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공 같은 가난한 삶의 울타리 속/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려는 부산한 그림자들/ 외따로 백발 노파가 유모차를 끌고 있다/ 청춘이 쓸려나간 앙상한 껍데기 같은/ 빈 유모차에서 아기울음소리가/ 노파 치마폭에 애절하게 고여지고 있다/ 무엇을 위해 저렇게 쪼그려 앉았을까/ 손자 손녀를 기다리고 있을까/ 아니면, 남은 세월을 떠나보내고 있는 것일까/ 노년老年의 눈가에는 모래알이 서걱거리고/ 그리움은 체념의 벌판에서 길을 잃어/ 모진 삶의 역할마저도 툇마루에서/ 굽은 허리는 그저 낙엽일 뿐이다/ 생을 파르르 털어내는 노을 속 홀로 버드나무/ 빈 유모차에 걸쳐진 죽은 죽근竹根 같은 노파의 손/ 그렇듯 고향 시골은 눈물이 메마른지 오래다 <박현철의 ‘노파의 유모차’ 전문>
의령군농업기술센터 박현철 주무(51․농촌지도사)가 ‘월간 시사문단’이 공모한 신인상에 당선됐다. 의령문인협회 회원인 박 주무는 이 잡지 7월호 시 부문에 ‘노파의 유모차’ 등 3편이 선정되어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심사위원장 황금찬 시인은 “노파의 유모차는 있는 그대로의 논리가 아니라 읽는 이로 하여금 이렇게 상상해보고 저렇게 생각하여 찾아내는 시적감동을 주고 있다”며 “백발 노파가 끌고 있는 유모차에는 우리네 인생에서 가장 고독하면서 뒤안길에서 시적 화자가 바라보는 생애의 애잔함을 그려내고 있다”고 평했다.
박 주무는 “이런 시간들을 가슴에 가득가득 채워 곰삭혀 누에가 명주실을 뽑아내듯 시를 쓰고 나비로 훨훨 날아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비쳐지면 좋겠다”고 당선소감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