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날 현장 르포
정암초소, 의령치안의 첨병
심야 음주운전 차량 검거
긴장 속 추격전 전개 일쑤 하루 24시간 2교대 격무 군민의 평안 확보에 긍지
“띠리링∼ 띠리링∼” 지난 20일 새벽 1시40분. 정암초소 전화가 다급하게 울렸다. “의령을 향해 경남×××× 검은색 포텐샤 음주운전 혐의 차량이 도주하고 있다. 검문하기 바란다”
경찰은 의령관문 2차선 진입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지그재그로 긴급히 설치한다. 20분후 음주운전 혐의 차량이 속도를 줄여 다가오다 갑자기 속도를 올리며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그대로 도주를 감행한다.
“왜에엥∼ 왜에엥∼” 순찰차가 비상 사이렌을 울리며 뒤쫓는다. 도주차량은 멈출 듯 멈출 듯 하면서 선진병원을 향해 도주한다. 신촌사거리에서 서행하다 덕암을 향해 재차 도주를 한다. 하지만 도주차량은 용덕 신촌에서 논두렁에 차바퀴가 걸쳐지면서 정차를 하게 된다.
“정차 요구에도 도주를 하여 검문을 하겠으니 창문을 열어 주십시요” 그러나 운전자는 창문을 열어줄 생각은 않고 팔짱만 낀 채 누워버린다. 운전자가 마지못해 창문을 조금만 열려다 그만 자동문을 조절하지 못해 창문이 순식간에 내려오게 된다. 경찰은 손을 재빨리 넣어 문을 열고 운전자를 차 밖으로 내리게 하는데 성공한다. 풍겨오는 술 냄새. 운전자는 혈중알콜농도 0.129의 만취상태로 중부지구대에 인계됐다.
새벽 2시20분. 음주운전 차량 검거는 40분간의 긴장된 추적 끝에 이렇게 끝났다.
지난 21일 경찰 창설 60주년을 맞아 기자는 의령 치안의 첨병인 정암초소를 찾았다.
직원은 하루 24시간 2교대로 근무를 하고 있었다. 류인권 초소장(경장·37)과 서정필 초소장(경장·34), 이달호 수경(23), 김설민 상경(22), 임태성 일경(22), 이성희 일경(21), 임영길 이경(23), 곽명원 이경(21) 등 직원 2명과 대원 6명이 2인1조로 교대근무를 서고 있었다.
서 초소장은 이 곳으로 부임해 온 지 얼마 되진 않지만 짧은 근무시간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 지난 19일 밤 11시에는 야간근무를 하는 중 벌금수배자 박모(35·창녕)씨를 적발했다. “생계가 어려워 대리운전을 하러가던 중이다”는 박씨의 진술을 듣고 서 초소장은 “인간적으론 선처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군민의 안전과 공익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법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며 씁쓰레하기도 했다.
또 그는 대원들의 생활에 대해 “이들은 적응력이 강하고 단합도 잘 되고 있고, 특히 선·후배간의 단합이 잘 되고 있어 초소근무에 대한 긍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초소근무가 하루 24시간이고 근무특성상 운전자들에게 불시검문을 요구하면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는가, 하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모든 운전자가 그렇진 않지만, 일부 운전자들이 왜 나만 멈춰 세우느냐, 다른 차량들은 그냥 보내던데 왜 그러느냐는 등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고, 어떤 운전자는 심지어 검문을 잘 하는지 운행을 멈춘 채 30여분간 감독을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며 “그렇지만 대부분의 운전자는 `수고 많으십니다'라고 말하면서 적극 협조해 주신다”고 말했다.
서 초소장은 “어느 부부 운전자는 장날만 되면 밤 12시에 팔다 남은 만두를 직접 관문을 통과하면서 `수고합니다'라는 말 한마디와 함께 주고 가신다”며 군민에 대한 고마움도 표시했다.
현재 정암초소에는 지난 9월 무인카메라가 철거된 뒤 차량들이 과속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 무인카메라는 철거됐지만 의령관문을 나가기 전 200여m 정도에 자동판독기가 설치돼 있어 수배차량들의 차량넘버를 자동으로 판독, 이를 초소에 알려주는 시스템으로 과속으로 달려오는 차량은 단속하기가 어려워 단속요원의 안전을 위하여 한개 차선을 막은 뒤 검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 초소장은 “의령의 첫 초소에 있는 만큼 철통수비로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데에 대한 긍지로 근무하고 있다”며 “검문을 요할 시에는 다소 불편하더라도 실내등이나 전조등을 끄고 창문을 열어 검문에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