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5-04 10:51:2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원격
뉴스 > 향우기고

추억어린 수박

하숙희(의령여중 12회/ 재경 의령읍 향우)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8년 08월 19일

태풍이 한차례 휩쓸고 간 자리마다 매미가 밈∼임 밈∼임


목청을 가다듬고 여름은 제 할일을 충실히 채우기에 바쁜 날이다.


이맘때면 생각나는 어릴 적 우리들에게 가장 각광받던 과일은 바로 수박이었다. 수박과 더불어 생각나는 친구∼ 정암이 고향인 친구∼


지금은 솥바위산악회의 선배님 옆 지기로 살아가는 내 친구, 방학을 며칠 앞둔 어느 날 이 친구가 자기네 원두막으로 놀러 가잔다. 우리는 들뜬 기분으로 뙤약볕이 머리를 벗길 정도의 뜨거움도 모른 채 걸어서 정암까지 갔었다. 그 친구네 원두막에서 지금은 볼 수 없는 노지 수박과 참외를 따서 뜨거워 미지근한 수박을 참 맛나게도 먹었다.


돌아오려고 하는 날 불러 친구 옴마 하시는 말씀이 “야야! 너거 아부지는 무슨 일하노?”


“우리 아부지 예, 농사짓는데 예… 와! 그라는데 예∼”


그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새끼줄에다 내 머리통 보다 더 큰 수박을 묶어 주시면서 “집에 가꼬가서 식구들끼리 농가 무라…”


무거운 줄도 모르고 한걸음에 상동네 집에까지 왔다. “옴마 오딧노? 내 수박 얻어왔다. 빨리 나와바라!”


수박∼∼식구가 대여섯명은 보통일 때라 지금처럼 수박을 모양 좋게 잘라서 먹는다는 것은 부잣집에서나 하는 호사스런 짓이었다.


울 옴마 수박을 받아 들고는 “숙희야 가서 얼음 한 덩어리 사오이라.”


아이고, 울 옴마 맨 날 하는 말이 “묵고 죽을라 해도 돈 없다”고 하더니 얼음은 무슨 돈으로 사오라 하는지∼∼얼음집 아저씨는 큰 덩치의 얼음을 톱으로 잘라 새끼줄로 잘 묶어준다.












▲ 하숙희
이때부터 나는 걸음이 빨라진다. 많이 녹으면 야단맞을 걸 뻔히 알기 때문이다.


“바늘 가온나∼” 바늘을 가져오면 아버지는 그 바늘로 얼음을 쪼갠다. 가는 바늘에 얼음은 쉽게 깨진다. 양재기에 얼음을 담고 수박을 반으로 자르고 손에 든 숟가락으로 푹푹 떠서는 양재기에 담는다.


그렇게 가는 바늘에 조각난 얼음과 수박을 담아 설탕을 듬뿍 넣어 맛을 조절한다. 머리통이 깨져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정신없이 수박을 퍼먹다 보면 어느새 양재기가 바닥을 드러낸다.


옴마는 수박 껍질 통째로 껴안으시고 설탕물을 약간 부어 덜 발라낸 수박 속살을 숟갈로 긁어내며 잡숫고 계셨다. 그것마저 먹고 싶어 한 모금 물만 얻어 마시고 자려고 하면 “오줌 누고 자라!”는 울 옴마의 당부말씀∼∼


해마다 여름은 어김없이 돌아오고 수박속살을 드시던 옴마 모습이 아른거려 가슴 짠하다.


이번에 옴마한테 가면 젤로 맛나 보이는 수박을 사서 옴마랑 수박파티를 열어 볼 생각이다.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8년 08월 19일
- Copyrights ⓒ의령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이름 비밀번호
개인정보 유출, 권리침해, 욕설 및 특정지역 정치적 견해를 비하하는 내용을 게시할 경우 이용약관 및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이 본 뉴스 최신뉴스
경남도·의령군 ‘버스 공영제’ 맞손..
“벚꽃 만발한, 이 아름다운 학교가… ” 추억 아프게 되새긴 궁류초 총동창회..
의령군민문화회관 창작 오페라 ‘춘향전’ 공연..
표천길의 애국시 ‘무궁화 꽃이… ’ 낭송 강약 감정이입 주력 대전 임연옥 대상..
봉수초 총동문회 19차 정기총회 성료..
50회 의령홍의장군축제⌜향우 만남의 장⌟에서 고향사랑 기부 4천만 원 ‘잭팟’ 터져..
악보 필사본 두 손으로 부여잡고 제창한 기억의 결정체 송산초 교가..
태양광 발전시설 규제 더 한층 강화..
가족의 사랑과 상처, 그리움과 화해 ‘비손’으로 풀어낸 장구 송철수 이야기..
죽전초 총동문회 11차 정기총회 성료..
포토뉴스
지역
의령군 아동복지 대폭 강화...경남 육아만족도 1위 이어간다 전국최초 '튼튼수당'·'셋째아 양육수당' 든든한 지원 아동급식지원 미취학 아..
기고
기고문(국민연금관리공단 마산지사 전쾌용 지사장) 청렴, 우리의 도리(道理)를 다하는 것에서부터..
지역사회
내년 폐교 앞두고 정기총회 오종석·김성노 회장 이·취임 24대 회장 허경갑, 국장 황주용 감사장, 전 주관기 48회 회장 류영철 공..
상호: 의령신문 / 주소: 경상남도 의령군 의령읍 충익로 51 / 발행인 : 박해헌 / 편집인 : 박은지
mail: urnews21@hanmail.net / Tel: 055-573-7800 / Fax : 055-573-7801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경남,아02493 / 등록일 : 2021년 4월 1일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종철
Copyright ⓒ 의령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
방문자수
어제 방문자 수 : 8,852
오늘 방문자 수 : 3,645
총 방문자 수 : 18,805,1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