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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경남 의령을 찾았습니다. 작은 군 단위 지자체지만, 의령이 간직한 자부심과 정신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유유히 흐르는 남강, 넓은 들녘, 맑은 계곡과 푸른 산세는 천혜의 자연 경관일 뿐 아니라, 민족정신의 터전이기도 합니다.
의령은 의병의 고장입니다. 조선이 위기에 처했던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 이 땅의 아들 곽재우 장군은 가장 먼저 의병을 일으켰습니다. 붉은 도포를 걸친 채 싸운 그의 모습은 ‘홍의장군’으로 전해지며, 온 백성의 희망이 되었습니다.
의령은 그렇게 나라를 지켜낸 땅이었고, 그 정신은 지금도 지역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문화유산은 살아 있는 교과서가 되고, 곽재우 정신은 교육의 뿌리가 되어 지역 공동체를 단단히 지탱하고 있습니다.
교육의 면에서도 의령은 조용하지만 단단합니다. 의령초, 의령중, 의령고 등 23개의 초·중·고등학교는 작지만 강한 교육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으며, 지역사회가 함께 아이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습니다. 2024년 의령의 출생아는 53명에 불과 합니다. 학령인구의 감소는 지역 학교의 위기를 불러올 것입니다. 고등학교의 소규모화는 고교학점제 시행에 불리한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선택과목 개설이 어려워지고, 진로 설계 등 학습기회는 축소될 수밖에 없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는 의령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타 지역 학생 유입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늘 지역사회, 교육계, 지방정부가 함께 하는 가칭 ‘의령교육발전위원회’ 구성을 제안합니다. 여기서 단기적 대책을 넘어 중장기 의령교육을 새롭게 설계해야 합니다.
다행히 의령에는 희망의 자산들이 남아 있습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체험형 미래교육원과 학생교육원이 자리하고 있고, 곽재우 장군의 유산과 ‘별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한우산이 있습니다. 이들을 연계하면 역사·생태·과학 기반의 융합교육도 가능합니다.
의령은 위기 속에서도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뿌리 깊은 도시입니다. 그 뿌리는 ‘의병 정신’이고, 그 힘은 ‘사람’입니다. 오늘 우리가 다시 의령을 이야기하는 것이 미래를 설계하는 희망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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