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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고수(懸鼓樹)명상> 미래를 담보한 의령으로


윤정규소설가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07일
수년 전 중앙 모 월간지의 부탁으로 의령 일대를 취재한 일이 있다. 마침 동행한 사진기자도 의령 정곡 출신이라 안성맞춤이었다. 의령을 말하려면 아무래도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이었던 홍의장군 사당에서부터 출발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고 조용한 읍내 마을과 자굴산 정기 얘기도 빼놓을 수가 없다. 백산 안희제 선생의 넷째 자제가 되는 안상무씨가 씨름꾼 이만기를 두고 자굴산 정기를 이어 받아 천하장사가 되었다고 침이 마르도록 자랑스러워하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취재여정은 승용차로 네댓 시간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 가슴에 파고들었던 참담한 느낌 하나가 지금도 남아있다. 의령읍에서 신반까지 가는 동안 들녘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농촌이 공동화 되어 간다는 얘기는 수없이 들어왔다. 때문에 산업화 사회에서는 피할 수 없는 변화라고만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긴 거리를 달리는 동안 사람 그림자 하나 볼 수 없었다는 것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변고가 아니냐 하는 느낌을 받았던 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백산선생 기일을 맞아 생가를 둘러보고 돌아오는 길에 숙모의 별세 소식을 접하고 급히 발길을 의령읍으로 향하면서 다시 한번 의령을 생각하게 되었다.

 의령은 군단위로는 전국에서 군세가 가장 취약하다고 듣고 있다. 재정 자립도는 13.8%밖에 안되고 인구도 계속 감소 추세다. 제조업은 전무하고 특별한 관광자원도 없으며 특산물 생산기반도 아주 빈약하다고 한다. 어렵사리 구룡공단인가를 힘겹게 조성했지만 입주 업체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고 듣고 있다. 이 때문에 의령의 발전은 부지하세월이라는 자조를 하며 세월을 켜켜이 쌓았던 사람들도 하나하나 떠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겉으로 보면 의령처럼 나라의 혜택을 받지 못한 고장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면 혜택받지 못한 것이 오히려 더 큰 혜택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알다시피 전국토가 난개발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다. 경제거품이 경제의 진실마저 왜곡시키고 있다. 그런데 의령의 자연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고 산과 골이 깊은 만큼 경개도 나무랄 데가 없다. 개발의 손이 미치지 않은 자연이야말로 의령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이다.

 21세기의 주거환경은 자연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가 없다. 도시인구의 자연이 살아있는 시골로의 회귀도 예측되고 있다. 탈도시의 변화가 일어날 때 훼손되지 않은 자연은 부흥의 자본으로 제몫을 할 것이다. 한시간 남짓의 거리에 대도시를 두고 있는 의령의 자연이 그런 몫을 할 날도 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오염되지 않은 물 한잔과 푸른 소나무 한 그루가 사람의 감동을 자아낼 때가 가까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급격한 변화를 추구하거나 탈꼴지에 연연하다 미래 예측의 눈을 흐리게 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윤정규소설가 기자 / 입력 : 2001년 0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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