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래녀>
봄 비
마른 잎이 촉촉하게 젖었어
꼭꼭 다물었던 씨알 틈새 벌어져 물마시고 있어
혼자 떨고 있는 줄 알았던 숲은 혼자가 아니었어
나뭇잎과 풀잎이 겨우내 따뜻하게 데워준 줄
몰랐던 거야, 우린 늘 앞만 바라보다가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기도 하지
내가 너를 챙긴다는 말 한 마디 없어도
네가 날 아낀다는 눈빛 한 번 없어도안
온하게 보호 받고 있었어 숲은, 드디어
깨어나는 거야, 사방에서 기지개를 켜는 소리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깨어나고 있는 거야
하얗게 얼어있던 네 살갗에 파르르 떨면서 닿는 것
사랑이었어, 시간은 늘
일정한 간격으로 오고 가는 것
기다릴 줄 아는 이만이 맡을 수 있는 향기
피어나고 있어, 사랑을 싹 틔우고 있어
너에게 가는 향기일거야
산골의 봄비는.
<시작 노트>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계절이다. 첫 사랑에 눈 뜬 소녀처럼 봄을 기다리다 맞이한 비 한 줄기는 겨우내 얼었던 마음을 풀어내는 소리였다.
땅 밑에서 씨알들이 기지개 켜는 소리가 들릴것 같은 날, 봄비는 산야를 적시고, 내 가슴을 적신다.
봄비는 봄을 기다리는 이들에게 가는 사랑의 향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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