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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뚫리면서 육지속 섬된 정암

역사 발굴만이 발전의 밑거름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7년 08월 29일

마을 탐방


<1> 의령읍 정암마을



의령은 인구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 곳 사람들이 어린 시절 웃어른들로부터 들은 우리 고장의 이야기들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의령신문은 이러한 이야기를 되새기고 이를 통해 지역의 정체성을 일깨워 지역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마을 탐방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의령관문을 들어서려면 거름강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야 하는데 1959년에 재건된 정암철교는 아름답지만 도로폭이 좁고 도괴 위험 때문에 차량통행이 전면금지 되었고 대신 차량들은 바로 옆 서쪽에 새로 놓인 신정암교를 통해 의령으로 진입할 수 있다.


산과 산을 연결해서 고대광실 같은 기와로 장식된 의령관문을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첫 마을이 정암이다.


정암마을은 한 폭 동양화를 보는 듯한 마을이다.


정암교에서 마주보는 거름강은 절경이다. 날아갈 듯 사뿐하게 앉아 있는 정암루와 모양이 솥과 흡사하고 물속으로는 솥발과 같이 세 개의 기둥바위가 박혀 있다고 해서 붙여진 솥바위, 그 솥바위를 옆으로 끼고 돌면 여씨사당이 기암절벽아래 아담하게 긴 세월을 지켜내고 있다. 알짜배기 부자들은 정암에 있다는 이야기나, 나그네의 허기를 채워주던 많은 음식점들은 신정암교의 가설로 정암을 육지속의 외로운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정암은 백일홍이 정암루를 휘어감고 마삭줄기가 섬의 나무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길고 느린 여름 붙들고 있다. 그래서 섬이란 외로운 존재이며 마음 가 닿는 자리가 너무 많은 곳이며, 쓸쓸함과 한적함은 사람들에게 아름다움을 주기도 한다.


1592년 5월 하순 함안-의령-단성-함양을 거쳐 육십령을 넘어 전라도 땅을 점령하려고 했던 안코쿠지를 궤멸시킨 홍의장군 곽재우가 승리를 일궈낸 곳이 바로 정암진 전투였다.


붉은 비단옷으로 전포를 지어입어 홍의장군이라 불렸던 곽재우 장군은 의병들에게 “왜놈의 사무라이들은 칼질에 능숙할지 몰라도 글을 모르는 탓에 병법서를 읽지 못하니 전략적인 머리를 갖지 못한 돌대가리들이다. 날 믿고 끝까지 싸우면 승리할 것이다”


그런 기상을 고스란히 품은 정암은 주민들의 화합과 단합이 잘되며 영리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다고 주민들 스스로 말했다.


지금이야 흔하게 접하는 새마을금고의 시발점이 정암이라는 사실과 시절의 흐름을 탓하지 않고 자구책을 만들어 스스로 부농의 꿈을 이룬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박용희 이장은 “새롭게 길을 낸다고 해서 옛길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옛길을 새롭게 만들고 그 길 위에서의 역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할 일이다”


안일한 행정을 탓하고 원망 할만도 하겠지만 순리를 따를 줄 아는 현명함은 결국 구정암교의 테마공원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게 되었고 지금 진행 중이다.


정암마을의 길은 좁지만 깨끗하고, 집들은 크게 높지 않아 평화롭고, 공기는 명쾌하게 가슴속까지 스며들며, 시간은 넉넉하고 자유롭게 부유하는 곳이다.


행정구역상으로 의령읍에 속하지만 읍과는 십여리 거리에 위치해 있으며 400여명의 주민들은 대부분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다.


정암은 처음 김해김씨가 자리를 잡았다고 하나, 지금은 다양한 성씨들로 토박이의 주민들과 직장 때문에 잠시 머물러 살고 있는 사람들의 분간이 없는 곳,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 곳이다.


농사일과 더위에 지친 주민들은 약속하지 않아도 마을입구의 교량 밑으로 모여든다.


햇볕에 익은 얼굴과 닮은 수박을 쪼개 나눠 먹는 옆에는 양은솥에서 익어가는 옥수수가 요란하게 김을 뿜어내고 있다.


몇순배의 술잔들이 돌려지기도 하고 마을의 원로들은 자연스럽게 마을의 문제와 해결을 위한 자리가 된다. 이웃들과 더불어 즐기는 지혜를 가진 이들만의 휴가인 것이다.


정암엔 젊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늘 끊이지 않는 곳, “젊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며 살아가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라고 마을의 최고령자인 김주한(87) 옹은 말했다.


지금은 거름강(남강하류)위로 다리가 놓여 오가는 길이 수월하지만 다리가 놓여지기 이전에 의령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뱃사공의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을 들어야 가능했었다.


정암에 사공아 뱃머리 돌려라/ 우리님 오시는데 길마중 갈거나/ 너이가 날같이 사랑을 준다면/ 까시밭이 천리라도 맨발로 갈이거나/ 간다 못간다 얼매나 울었던지/ 정기장 마당이 한강수 되노라...(정암 뱃사공노래 일부)


흥겨운 뱃사공의 노래가 미처 끝나기 전에 정암 나루터에 내리면 거름강에서 갓 잡아 올린 잉어와 메기로 허기를 달랬을 것이다.


많은 음식점들과 주막들이 강물처럼 흘러갔지만 떠나지 않고 아직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곳이 정암나루가든이다.


이곳의 대표음식은 메기탕과 붕어탕으로 텁텁하지 않으면서 깔끔하고, 깊은 강처럼 맛이 깊다. 구봉갑(정암나루가든대표)씨는 “한때는 마산 세무서의 납세 1위를 한 적도 있을 만큼 문전성시를 이뤘는데 새 길이 나면서 발길이 많이 끊어 졌지만 옛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오시는 단골손님들이 많이 있다”고 하면서 “관문으로 들어오는 입구 최고 봉우리에 팔각정을 건립하고 의령의 대표성을 알리는 계단을 만들어 좌청룡 우백호처럼 좌에는 팔각정과 계단, 우에는 정암루와 솥바위, 주변의 풍성한 역사를 발굴해서 잘 조화시킨다면 의령의 새로운 명소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암!


물비늘을 반짝이며 쉼 없이 흘러가 바다에 이르는 거름강도 작고 좁은 물줄기를 흡수해서 만들어낸 것처럼 의령의 오지로 외롭게 자리 잡은 정암 마을은 오늘도 깊은 강처럼 인내하며 오랜 세월 묵묵하게 변함없는 발전을 조용하게 알려주는 곳이다. <배민숙 기자>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7년 08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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