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고수(懸鼓樹)명상> 불모의 땅에 시조를 심고 싶다
김사균시조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13일
`시조'하면 불현듯이 떠오르는 싯귀들이 있다.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가노라 삼각산아 다시보자 한강수야" "어버이 살아신제 섬길일랑 다하여라" 등을 비롯하여 많은 시조들이 줄을 잇는다.
아마도 초등학교 시절에 뇌리 깊숙히 학습하여 두었던 잠재기억들이 어떤 계기를 만나면 무의식적으로 뛰쳐나오는 애창하는 시조들이다.
아침저녁, 학교에 가고 오면서 열심히 익혔던 시조들로 다른 것은 다 잊어버렸어도 오직 시조만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이는 시조가 단순히 외우기 쉬운 노래말이어서가 아니라 우리 겨레의 정서에 궁합이 딱 맞는 겨레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시조는 3장 6구 12음보율로 쓰여지는 우리 겨레 고유의 정형시다.
비록 내용이 시정신에 투철하고, 문학성이 높고, 내면의식의 형상화가 뛰어나게 잘 되었다고 하더라도 형식에서 시조로서의 정형을 갖추지 않으면 그것은 시는 될지언정 시조는 아니다. 시조는 시의 한 형식으로 이 형식을 떠나서 따로 시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시조는 그만큼 형식을 중요시한다.
시조는 장이 3장이어야 하고, 구가 6구이어야 하며, 음보는 12음보율로 된 정형이어야 할 뿐 아니라 내용으로서 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형식에서 구애를 받지 않는 자유시보다는 형식과 내용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하는 이중고를 겪는 차원이 높은 시다.
시조는 초장에서 상을 일으키고, 중장에서 그 상을 확대 발전시켜서, 종장에 이르러 반전하면서 옹골차게 마무리 짓는 우리 겨레만이 향유하는 전통적 미학의 용기이다.
일본에서는 일본인만이 갖는 와까나 하이꾸가 있고, 중국에서는 중국인만이 갖는 5언절이나 7언율이 있다. 그와 마찬가지로 시조는 우리 겨레만이 갖는 고유의 시가인 것이다.
와까나 하이꾸, 5언절이나 7언율이 그들 민족의 정서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그릇으로 전수되어 왔다면 우리 겨레의 사상이나 감정, 사색이나 상상, 삶의 빛깔 등을 담아 오래도록 전통으로 이어져 온 문학의 그릇은 바로 시조다.
그래서 나는 45자 내외의 자수(3장 6구 12음보율)로써 우주를 창조하고, 그 우주에 생명을 불어넣어 스스로 감동하고, 감격하며, 신비와 환희를 음미하는 문학의 양식은 시조를 빼고는 따로 양식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문화의 불모지였던 우리 고장에 1990년 하반기쯤부터 문화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문학외적인 예술집단-미술동우회·사진동우회·서우회·분재동우회·난우회·꽃꽃이회-들이 탄생하더니, 급기야는 「의령문학회」가 고고의 성을 울렸고, 이어서 예술의 종합적 활동무대인 「의령예술촌」이 발족되었다.
그런데 서운하게도 「의령문학회」는 시(자유시)나 수필 등이 주가 되고, 시조문학을 전공하는 분이 없는 것 같다. 턱이나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문학의 양식은 다양하다. 그러나 시조만큼 우리 겨레의 얼과 넋을 지키며, 말(시어)을 조탁하는 문학의 장르가 또 있겠는가?
불모의 고장에 시조의 씨 한 톨을 심어 꽃으로 가꾸고 싶다.김균시조시인 (재부의령읍향우)현고수(懸鼓樹)명상사불모의 땅에 시조를 심고 싶다다음호(제41호)에는 박강수님의 칼럼이 게재됩니다. |
김사균시조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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