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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고수 명상> 지혜의 씨앗을 뿌리는 봄


유학사주지원담 기자 / 입력 : 2001년 04월 19일
산 벚꽃이 아름다운 사월! 아침마다 연두빛으로 물들어 가는 산을 마주할 때마다 신비스러울 만큼 탄성이 터져 나온다. 감미롭게 다가오는 서늘한 바람이 기분좋을 만큼 상쾌하고 새들이 재잘대는 숲속엔 물소리 가늘게 흐른다. 문 앞에 목련은 푸른 잎이 아이손 만하게 나와 있고 삼성각 앞에 별꽃, 제비꽃은 바라볼수록 예쁘고 가냘프다. 방문을 열어 놓고 마당 가득한 꽃향기에 여유를 부리다 보니 부처님 오신날에 장엄할 행사준비에 마음이 바빠진다.
 어느 날부터는 아래 저수지에도 청둥오리네 가족이 이사와 살고 있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식구수를 확인하고 많을 때는 그냥 반갑고 좋은데 작을 때는 걱정이 앞선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이 산중에 함께 있으면 좋겠는데 오리네가 저수지에 살고 생강나무 사이로 인동초 넝쿨, 어름나무 넝쿨따라 꿩들이 살고, 절 아래 노보살님이 올라와 한가한 봄날을 얘기하다 보면 오늘 하루가 즐겁기만 하다.
 봄에는 많은 꽃들을 보면서 다른 계절보다 유난히 자신을 돌아보고 쓸쓸함을 느끼는 시간속에 지나가는 것 같다. 세월이 이렇게 빠르구나! 하면서 또 하루를 보내다 보면 나이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산 듯한 얼굴을 만나게 된다. 오래된 벽화에서 본 '안수정등'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예전에 아주 건장한 사람이 들판을 걸어가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성난 코끼리가 이 사람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었다. 잘못하면 생명에 위험이 닥칠 수도 급하게 도망을 가다가 큰 웅덩이에 빠졌는데, 다행이 넝쿨을 잡아 생명을 구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코끼리는 웅덩이를 향하여 내려다보고 있었고, 넝쿨에서 손을 놓으면 죽을 수도 있기에 꼭 붙잡고 위를 쳐다보니 벌 다섯마리가 꿀을 만들고 있었다. 잠시 꿀 떨어지는걸 받아먹으며 무서움을 잊고 있는데, 이번엔 하얀 쥐와 검은 쥐가 넝쿨을 갉아 먹는게 보였다. 머지 않아 넝쿨이 끊어지고 웅덩이 아래는 독사들이 우글거리고 이젠 줄 하나에 목숨이 다하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는데, 그런 위험속에서도 달콤한 꿀맛에 취해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음을 잊었다는 내용이다.
 여기서 성난 코끼리는 세월을, 넝쿨은 목숨을, 하얀 쥐는 낮을, 검은 쥐는 밤을, 벌 다섯마리는 오욕락을, 독사는 근심걱정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비유한 벽화이지만 언제나 마음속에 와 닿는 내용이다. 성난 코끼리가 아니어도 세월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으니 자기만의 밭을 일구어 지혜의 씨앗을 뿌리고 가꾸어 알찬 열매를 거두는 삶의 여행이 된다면 넉넉하고 여유있는 시간속에 작은 풀꽃도 예쁘고 이 봄도 더 아름다울 것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순수하고도 소박한 지혜의 씨앗을 심는 봄으로 모두가 즐겁고 깨끗한 순간들이었으면 좋겠다.
유학사주지원담 기자 / 입력 : 2001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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