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 한국외국어대학교 전 총장이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Miguel de Cervantes Saavedra)의 저서 《돈키호테》 2편, ‘재치 있는 기사 돈키호테 데 라만차’(시공사,2015.5.20.)를 스페인어에서 완역, 출간했다. 박 총장은 10년 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돈키호테》 1편, ‘재치 있는 시골귀족 돈키호테 데 라만차’의 완역에 이어 이번에 《돈키호테》 2편을 완역, 출판함으로써 한국의 세르반테스 연구자와 문학계 인사 및 애독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 전 총장은 《돈키호테》 1편 완역을 통해 그간 일본어나 영어판 중역 또는 요약본 번역에 머물러 있던 《돈키호테》 번역사에 큰 획을 그은 바 있으며, 당시 고전 작품으로는 드물게 독자들이 뽑은 ‘올해의 책’에 선정되는 등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박 전 총장이 이번 《돈키호테》 2편의 완역본 출간함으로써 지난 10년간의 기나긴 준비 작업의 결실을 맺게 되었다.
스페인 왕립한림원이 펴낸 400주년 기념판본을 번역대본으로 하여, 한림원 초판본을 비롯한 주요 판본들을 참고로 번역의 완성도를 높인 이번 《돈키호테》 2편 완역판본에서는 세밀한 묘사와 극적인 구도로 세르반테스의 상상력을 생생하게 구현한 귀스타브 도레의 삽화 85점과 18세기 한림원 초판본의 장식 그림 등 독자들의 읽는 즐거움을 더해줄 귀중한 자료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한국의 세르반테스 연구자자들은 박 전 총장의 《돈키호테》 2편 완역 출판과 관련해 “2015년 올해는 한국의 세르반테스 연구자들에게는 실로 특별한 한 해입니다. 또한 육당 최남선이 처음으로 《청춘》지에 우리말로 《돈키호테》를 소개한 지 100년이 되는 해이자, 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 2편을 완간함으로써 세계문학사에 길이 남을 대작을 완성한 지 정확히 400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르반테스 서거 400주년을 한 해 앞둔 지난해 연말 최초로 한국에서도 세르반테스 연구소가 발족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한 연구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출판된 《돈키호테》 2편 완역본은 한국의 번역사뿐만 아니라 문학발전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고 평론했다.
서평에서 디리오 비야누에바 스페인 왕립한림원 원장은 “어떤 작품이 고전으로 인정받는 데에 결정적인 것은 고전으로 승화하고 있는 작품들을 다른 언어로 소개해주는 번역가들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돈키호테》 2편의 출간 40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세르반테스 연구자이자 스페인 왕립한림원 동료인 박철 교수의 집념 덕분에 마침내 한국 독자들께서 세르반테스라는 거장의 명작을 진정한 완역본으로 접할 수 있게 된 것에 기쁨과 함께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고 말했다.
박 전 총장은 ‘옮긴이의 글’에서 “《돈키호테》 2편의 완역은 지난 10년간 한시도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았던 숙제였다. 2006년부터 모교 총장으로 8년간 소임을 다하느라 어쩔 수 없이 지체되었다고는 하나 그것보다는 2편 자체가 지닌 무게감이 그 긴 세월을, 혹은 좀 더 내가 성숙해질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세르반테스는 우스꽝스럽고 기이한 모험을 위주로 하던 1편과는 달리, 2편에서는 확연히 사색적이고 삶을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2편 작업을 하는 내내, 나는 10년 전보다 그와 그의 분신인 《돈키호테》에 대하여 훨씬 더 큰 사랑과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다. 7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탄생시킨 2편을 읽어나가다 보면 세르반테스가 인생에 대한 성찰과 안목이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세르반테스가 원작자라고 내세운 가상의 작가 시데 아메테를 비롯해 《돈키호테》 1편과 2편의 주요 인물들, 2편 집필 당시(정확히는 59장을 집필할 때) 세상을 떠돌던 가짜 《돈키호테》 2편의 작가와 등장인물까지 모조리 끌어들여 죽기 직전에 한바탕 크게 놀고 간 세르반테스의 놀이마당에 어서 참여하라고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박철 전 총장은>
박강수 전 배재대 총장(백씨)과 박훈 전 서울 동대문구청장(중씨)의 동생이다. 스페인 왕립한림원 종신회원으로서 한림원 학술지 《뷸리틴》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스페인어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을 거쳐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국립대학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5년 모교에 부임한 후 아시아권의 대표적인 세르반테스 연구학자로 활동하였으며,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망스어학부 방문교수를 지냈다. 한국 외국어교육학회 회장, 한국 스페인어문학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2004년 11월 서울에서 제11차 세계 세르반테스학회를 개최하였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외국어대학교 제8대, 제9대 총장을 지냈으며, 2014년 11월 한국 세르반테스 연구소 초대 이사장으로 선임되었다.
스페인 정부 문화훈장 기사장, 카를로스 3세 대십자훈장, 이사벨 여왕 대십자훈장을 수훈하였고, 루마니아 최고교육훈장, 헝가리 문화훈장, 폴란드 문화훈장 등을 수훈하였다.
저서로는 《한국 최초 방문 서구인: 세스페데스》, 《스페인 문학사》, 《돈키호테를 꿈꿔라》, 《노벨문학상과 한국문학》, 《독학스페인어 첫걸음》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세르반테스의 《개들이 본 세상》, 《모범소설》, 《이혼 재판관》, 그 외에 《스페인 역사》, 《한국천주교 전래의 기원》 등이 있다. 박해헌 발행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