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7 13:43:40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현고수 명상

그녀, 스탈리나

배민숙(자유 기고가)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11일












▲ 배민숙
대한민국헌정 사상 첫 여성대통령후보가 선출됐다.


그 사람은 새누리당에서 84%의 득표를 얻은 박근혜후보다. 경선결과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예상한대로 이변 없는 확정이었고 공식발표 과정이었다. 정치는 예측불가능할 때 재미가 있어지고 흥미를 가지게 되지만 새누리당의 경선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남게 되었고 그들만의 축제가 됐다.


세종시의 한 아파트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나는 문득 그녀, 스베틀라나 일릴루예바(예명 스탈리나)가 생각났다.


그녀는 [스베틀라나의 고백]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 아버지는 독재자였습니다. 아버지가 독재할 때 왜 여러분은 침묵하셨습니까? 그건 공모입니다. 나도 아버지가 잘하는 줄 알고 침묵했습니다. 나도 공모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가 이제 죽었습니다. 이제 아버지에 대한 비판과 욕을 나에게 하십시오. 아버지의 모든 과오를 안고 남은 여생을 속죄하며 조용히 살아가고 싶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스베틀라나 일릴루예바로 구소련의 통치자였던 스탈린의 딸이기도 했다.


왜 스탈리나가 생각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굳이 말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소통이었을 것이고, 역사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대선주자로서 아버지 시절의 과거를 객관화하는 능력을 결여한 점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으니 말이다. 역사학자인 전우용 박사는 "개인으로서야 아버지 박정희를 지킬 수 있겠지만, 공인으로서는 엄격하게 공과를 따질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종인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도 "박 후보는 한 개인이 아니다"라며 "공인으로서 아버지 박정희를 객관화할 수 있어야 국민들로부터 수용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정치를 잘 모른다. 하지만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은 구별할 수는 있다.


첫 여성 대통령후보가 된 후 수락연설을 통해서 국민통합시대를 열어가겠다고 말했다.


국민통합시대를 위한 첫 행보로 봉화마을을 방문했다. 하지만 정작 봉화마을 주민들이나 노무현재단 측은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부랴부랴 서울서 광주서 담당자들이 봉화로 갔다. 주인도 모르는 일방적인 행보는 손님을 대접해야하는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것도 유력한 여당의 대통령후보일 때는 그야말로 혼비백산이 될 것이다. 소통이 원활한 세상을 우리는 희망한다. 그 희망은 서로가 인정하면서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다. 만약 방문예정을 미리 귀뜸이라도 해 주었더라면 불통의 이미지를 벗는데 도움이 됐을 것이고 진정성을 덜 의심받았을 것이라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들의 그릇된 편견일 수도 있을 것이다. 검은색의 안경을 쓰면 온통 검은색으로 붉은색의 안경은 붉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작 당사자는 노란색을 입었는데 보는 사람은 내 눈의 안경으로만 보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억울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삼인호성(三人虎成․세 사람이 말하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낸다)의 고사성어처럼 결국은 빈말을 많이 한 사람들이 겪는 부메랑일 수도 있다. 또한 옛말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한다.


사실 털어서 먼지 없는 사람은 없다. 죽은 사람조차도 털면 먼지가 날 것이다.


하지만 정치에서의 먼지는 청렴과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일 것이다. 공천헌금사건과 정수장학재단 등 후보에게는 말끔하게 털고 가야 하는 숙제가 있다.


먹고사는 일이 힘든 서민들은 쉽게 말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통치권자의 횡포와 독선으로 무고한 희생의 대가를 오랫동안 치뤄야만 했다. 그래서 비리가 없는 순수함에 열광하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학기 초에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열심히 공부한다. 모든 것이 새로운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서 그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살아낸 날들의 나쁜 습관이 먼저 찾아온다.


스탈리나와 박근혜후보의 공통점은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룩한 점과 독재자였던 정치가의 아버지를 둔 것이지만 한 사람은 조용하게 사는 것을 또 한 사람은 대통령의 후보가 되는 길을 택했다. 어떤 삶이 옳은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것은 진행형이기 때문이고 그 판단은 역사의 이름으로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우리가 희망하는 것은 우리의 선택이 현명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2년 09월 11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의령홍의장군축제 시작부터 화려하네...성공 기대감 물씬..
[포토] 전국 최대 의병 축제 `홍의장군축제` 개막식..
의령군, 물 공급 `주민 동의`는 당연...환경부 문건에 못 박아..
의령군 ‘군민화합 군민 한마음 트롯 대잔치’ 21일 개최..
의령소방서, 공사장 용접·용단 불티로 인한 화재 주의 당부..
의령소방서, 제49회 의령 홍의장군 축제 대비 합동 안전점검..
대한민국 부자 1번지 의령 솥바위에서 황금빛 봄을 느껴 보세요..
의령군-농림축산식품부 324억 규모 ‘농촌협약’ 체결..
의령군가족센터 부부대상 ‘행복을 더하는 부부학교’ 프로그램 진행..
의령군 청소년상담복지센터·도로공사 합천창녕건설사업단 업무협약 체결..
포토뉴스
지역
의령군, 우순경 총기사건 희생자 넋 42년 만에 위로 의령군, 우순경 사건 첫 위령제 42년 만에 엄수 4·26 위령탑 제막 후 위령제 진..
기고
장명욱(의령군 홍보팀 주무관)..
지역사회
지난해 2천200만 원 기부 이어 올해에도 2천100만 원 ‘선뜻’ 4월 19일 국민체육센터에서 향우 15명에게 감사패 수여도..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4,470
오늘 방문자 수 : 2,650
총 방문자 수 : 15,648,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