良藥(양약)은 입에 쓰다
(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전EBS 전속 작가)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11일
장해숙의 故事成語 풀이
良藥(양약)은 입에 쓰다
(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전EBS 전속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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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천하를 통일하고 초인적인 노력에 의해 모처럼 이룩해 놓았던 진(秦)나라의 시황제가 죽음에 따라 진나라는 삽시간에 흔들려 무너지기 시작 했다. 한(漢)나라의 유방, 초나라의 항우는 진나라 토벌의 기치 아래 어깨를 나란히 하고 맹렬한 경주를 벌였다. 그러나 유방이 운수 좋게도 항우의 군대보다 먼저 진이 도성 함양에 입성하게 되었다. 필사적인 경쟁에 이긴 유방은 실로 의기양양하게 함양성내에 들어서자마자 서슴지 않고 진나라의 왕궁으로 향했다. 호사의 극치로 장식된, 즐비하게 늘어선 궁궐과 그 안의 방 하나하나마다 화려하게 둘러쳐진 비단 베일. 산적되어 눈이 부시도록 빛을 발하고 있는 세계 각국의 금은보화…. 거기 겹겹으로 둘러 세워진 후궁의 미녀들을 돌아보는 순간 유방의 눈은 그만 황홀한 듯 휘둥그레졌다. 마음의 등잔에 불이 당겨진 듯 후끈 황홀경에 도취된 유방은 그냥 이 왕궁에 눌러앉아 지난날의 주인이요 위세가 하늘을 찌를듯했던 시황제의 생시를 누려보고 싶은 욕망에 사로 잡혔다. 이러한 유방의 욕구를 알아차리게 된 강직하기로 천하에 이름을 떨친 명장 번쾌는 몹시 근심하며 유방에게 간했다. “아직 천하가 통일되기 전입니다. 오히려 해야 할 큰일과 극복해야 할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한시 바삐 성 밖으로 나가 진을 치고 군세를 가다듬도록 하십시오!” 그러나 넋을 온통 뺏기고만 유방은 귀도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난처하고 분한 듯 입술을 깨물고 한 걸음 물러서는 번쾌를 대신하여 이번에는 또한 영리하고 날쌘 장수로 이름을 떨친 장량이 한 걸음 나서며 “진나라가 천도를 거역하고 무도한 학정을 펴서 백성들을 괴롭혔기 때문에 일개의 서민인 당신 같은 이가 오늘날 이렇게 궁중에 들어오게 된 것이 아닙니까. 무엇보다도 지금 장군의 사명과 임무는 원성으로 들끓고 있는 천하의 인심을 가라앉히는데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복을 입은 심정으로 지금까지 진나라의 시달림을 받으며 신음 속에 살아온 백성들을 어루만져 위로하고 격려해 주겠다는 마음가짐과 정성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진나라에 겨우 첫 발을 들여놓은 터에 금은보화와 미녀들에 눈이 팔리어 그 포악 불륜한 진나라 임금과 같이 음란과 향략에 빠져버린다면 그야말로 공든 탑은 무너지고 지난날 하(夏)나라 왕과 같이 악명만이 역사상에 남을 것입니다. 원래 충언(忠言)이란 귀에 거슬리나 실행하면 이로울 것이며 양약은 입에 쓰도 병에는 잘 듣는 것입니다. 부디 번쾌의 충언에 따라 주십시오.” 이렇게 직간을 하였을 때에야 비로소 유방답게 그 뜻을 깊이 깨닫고 지체 없이 왕궁을 떠나 언덕 위에 진을 치고 전세를 가다듬었다. 이윽고 항우의 대부대가 뒤늦게 진격해 와서 홍문(鴻門)을 중심으로 진을 쳤다. 이리하여 그 유명한 「홍문의 회전(會戰)」이 전개」되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史記>의 유후세가(留候世家)에 기록되어 있다. 또한 공자가어(孔子家語)에도 “공자 말하기를 양약은 입에 쓰나 병에는 이로우며 충언은 귀에 거슬려도 행하는데 이로움이 있느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양약은 입에 쓰다.”라는 말은 여기서 생긴 것이라 할 수 있고, 요즈음에 와서는 “약은 써야 잘 듣는다.”라고 해서 정작 병을 고치는 약물에다 직결 시키는 예도 볼 수 있다. |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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