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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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래 녀
잎눈 방긋 피어나는 봄도 만나고
미치도록 고운 초록 숲도 만나고
칙칙하게 물든 늦가을 나뭇잎도 만나고
깡마르고 삭막한 겨울 한풍도 만나는
대중탕, 친정어머니 모시고 갔네.
물 한 바가지 뒤집어쓰며
오지 마라 그래도 봄은 오고
가지 마라 그래도 가는 봄을 보며
한 곳에 마음 두어도
가닥 길 끝없이 열리는 내 생의 길
어떤 길이 내 길인지.
거죽만 남은 당신 씻기며
당신 안에 아직 남은 맑은 샘물
겨울 숲에 핀 복수초 같은
마른 잎 떨어져 거름 되고
다시 봄으로 환생하는 그 길
당신의 자서전 한 페이지
내가 걸어가는 길이 보이고.
마른 수건으로 당신의
몸, 구석구석 닦아 주며
내가 잠시 머물던 그 자리
터져 아문, 흔적만 남은
열 달 키워 세상 밖으로 내 보낸
그 모진 자리
길게 입 맞추었네.
작가 소개 - 칠곡면 내조리, 경남 산청군 시천면 출생
1996년 MBC라디오 전원생활체험수기공모 대상 수상, 1997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중편소설 당선, 의령문인협회 회원, 경남작가회 회원, 민족작가회 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