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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이 쏟아지는 여름밤의 추억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3일

진 소 희
 ⓒ 의령신문
올여름은 온 나라가 펄펄 끓는 불가마 같은 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경남과 부산은 연일 폭염중대경보가 내리고 역대급 최고의 더위라 한다.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문득 옛 생각이 떠오른다. 에어컨은커녕 그 흔한 선풍기도 없던 그 시절 우리 가족들은 대체 어떻게 그 뜨거운 여름밤을 견디고 잠을 청했을까? 까마득한 옛날 일이지만 가슴 한구석이 뭉클 해 지는 그 시절로 아련한 시간 여행을 떠나본다.
 
돌아보면 그때는 모든 물자가 귀하던 시절이었다. 전깃불 역시 마찬가지여서 밤이 되면 온 동네가 어둠에 묻히곤 했다. 해가 질 녘이면 서둘러 저녁밥 을 물리고 설거지까지 끝낸 우리 집(의령읍 서동리 311)은 잠자리를 준비했다. 

마당 한 쪽에 자리한 감나무 옆에는 널찍한 평상이 놓여 있었다. 빨랫줄과 감나무 가지를 이어서 모기장을 꼭 묶어 치고, 얇은 홑이불을 깔면 근사한 야외 침실이 완성되었다.
 
아버지께서 들풀로 모깃불을 피워 주셨다. 알싸하고 구수한 풀 냄새가 온 마당에 가득하였다. 우리 새이(올케언니)가 감나무 옆에 있는 새미(우물)에 담가 놓은 수박을 건져 올리면 식구들이 한 조각씩 나누어 먹곤 했다. 너무 시원하고 달달한 맛이 지금 냉장고 안의 수박의 맛과는 비교가 안 되는 자연의 맛이었다. 조카들과 나는 모기장 속으로 들어가 나란히 누워 ‘푸른 하늘 은하수’ 등 여러 동요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어머니께서는 우리들이 잠들 때까지 설렁 설렁 부채질을 해 주셨다. 부채 바람이 내 얼굴을 스치면 참, 시원하고 달콤한 꿈속인 듯하였다. 어머니는 우리 의령에 대한 전설을 밤하늘의 별자리를 가르쳐 가면서 구수하게 들려주셨다.
 
의령읍 동동 외시마을 입구 개천에 놓인 징검다리(지금은 없어 졌음)인 부모다리와 다리를 놓은 일곱 효자가 땅에서는 칠성바구모티(칠성바위모퉁이)에서 동동까지 이어지는 일곱 개의 바위가 되고, 하늘에 올라 북두칠성이 되었다는 전설을 구수하게 해 주시고, 부모다리와 견우와 직녀에 얽힌 전설도 흥미진진하게 해 주셨다.
 
그리고 밤마다 들려주시는 고전 춘향전, 흥부놀부, 장화홍련 이야기로 우리들은 행복한 여름밤을 보냈다. 밤이 깊어질수록 하늘은 더욱 별들이 가득 찼다. 남산 위로 은하수가 보석처럼 흐르고 머리위로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뭇 별들이 초롱초롱 빛났다. "아!"하는 사이에 별똥별 하나가 긴 꼬리를 달고 남산 능선 위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나는 얼른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었다. 유성이 사라지기 전에 빌어야 소원이 이루어진다 하였다.
 
담장 밑에는 밤이 되면 수줍게 고개를 드는 달맞이꽃이 허옇게 무리지어 피어 있고, 바람을 타고 감나무의 살짝 달콤한 향과 석류나무의 풋풋하고 싱그러운 냄새가 모깃불 풀냄새와 섞여 은은하게 밀려왔다. 지금도 내 코끝에 맴돌고 있는 듯하다. 어느덧 깊은 잠에 빠진다. 새벽녘이 되면 으스스하게 찬 기운이 돌았다. 서늘해진 공기에 눈을 뜨고 베개를 안고 몽롱한 정신으로 안방에 들어 가 다시 잠을 청한다.
 
우리집은 대 가족이었다. 조카들과 복작 복작 했어도 마음이 풍요롭고 평화롭고 행복하게 사는 가족 이였다. 꿈같은 한여름 밤이 지나간다. 이제 그 시절은 아득히 멀어지고 사그라지지만 그때의 행복했던 추억은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밤이면 모깃불의 구수한 냄새, 어머님의 부채 바람, 흥미진진한 의령 전설 이야기, 쏟아지는 별빛과 살포시 미소 짓는 달맞이꽃이 어우러진 그 옛날 여름밤의 추억이 오늘밤 푹푹 찌는 열대야를 몰아내고 스르르 잠들게 한다. 그 시절이 그립다.

▣ 필자 약력

-경남대 교육대학원(교육학 석사)
-마산 북성초등학교 교감 정년퇴임(2003.2)
-마산 교육상 수상(마산교육청 교육장)
-창원시 은빛소리합창단 단장(3∼5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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