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밝혀라” VS “혼자 다해라”
군의 현안 단위사업 99건 예산 45억원이 제162회 군의회의 2007년도 제1회 추경 심사에서 무더기 삭감됐다. 또 입법예고에서부터 의회와 집행부가 상당부분 이견을 드러냈던 행정조직 개편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거라는 예상을 깨고 원안 통과됐다.
군의회 임시회가 8월 30일부터 9월 5일까지 7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이번 임시회에서 의회는 행정조직 개편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의견을 제시해 집행부를 견제하는 고유의 역할을 넘어섰다는 지적을 받았고, 집행부의 현안사업 예산을 무더기 삭감 처리하면서는 뚜렷한 삭감사유를 제시하지 않아 예산삭감 권한행사의 정당성에 스스로 흠집을 내는 결과를 빚었다.
특히 집행부는 행정조직 개편에 대한 의회의 의견 제시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현안사업 예산의 무더기 삭감처리 심사 이후에야 긴급 읍·면장 실·과장 긴급회의를 소집하느라 허둥대고 마침내 공무원노조마저 예산 무더기 삭감을 철회하지 않으면 군민을 총동원해 의회상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선언하고 이러한 선언의 문건을 전국 언론사에 전송하는 돌출행동까지 서슴지 않아 극단적인 대결양상을 빚었다.
2007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군의회 임시회 본회의는 5일 세출예산 일반회계를 집행부 요구액 1천798억704만4천원의 2.5%인 45억3천68만원을 삭감하여 1천752억7천636만4천원으로 조정하고 삭감액은 전액 예비비에 계상하는 수정안을 가결했다.
각 장관별 예산조정내역을 보면, 일반행정비는 예산요구액 473억5천914만4천원에서 3억1천250만원을 삭감해 470억4천664만4천원으로 조정하고, 교육 및 문화비는 예산요구액 86억2천194만5천원에서 1억원을 삭감해 85억2천194만5천원으로 조정했다.
주택 및 지역사회개발비는 예산요구액 147억4천819만4천원에서 18억8천500만원을 삭감해 128억6천319만4천원으로 조정하고, 농수산개발비는 예산요구액 202억8천617만1천원에서 3억3천818만원을 삭감해 199억4천799만1천원으로 조정했다.
또 국토자원보존개발비는 예산요구액 361억5천802만3천원에서 18억9천500만원을 삭감해 342억6천302만3천원으로 조정하고, 입법 및 선거관리, 보건 및 생활환경개선비, 사회보장비, 지역경제개발비, 교통관리비, 민방위관리비, 소방관리비는 조정 없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그러나 세출예산 45억원이 삭감되면서 뚜렷한 삭감사유가 제시되지 않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의회와 집행부 극단적 대결양상
5일 오전 10시 군의회 본회의장. 군의회 의장을 비롯해 의원들은 자리에 앉아 개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군수 자리는 비어 있었다. 방청석에는 공무원노조와 농민회 관계자도 자리를 함께 했다. 긴장감만 팽팽하게 본회의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10시 2분 군수는 부군수와 함께 본회의장에 들어섰다.
군의회 의장의 개회와 함께 김안수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은 2007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사보고를 했다.
오전 10시 7분 김채용 군수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훈 의장을 향해 돌아서며 추경예산안 제안 설명의 기회를 달라고 했다. 제훈 의장은 마치고 나서 기회를 주겠다며 단호하게 거절했다.
이의 없습니까. 가결 방망이가 두드려졌다.
박문환 자치행정위원장이 의안심사보고를 했다. 오연이 의원이 어제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군수의 제안 설명을 듣지 못했으니 발언기회를 주자고 했다.
김채용 군수가 다시 벌떡 일어났다. 제훈 의장을 향해 발언기회를 달라고 했다. 제훈 의장은 마치고 나서 발언기회를 주겠다며 다시 단호하게 거절했다.
의령군행정기구 설치조례 일부 개정조례안과 의령군지방공무원 정원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원안 가결됐다.
오전 10시 14분 김채용 군수는 단상에 올라섰다. 오전 10시 27분까지 김채용 군수의 이야기는 이어졌다.
김채용 군수가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오전 10시 24분 김규찬 의원은 자리를 박차고 본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이어 오전 10시 26분 김안수 의원도 한숨을 내쉬며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버렸다.
이날 김채용 군수는 “이 (삭감된)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이 내용을 군민에게 저희 나름대로 알려서 군민의 판단을 받겠습니다”며 추경예산은 그 사용의 명시를 분명히 해야 되는데 그 삭감사유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본회의 직후 군청 실과소장들은 집단적으로 의장실을 찾아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러한 불협화음은 하루 전인 4일에도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빚었다.
예산결산특위의 수정안이 가결된 직후 오후 1시 읍·면장 실·과장 긴급회의가 소집되고 오후 3시에는 공무원노조 운영위가 회의를 갖고 문건을 만들어 조합원에게 전송하기도 했다.
문건에서 공무원노조는 “우리 노동조합은 군민을 위하여 이번 사태를 주시하면서 오늘 오후 의장을 만나 철회를 요구할 것이며, 이것마저 무시되면 의령군민을 동원해 총력 투쟁할 것입니다”고 선언하고 이날 오후 7시 30분에는 군에서 이 문건을 전국의 언론사에 전송하는 돌출행동까지 불거져 공무원노조는 자의든 타의든 이번 사태에 휘말리고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빚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노조 간부들은 제훈 의장 집을 찾아가 예산안 무더기 삭감을 철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제훈 의장은 공무원노조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라고 단호하게 지적했다.
극단적인 대결의 문제점과 전망
의회와 집행부 사이의 극단적인 대립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날 김채용 군수는 본회의에서 “예산은 포괄적으로 지역개발비나 기타 사업비를 결정할 수 없다. 추경은 반드시 사업을 작거나 크거나 명시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이와 같은 내용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하기 위해서 사업을 명시했다”며 “이에 있어서 오해 있는 부분을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 김 군수는 “이번 예산서 중에 읍면별로 균형 되게 사업이 배분되었는지, 지역에 편중이 되었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사업의 내용에 따라서는 또, 특수한 여건을 이야기 할 수 있지만 또 군수가 마음대로 정해서 예산 편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훈 의장은 “이번 무더기 예산삭감은 군민의 살림살이를 책임져야 할 의결부서의 잘못도 있다”며 “하지만 최근 군수의 읍면 순방 등에서 군의원을 배제하는 군정수행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은 “군정의 파트너로서 상생해야지 이럴 바에야 혼자 다 해라”며 강한 불만을 내뱉기도 했다.
5일 오후 의령군농민회, 의령군건설기계연합회, 전국건설노조의령군지회, 의령군공무원노동조합은 ‘군민을 외면하는 의령군과 의령군 의회를 규탄하면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집행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의회의 역할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명분 없는 예산 삭감은 도를 넘어선 의령군의회와 행정의 기 싸움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며 “또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수수방관한 의령군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이번 불협화음의 피해자는 군민임을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행정조직 개편 및 5분 자유발언
이번 임시회에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예상됐던 행정조직 개편은 원안 가결됐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의회의 의견제시 과정에서 세부적인 내용까지 담아 집행부를 감시 견제하는 역할을 넘어섰다는 여론을 반영한 결과라고 조심스럽게 풀이했다.
이에 앞서 김종화(가례) 의원은 지난 30일 본회의장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군 주최로 매년 4월 22일에 열리는 '의병 제전'을 문광부에 건의하여 국가지정 '의병의 날' 로 만들자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1592년 임진년 4월 왜적의 침략으로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했을 때 전국 최초로 홍의장군 곽재우 장군께서 의병을 일으킨 구국 충정에 대해 지금도 역사는 소상하게 전하고 있다"며 "이럼에도 불구하고 홍의장군과 수많은 의병의 넋을 기리는 행사가 군이 주관하는 의병제전 행사로 그치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정부는 국민들이 헷갈릴 정도로 숱한 기념일을 정해 놓고 있으나 의병의 활약상에 대해 달력의 어느 한 곳에도 표시하지 않았다"며 "국가의 영웅이었던 의병들의 충정을 기리는 국민적인 축제의 날로 만들자는 지역민들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의원은 '의병의 날' 제정을 위해 국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의령군의 이미지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의병기념일 제정을 위한 국회 입법 청원 참여동의서 서명을 받고 있으며 지난 4일 현재 1만172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종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