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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촌 사랑방> 행복한 꽃은 영육으로 아름답다


백한이계관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4월 16일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요, 달도 차면은 기우나리 인생일장춘몽(人生一場春夢)하니 아니 놀지를 못하리라" 겨우 열살짜리 초동이 지게 목발장단에 아무 뜻도 모른채 산골짝을 울렸던 내 노래가 시인이 된 후에 이토록 인생무상과 세월의 덧없음을 감동케하는 구절은 찾을 길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유행가 가사처럼 잘 산다는 것이 어떻게 사는 것이며 사랑이니 행복이란 따위의 개념은 어떻게 생긴 것일까? 단 12시간만에 대륙을 횡단하여 에펠탑 전망대에 서서 최고의 문화도시를 관망하고 휘황찬란한 네온 불빛에 명멸하는 요정을 보며 뷔페란 별란 요리의 음식을 골라먹어도 쑥개떡에 허기를 때우고 산을 오르던 내 노래처럼 행복하지 않았다면 믿을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광섬유를 통하여 순식간에 이 세상 최고미인과 채팅을 하고 원조교제로 벚꽃같은 화사한 살색을 탐닉한다해도 구정물 호미자류에 거북이 등가죽같이 보이는 첫사랑 옥분이 살결처럼 짜릿하고 찡하지 않다하면 공감할 요즘사람 없다지만 선험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그 사실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그 까닭은 사시사철 보고싶은 꽃을 볼 수 있고 먹고 싶은 봄 채소를 얼마든지 먹을 수는 있지만 인동에 숨었다가 대지의 훈훈한 봄기운에 피는 꽃과 자연으로 자라나는 채소의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없는 사실과 같은 진리인 것이다.
 비록 문명의 산물인 만가지 음색의 악기 반주가 없어도 수만 관중의 박수소리가 없어도 신명의 자유천지 산울림이 화답하고 산천초목이 우러러 보고 또한 거칠은 비바람이 불어도 따뜻한 태양의 보살핌이 땅의 정기에 조화를 이룬 자양으로 자연스레 성장하기 때문이다.
 삼라만상이 순환의 궤도를 따라 도는 질서는 오솔길 샛노란 산수유가 빼어난 절색을 자랑하면 군자처럼 근엄한 매화가 강변을 누비고 연분홍 살구꽃이 마을마다 저녘연기를 피워올리면 실개천 개나리가 계곡을 치달아 천자만홍 진달래 철쭉에 불을 질러 가는 줄 모르게 긴 봄날은 간다. 가는 봄날에 꽃과 함께 머물었던 사랑이 희망을 잉태하고 한없이 미래의 꿈을 엮어가던 꽃 그 꽃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복이었는지 우리는 안다.
 내어린 서당시절 행복이란 개념을 스승은 이렇게 들려주었다.
 「아들만 셋을 둔 어느 부자가 세 자식에게 똑같이 얼마간의 현금을 쥐어주며 하는 말이 이제 너희들은 스스로 행복을 찾아나설 때가 되었다. 이 돈을 노자로 집을 떠나거라. 그리고 모년 모월 모일 내 회갑 잔치날에 부모를 찾아오도록 해라. 이렇게 해서 집을 나선 자식들은 10년 지난 부친 회갑날에 찾아오는데 사업가로 크게 성공한 큰 자식이 다섯첩과 수많은 식솔들을 거느리고 와서 아버지 앞에 금화를 내놓으며 큰절을 올리고, 둘째는 권세를 잡아 부하장졸을 거느리고 위세당당하게 돌아와 큰절을 올리니 그 아비는 돌아앉았다. 그런데 동산에 과수원을 일구어 초가를 짓고 사계의 행복을 보며 꽃과 같은 마음으로 가꾼 과일을 오롯이 담고 착한 아내와 아들딸을 데리고 온 막내가 큰절을 올리니 그는 무릎을 탁 치며 과연 네가 내자식이구나.」 하였다고 일러주었다.
 필자가 현대 과학 산업문명을 배척하고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변하지 않는 순환의 상생원리에 조화를 이루는 문명 향유만이 인류의 영육을 구원하는 진정한 행복에로의 복지사회로 나아갈 것임을 천명하는 것이다.

입맛에 넘치는 탐욕은
생명을 해치지만
꽃을 노래하노라면
근심을 잊는데 스스로 늙는줄 모르리라
꽃이 없는 생각은 공허하고
개념이 없는 직관은 맹목적이다
푸른 실버들 세월 휘감아
꽃구름 앞세운 영 넘어가도
천자만홍은 속타는줄 모르고
만리춘색 속살거긴다
꽃잎에는 정분을 색인하고
꽃술에는 마음을 담아
행복한 꽃 영육으로 아름답다
백한이계관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4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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