의령신문’ 제333호 2013년 9월 13일. 발행 의령신문사)를 특별히 이해하면서, 칠곡 사랑의 마음을 가다듬는 데 도움으로 삼아 주면 좋겠다.


칠곡면은 신라 시대 장함현(獐含縣)의 읍땅이며, 의령군의 명산 자굴산의 중심부가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칠곡면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 되면 좋겠다. 내가 바라는 칠곡면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나 목표는 ‘창의적이고 독특하고 앞서 가는 칠곡’, ‘모두가 살기 좋고 행복한 칠곡’, ‘자굴산의 맏아들 땅 구실을 다하는 칠곡’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칠곡면을 고향으로 삼는 분들은 어디서나 ‘착한 마음’과 ‘열심’을 중히 여기면 좋겠다.


 


【의령군 칠곡면 애향비(2001년 8월 15일 건립) 시】


내 고향 칠곡


시인·문학박사 허만길


 



거룩한 하늘 정기 쉼 없이 품어


천세 만세 억억세 다함없이 베푸는


신령스러운 자굴산


아버지인 양 가슴 넓고


어머니인 양 품 따스하다오.


 


옛 신라 장함(獐含) 읍땅 숨결


고즈넉이 소원 성취 응원한다오.


 


냇물 따라 까치집 버드나무 정답고


땅심 좋은 기름진 논밭


잘 익은 보리이삭 벼이삭마다


마음 좋은 사람들의 웃음이 넘치지요.
 
망룡산에서 쟁기터로


쟁기터에서 방갓산으로


고운 하늘 무지개 서면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 젊음은 샘솟고


아빠, 엄마 손잡은 어린이들


무지개보다 더 아름다운 꿈 부풀지요.


 


세월 변하고 사는 모습 바뀌어도


언제나 살기 좋을 겁니다. 정겨울 겁니다.


타향 꿈속에서도 내 고향 그리울 겁니다.


 


내 고향 칠곡 사람


어디서나 모두 잘 사소서.


후손들이여,


고향 사랑 끊임없이 일구시게나.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4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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