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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


관리자 기자 / 입력 : 2005년 01월 28일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If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
 이 시구는 저 유명한 쉘리(Percy Bysshe Shelley)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서풍부) 마지막 제5장 끝 구절이다. 지금 나라는 불황으로 차가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실업자가 80만명이 넘고 대학을 나와도 취직이 안되고 청년실업과 신용불량자가 갈수록 늘어나며 한달 평균 4백개의 중소기업이 도산되고 5천개의 식당이 문을 닫고 있는 기막힌 현실의 긴 한파를 겪으면서 내일의 희망도 보이지 않는 스산한 새해를 맞이하면서 나는 이렇게 인생의 어려움을 겪게될 때는 이 시(詩)의 마지막 구절을 생각하게 된다.
 내가 이 서풍부와 쉘리를 알게 된 것은 스물 두 살 되던 해인 1951년 부산대학교 정치학과 1학년 때였다. 그 해 늦은 가을에 경성제대를 갓 나와 유럽정치사를 가르치던 김성국이란 젊은 교수가 있었다. 그가 하루는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요새 동아극장에 가면 `이프윈터컴즈``라는 영화가 왔는데 재미가 있으니 한번 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영화 제목은 쉘리라는 영국시인의 `서풍에 부치는 노래``라는 시에서 딴것이라고 했다.
 단순한 학생심리로 그 영화를 보라는 대로 가보았다. 그 영화 내용은 이제 물이 흘러가듯 다 흘러가 버리고 말았는데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란 구절만은 웬일인지 잊을 길이 없었다. 한번 그 시(詩) 전편을 꼭 보고 싶었으나 몇 해를 두고 잊지 못하다가 역시 쉘리의 시집을 사보고서야 안 것만은 사실이다. 그것이 아마 대학3학년 때로 기억한다.
 그 후로 오늘까지 그것은 나의 노래요, 쉘리는 나의 친구요 앞으로도 아마 그는 끊어지는 날이 없이 내게 위로를 주고 힘을 줄 것이다. 어쨌든 나는 쉘리가 좋다. 그 프로메슈스가 좋고, 그 느낌의 나무가 좋고, 그 종달새 그 구름이 좋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더 좋은 것은 이 `서풍에 부치는 노래``다.
 “오! 사나운 서풍이여! 너 산 가을의 숨이여!” 이렇게 시작되는 그 시는 첫 글자 그대로 생기찬 영(靈)의 부르짖음이요, 쉘리의 말대로 예언자의 나팔이요, 슬프면서도 녹아드는 혼의 기도다. 나뭇잎을 흔들어 떨며 씨를 날려 땅속에 묻고 구름을 몰아쳐 폭풍우를 퍼부으며 죽어 가는 해를 위해 만가(輓歌)를 부르고, 지중해를 흔들어 평화의 꿈을 깨쳐 어지럽게 하며, 새 시대의 오는 앞길을 여는 사나운 서풍을 향해 노래를 하다 외치다 못해 울음으로 다투어 가며 애타게 기도를 하는 쉘리는 저 자신이 나를 몇 번이나 엎어진데서 일으켜 주었는지 모른다.
 나는 이 겨울 쉘리의 서풍부 마지막(제5장) 시구(아래)와 같이 나의 만가를 부르련다. 예언의 나팔을 부르련다.


나를 너의 거문고로 삼아다오. 저 숲처럼
저 숲처럼 내 잎새들 진들 어떠리!
너의 거센 화음의 힘은 양쪽에서

슬프나 감미로운, 깊은 가을의 가락을 취하리
거센 영혼이여, 나의 영혼이 되어다오
내가 되어다오. 너 성 마른 자여!

나의 죽은 사상을 온 우주에 휘몰아 다오
새로운 탄생을 재촉하는 낙엽처럼
그리고 이 시를 주문 삼아

마치 꺼지지 않는 화로의
재와 불꽃처럼, 내 말을 인류에게 전파해다오!
내 입을 통해 잠자는 대지에게

예언이 나팔이 되어 다오. 오 바람이여,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으리
관리자 기자 / 입력 : 2005년 0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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