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사… 3일장 극진 대우
관은 280cm×150cm 크기
1시간 걸려 장지로 이동
지난 22일 숨을 거둔 싸움소의 지존 의령의 ‘범이’ 장례식이 비가 완전히 그친 24일 오전 의령읍 만천리 만하마을 하영효씨 집과 인근 장지에서 열렸다. 범이는 그동안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해 191번을 싸워 단 4번만 패하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면서 소싸움 애호가들로부터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왕중 왕’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 소주인 하씨는 조문객들에게 “누가 소의 장례식을 이렇게 거창하게 치르느냐고 할지는 모르지만 의령군을 전국에 널리 알리고 나 자신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안겨다주었는데 당연한 일 아니냐”며 “특히 자신의 노후에 매달 200만원 꼴의 용돈을 안겨다 준 범이가 자식보다 낫지 않느냐”고 애도.
○… 상가에는 이종섭 의령부군수를 비롯한 공무원들과 김상규 군의원 등 소싸움협회 관계자, 마을주민 100여명이 참석해 수박과 망개떡 도시락을 나누며 범이의 일대기로 이야기 꽃을 피우며 추모.
상가에는 범이가 각종 대회에서 따낸 100개가 넘는 우승기와 트로피 상장, 조화가 관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엔간한 사람의 장례식보다 낫다고 모두 한마디씩.
○… 상가를 찾은 사람들은 범이의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미뤄 당분간 이를 능가할 싸움소는 탄생하지 않을 거라며 기념관을 건립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특히 의령읍 무전리의 전통농경테마파크내에 소싸움 전용경기장이 있는 만큼 이곳에 일부 공간을 확보해 범이를 기리는 것이 좋겠다고 제언.
○… 범이는 갔지만 범이의 유일한 혈육이 수태중이어서 화제. 어미 소는 몸무게 700㎏의 6년생 암컷으로 오는 12월초 분만 예정이라는 것. 범이는 살아생전 단 한 마리의 새끼도 만들지 않았는데 마을 사람들은 범이를 능가하는 2세가 태어났으면 좋겠다고 축원.
○… 범이의 관은 900㎏이나 되는 그 덩치만큼이나 커, 내벽 크기만 가로 280㎝×세로 150㎝의 초대형으로 관 두껑은 ‘무적신화 범이’ ‘싸움 소의 지존’이라 새긴 휘장에다 국화 송이로 곱게 치장.
○… 운구는 ‘범이야 안녕’이라고 새겨진 만장과 우승기를 앞세우고 1㎞가량 떨어진 장지까지 1t 트럭과 포클레인을 이용해 교대로 운구됐는데 약 1시간이 소요됐다. 조문객들은 동물의 장례는 처음이라며 모두 우승기 하나씩을 들고 장지까지 산길을 따라 이동. 장지는 주인 하씨가 묻힐 장소 맞은 편으로 남강과 마을이 동시에 내려다보이는 명당. 사람들은 관에 흙을 덮으며 “다음 세상에는 꼭 사람으로 태어나거라” 라고 기원.
○… 올해 15살의 범이는 소의 평균수명 20년으로 미뤄 더 살 수도 있었는데 요로결석으로 인한 신장병으로 수술까지 받았으나 결국 폐사했다.
19연승 우승 191전 187승 살아 있는 전설
전국 소싸움의 살아있는 전설, 소싸움 대회 19연속 우승을 자랑하는 싸움소의 지존 의령의 ‘범이’가 22일자로 유명을 달리 했다.
올해 15살의 범이는 세월의 흐름과 함께 각종 질병을 이기지 못하고 최근 기력이 눈에 띄게 떨어져 지내다 이날 폐사했다.
범이는 그동안 각종 전국대회에 출전해 191번을 싸워 단 네 번만 패하는 경이적인 승률을 기록하면서 소싸움 애호가들로부터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찬사와 함께 ‘왕중 왕’이라는 칭호를 받아왔다. 얼마 전에는 모 방송국의 프로그램 인간시대 5부작에도 출연하여 전국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려 주기도 했다.
또 각종 대회에 출전해 주인에게 안겨다 준 상금만 하더라도 1억 5천여만원을 넘고 1t트럭 등 많은 상품도 따냈다.
지난해 추석 의령 전통농경문화테마파크 민속경기장의 개장기념 소싸움대회 식전행사에서 전국 싸움소로는 처음으로 영광스런 은퇴식을 가진 바 있다.
주인 하영효씨는 “범이를 가족과 같이 생각하고 생활해왔다”며 “24일 오전 장례를 정중하게 치르고 미리 정해 놓은 자신의 장지 건너편에 무덤을 만들어 줘 영원히 마주 볼 것”이라고 애도했다.
의령군 의령읍 만하마을에 살고 있는 하씨는 3대째 형제 등 가족 전체가 싸움소를 기르고 있는 소싸움 집안의 전문가로서, 지난 1998년 청도에서 열린 소싸움대회에서 1시간 20분 동안 접전 끝에 승리한 범이를 구입해 지금까지 동고동락해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