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일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상정돼
한글학자 이극로(지정면 두곡리) 박사가 조선어학회 간사장으로 있으면서 편찬한 ‘조선말 큰사전 원고’가 ‘제1호 국가지정기록물’로 등재될 전망이다.
10일 행정자치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오는 11월 2일 국가기록관리위원회를 열어 ‘조선말 큰사전 원고’의 국가지정기록물 지정문제를 확정지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에는 유진오 박사의 ‘제헌 헌법 초안’, 미 군정 당시 공문서 등 보존 가치가 큰 민간 기록물들도 포함될 전망이다.
민간 기록물에 대한 국가지정기록물 지정제도는 지난 2000년 도입됐지만 그동안 지정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조선말 큰사전 원고’는 지난 1942년 일제가 조선어학회 회원 등을 검거해 재판에 회부한 ‘조선어학회사건’과 밀접한 관련을 맺는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종철 기자>
□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
이 원고는 조선어학회에서 조선말사전 편찬을 위해 1929년~1942년 까지 12년 동안 준비한 것으로서, 현재 한글학회에 남겨진 것은 12권이다. <조선말 큰사전>은 1947년 10월 9일, 한글학회에 의해 첫째 권이 출판된 이래로 1957년에 완간되었다.
이 원고는 조선어학회사건(1942년 10월 1일)이 일어나면서 출판되지 못했고, 사전 출판이 재개된 것은 해방 이후 잃어버렸던 원고를 되찾으면서부터였다. 이 원고는 조선어학회 사건의 증거물로 일본 경찰에 압수되었다가, 1945년 9월 8일에 지금의 서울역인 경성역의 한 창고에서 발견되어 되찾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립국가의 공용어를 확립해야 할 필요가 절실했던 시기였으므로, 우선 국가 공식어가 될 표준어의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사전의 표제어를 모으고 철자법을 확정해야 했다. 이렇게 결정된 공적 언어의 범위와 형태는 <조선말 큰사전>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조선말 큰사전 편찬 원고는 최초로 공적 언어의 범위와 형태를 확정지은 사전의 원고라는 점에서 일차적인 가치가 있다.
이 기록물은 원고지에 연필과 펜(볼펜 또는 만년필)으로 쓰여 있으며, 붉은색과 푸른색으로 곳곳에 첨삭한 흔적이 많고, 크고 작은 종이를 덧붙여 내용을 부가 설명하기도 하였다. 이 사실을 통해 1957년 완간된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조선말 큰사전>)이 초고(草稿)의 완성 이후 어떤 수정․보완 과정을 거치면서 출판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다. 특히 <조선말 큰사전>의 원고가 일제 강점기에 완성되었지만, 해방 이후 12년에 걸쳐 이 원고를 수정․보완하면서 사전이 완간되었고, 언어 규범 및 사전 체제의 변화․표제어의 삭제나 추가와 같은 변화․뜻풀이의 추가 집필이나 수정 등과 같은 수정․보완 사항이 이 기록물에 그대로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가치가 있다.
<조선말 큰사전>은 순수 민간단체가 편찬을 시도한 사전이라는 사실에서 역사적으로 큰 의의를 지니며, 최초의 우리말 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의 12년간의 편찬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국어학적 의의가 큰 기록물로써 사료적 가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