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杏村 사랑방> 기다리는 마음 (고향의 봄)
백한이계관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13일
우리는 내일의 세상이 희망적이라고 믿어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직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허물어질 듯한 낡은 나무다리 밑으로는 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다면 그 얼마나 좋겠는가. 주변에는 입춘을 앞세워 따스한 햇살을 먹고 자라나는 냉이나 쑥부쟁이들이 속삭인다면 주변 공해에 찌든 영혼들이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며 영혼을 노래하는 행복의 자유천지가 거기 있을 것이다.
마천루 빌딩 숲사이를 헤집고 유리알 같은 승강기 벽에 비친 자화상을 보며 디지털 문명의 노예가 되어 가는 스스로의 참 모습을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다세대 주택 지하 셋방에서 만신고초 고향 노부모 농자금 마저 걸고 고층 아파트로 옮겨 가본들 당분간 오르내리는 신명은 날런지는 모르지만 성냥갑 속에 들어있는 개비의 화약처럼 언제 타버릴지 모르는 운명에 길들어져 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는 쉽지 않다.
신문, 잡지, TV나 사이버 매체는 날이 갈수록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스스로의 희생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는 사랑이란 명분으로 한치도 양보없는 이기심이 인간존엄성인양 자기주장만 내세워 열쌍 중에 네 쌍이 이혼하면서까지 사랑한다면 빚어 놓은 자식들마저 팽개치는 의식속에는 그토록 한탕주의에 불을 당기는 '사쿠라'가 만발해 있다.
일제시대에는 독립투사나 애국지사를 사찰하고 태질하며 법이라는 미명아래 악귀가 되어 그 서설이 산천초목을 떨게 하는 마력을 최고의 영광으로 여기며 제 자식의 출세 길에 목을 매었던 의식이 어느 날 사기 도박성 횡재를 꿈꾸며 꼭두가시 광대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토종 잡초나 향기 짙은 우리 꽃에 대한 괄시가 지나쳐 결국 침략하지 않은가?
다리가 불편하면 손을 쓰는 지능이 발달하고 손발이 모두 불편하면 머리로 살아가야 한다. 농부는 경작에, 어부는 고기 잡는데, 목수는 건축을 하는데, 쟁이가 되어야 사람답게 살아갈 것이다.
그런데 소위 잘 나간다는 시류에 야합하여 좇다보면 절반 인생은 망친 것이다. 과학 영농으로 계절이 없다지만 일년 게획은 이른봄에 해야한다는 명구는 아직도 진리로 살아 숨쉬고 있다. 병주고 약주는 시멘트만 얻어다가 보막고 방죽 쌓아 올린 것은 수 백년 자라온 마을의 수호목에 암세포를 심어 죽게 한 우리의 얼을 다시 되살려나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토양이 근본적으로 비옥해지는 퇴비를 만드는데 노력해야 하고 무엇을 심을 것인가 종자를 선택하여 선별하고 씨뿌리는 시기에 한눈을 팔지 말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산다는 일념으로 살구꽃, 쑥부쟁이, 민들레 피는 바탕 위에 비로소 코스모스, 사쿠라꽃을 심어야 할 것이다. 고장의 명소로 순민 문화의식을 고양하는 예술촌의 대의명분과 관광단지를 조성하면서 멀쩡한 토종수를 짓누르고 사쿠라만 심는데서야 객지 변방에 볼일 없어 고층 베란다에서 한숨짓는 향토 인재들이 어찌 내실없는 화사한 하루살이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을 해 보겠는가.
얼마 전에만 해도 남산밑 푸른 강에는 청푸른 잉어가 펄떡펄떡 뛰어 놀고 있었는데, 올망졸망 차돌멩이들이 널부러져 있었는데,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초롱초롱 빛나는 눈매와 해맑은 노래소리 울려 퍼졌는데... |
백한이계관시인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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