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두 줄 숫자 희비에 휘말리는/ 숨 막히는 표정에 꿈을 파는 나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기쁨에 함께 웃고/ 슬플 때 함께 울어주는/ 진정 나는 꿈을 파는 여자다 <‘꿈을 파는 여자’의 일부>
‘꿈을 파는 여자’, 의령에서 활동하는 이미순 시인이 첫 시집을 펴냈다.
시집은 1부 ‘오월의 소풍’, 2부 ‘내 나이 마흔여덟은 저물어가고’, 3부 ‘울엄마 가시는 날’ 등으로 나눠 모두 90편의 작품을 실었다.
이 시인은 “유년시절 잃어버린 동전 한 닢 빛을 발산하며 내 앞에 나타나는 꿈을 꾸었다. 하늘의 유성처럼 빛을 내며 내 가슴속을 파고드는 꿈이었다”며 “그 꿈이 나래를 펼치며 새롭게 태어났으며 몸 안 가득 해살 쪼이는 새처럼 비상의 문을 열었다”라고 시집 발간의 소감을 말했다.
‘그 꿈’은 ‘오래 전에 접은 꿈’이다. ‘무정한 세월은 나에게도 스쳐갔다/ 마흔여덟의 세파/ 줄줄이 딸린 식솔에/ 꿈을 접은 지 오래<‘꿈을 파는 여자’의 일부>’. ‘그 꿈’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시인의 ‘그 안타까움’은 시집 곳곳에 버티고 있다.
‘그 꿈’은 끝내 포기할 수 없다. ‘아니!/ 아직 꿈은 버리지 않았어/ 내 꿈이 아닌 타인에게 꿈을 줄 거야/ 복권 방 열리기만 기다리는/ 서민들의 꿈 지금도 계속된다<‘꿈을 파는 여자’의 일부>. 멋진 반전이 시작된다.
눈감으면 헛된 꿈/ 생각만 하여도/ 가슴 두근두근/ 인생역전 꿈이다// 11, 26, 28, 31, 33, 36번/ 바람 한 자락/ 미련한 집착에/ 또 내가 속는다// 숫자 하나하나/ 아슬아슬 빠져 나간다// 빈 가슴 콕콕 찌르는 대박의 꿈/ 질퍽한 세상 언제쯤/ 빠져나올까<‘꿈6’ 전문>
김양수 전 한국평론가협회 이사장은 “서민생활의 애환이 묻은 처연한 심리를 썩 잘 표현하고 있다”며 “특히 마지막 구절 ‘질퍽한 세상 언제쯤 빠져나올까’라고 하며 안쓰럽고 애처로운 심정에서 훌훌 털고 벗어나고 싶은 해탈의 마음가짐이 시를 승화시켜 놓고 있다”고 말했다.
‘꿈을 접은 지 오래’라고 고백한 시인의 상실감이 서민생활의 애환이 묻은 처연한 심리를 껴안기까지 나아가고 있다. 그 2개의 세계를 이어주는 다리는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그러나 시집의 제목인 ‘꿈을 파는 여자’가 시집의 마지막에 실려 있는 것은 흥미롭다. 시인이 자신의 생활에서 깨달은 바가 인생살이의 허술함을 메우는 희망의 전조등 구실을 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시인은 다짐한다.
‘그렇게 그대에게(시) 빠지고 나서/ 방향감각도 모른 채 쓴 글이/ 사정없이 곤두박질치고/ 흉흉히 무너져 내리고 있었지// 듬성듬성 머리 빠진 것처럼/ 여물지 못한 고통 그대로/ 주린 배 더듬으며/ 다시 시작하겠노라 약속했지<‘꿈2’의 일부>
시인은 의령읍에서 복덕방을 운영하며 현실을 탈피하려고 대박을 꿈꾸며 가게를 찾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그리고 있다. 시인은 2004년 월간 ‘시사문단’에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와 의령예술촌, 한국문인협회 등에서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