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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의 고향이 있다

엄성익(재경 봉수면향우회 고문)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18년 03월 06일
나에게는 아름다운 추억의 고향이 있다
엄성익(재경 봉수면향우회 고문)

누구에게나 고향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고향이 똑 같은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고향의 의미가 무어냐고 물어보면 누군가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던가, ‘조상들이 살아온 곳’이라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인격이 확립되고 모든 사고의 모태가 되는 어머니 품 같은 곳’이라고도 할 것이다.
만일 나에게 고향이 뭐냐고 물으면, 나를 정서적으로 키워 준 땅이며, 나에게 성실한 삶과 강인한 정신력을 심어 준 어머니의 품이라고 말할 것이다. 이곳에서 내 영혼이 잉태했고, 그 자리에 지금은 부모님의 영혼이 잠들어 계시며, 또 내가 죽어서도 다시 묻히고 싶을 정도로 고향은 정서적으로 편안한 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이 답답할 때, 어린 시절에 꾸었던 꿈을 생각하면 가슴 짜릿한 향수가 삶의 활력소 다가온다. 일제 36년과 6.25라는 난리 속에서, 가난에 찌들이며 힘들어했던 시절에 고향은 나에게 인내를 가르쳐 주었고, 철없이 뛰놀아도 부모님은 언제나 따뜻한 사랑으로 희망과 용기를 주었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고 기아에 허덕이던 시절, 뭣이라도 만들고 팔아야 힘에 풀칠이라도 할 수 있었기에, 동네 어른들은 헛간이나 사랑방에서 새끼를 꼬고, 짚신도 만들고, 덕석을 만들어 팔았다.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는 어른들의 삶을 보면서, 우리는 더불어 사는 지혜와 난관을 이겨내는 용기를 배웠고, 미래의 꿈도 키웠으며, 자연을 벗 삼으며 정서적 삶을 배웠다. 지금 생각해도 더없이 높고 푸르렀던 하늘과 명경처럼 맑은 물이 있었고, 봄이면 들이나 산길에 야생화들이 피어나면서 그들은 나에게 티 없이 살고, 서정적으로 살아보라고 주문했다.
참꽃 따서 먹으며 입술은 보랏빛으로 물들고, 바람 너울거리는 보리밭에서 깜부기를 뽑아 먹고 까만 입을 보며 서로 깔깔댔다. 2Km 남짓한 거리의 학교, 아침밥 먹고는 어깨에 책보를 메고 달려가는 학교 길은 자연 학습장이고 놀이터이고 벗이었다. 농번기에는 고사리 손이라도 농사일을 거들어야 했던, 생동감과 정감이 넘쳐흐르는 고향이었다. 오곡백과 무르익는 가을엔 풍악대를 따라다니며 흥겨워했고, 찬바람 부는 겨울이면 연을 날렸다. 아버지들은 고족들을 위해 고단함도 잊고 막걸리 한잔에 흥얼거리며 창호지 발질을 할 만큼 낙천적이었고, 시간도 잊은 채 새벽까지 도침에 열중할 정도로 정열적이었다.
내가 중고등학교와 직장생활 등 인생의 대부분을 객지에서 보냈는데, 이렇게 초등학교 시절과 이후 잠깐 지냈던 고향에서의 추억들이 더 그립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것은 왜일까? 내가 정서적으로 민감한 성장기였기 때문일까? 아니면 프로이트가 인간에게 잠재한다고 한 ‘모태 회귀본능’ 때문인가? 어머니가 잠들어 계시는 고향, 친구들과의 추억이 있는 고향이 자꾸 그립다.
그래서 나는 2016년 4월 30일, 봉수교 총동문회에 참석할 겸해서 고향을 다시 찾았다. 이번 기회가 아니면 아버지 어머니를 찾아뵙기가 힘들 것 같아서이다. 나는 부모님 묘소라도 한 번 더 봬야겠다는 생각에 걷기 힘든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며 고향을 찾았다. 고향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아버지 어머니가 계시는 내 영혼의 보금자리이고, 내 철없는 유년시절의 짠한 추억이 있는 잊을 수 없는 땅이기 때문이다. 둘째 여동생 학순이와 일곱째 남동생 창익이도 있다. 동생들에게 항상 미안할 뿐이다. 나는 동생들을 만나 아버지와 어머니 산소를 찾아 절을 올렸다.
고향의 들과 하늘은 예전처럼 푸르고, 짐승소리, 산새소리, 풀벌레소리도 그대로였고, 벌거숭이 산들 마저 푸르게 단장하여 더 젊어지고 있었는데 사람들은 왜 세월을 극복하지 못하는 것일까?
마을을 지나쳐도 60 청년 몇 사람 정도 보이긴 했지만, 노인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리고 이 분들이 고향을 지키는 현실에 어딘지 씁쓸하고 공허해짐을 느꼈다.
초등학교 졸업생도 매년 1~2명밖에 안 된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웠다. 그래서 나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도를 했다. ‘아이는 어머니와 사회의 거울이라 했는데, 내가 태어난 이 고향에 국사봉의 기운을 받은 아이들이 많이 태어나고, 건강하게 자라서 사회의 참된 일꾼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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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善若水’를 지향한 엄성익 화백
이 글은 범경(범경) 엄성익(嚴成翼) 씨의 2년 전 팔순기념 자서전인 ‘멀리가는 향기’(금성문화사.2016.12.3.)에 게재된 것이다.
이 책은 그가 의령군 봉수면 서암리에서 정미소를 운영하던 부모님 슬하 8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나 봉수초등학교 졸업 후 6년제인 대구공업고를 거쳐 군 제대 후 고향에서의 경찰공무원시험준비까지의 고향과 첫 객지생활 이야기, 그리고 1964년 청량리경찰서 첫 발령에서 환갑을 맞은 1998년 동대문경찰서 교통과장으로 정년퇴임까지 후회 없는 경찰관 생활 34년, 그 후 본격적인 문인화 그림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던 중 불의의 교통사고로 손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자 색소폰 연주로 제3의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 자신의 팔십성상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를 책머리에 자신의 좌우명처럼 싣고 있다. 그런 저자의 지인인 김난옥(예원예술대 객원교수) 시인은 이 책의 서두 축사에서 “특히 교수 임용까지도 사양하는 범경의 겸허한 인품 때문에 주변에 적이 없었고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인자무적(仁者無敵)입니다.”고, 이삼헌(전 경찰고시사 편집국장) 시인은 “범경의 회고록 ‘멀리 가는 향기’는 범경의 모범적인 공직상과 끊임없는 도전정신입니다. 범경의 소통과 나눔 정신을 높이 찬양합니다.”고 격찬했다.
범경은 경희대 교육대학원에서 서예문인화를 전공했으며, (사)대한민국 서예진흥협회, 대한민국 서화아카데미, 대한민국 서예와 컴퓨터 초대작가, 문인화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또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입선, 대한민국서예진흥협회 우수상 및 특선 3회, 추사백일장 특선 외 공무원 재임 시 대한민국 옥조근정훈장(1988), 국무총리상(1989,1990) 등의 수상경력을 갖고 있으며, 범경 엄성익 개인전(2008.5.22.~5.28, 인사동 백악미술관)도 개최했다. 특히 그는 1990년에 재경 서암향우회를 결성하여 초대회장을 맡아 고향 사람들과의 만남과 소통의 장을 마련하기도 하는 등 고향사랑도 남다르다. 박해헌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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