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한 바 못 이룬 안타까움 배어나
겨울새로 못 떠나고/ 가지 끝에 목을 괴어/ 꿈을 빚던 푸른 가슴/ 황달 들어 떨고 있다/ 노을이 입김을 쏘아/ 붉게 우는 바람새 <시조 `황엽' 전문>
의령 출신인 김사균 시인이 최근 시조집 `달은 동으로 지고'(시조문학사)를 발간했다.
시조 `황엽'에서 `바람새'가 원하는 것은 `겨울새'로 떠나는 것. 뜻한 바대로 이루지 못하고 떠나야 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시인의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달은 동으로 지고'는 오색찬란한 역동적인 시풍을 느낄 수 있다.
이번 출간한 시조집은 △제1부 심중에 청산을 빚어 △제2부 피보다 뜨거운 울음으로 △제3부 사랑은 열매를 빚어 △제4부 둘이며 하나인 나는 △제5부 산이 되고 탑이 되고 등 5가지 테마로 나눠 모두 104편의 시조를 실었다.
김 시인은 시집의 `뒷글'을 통해 “물리적 현상으로 달이 동으로 질 수 없다. 달은 언제나 동에서 뜨고 서로 지는 것이 정상이며 자연의 섭리다. 허나 시인의 가슴속에는 동으로 달이 지고 서에서 해가 뜬다”며 “기존의 틀이나 제도나 관념 등에서 탈출하려는 방외자적인 발상이다”고 말하고 있다.
`장중한 시 세계로 향하는 길목에서'라는 주제로 시집을 평설한 서울여대 김준 교수는 “시인의 작품 세계를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새의 이미지이다”며 “김사균 시인에게 있어 새의 이미지는 자연의 생명력이나 인간의 꿈과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김 시인의 시조에는 오색찬란한 역동적인 특성을 보이기 위해 시인은 색의 대조와 조화를 미를 형성하기도 한다.
긴 불빛/ 마저 꺼지고/ 모두가/ 창 닫은 야반/ 여한을 문/ 푸른 / 비수 꽂는 소리/ 선혈진/ 밤을 써레질하며/ 하얀 어둠/ 태운다 <시조 `추야장' 전문>
`선혈진 밤'은 붉은색과 검은색이 대비를 이루며 `하얀 어둠' 역시 색의 대비를 이루고 있다. 굳이 색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시인은 시각적으로 강렬한 색의 대비를 제시하면서 인상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김 시인은 `시조문학'으로 첫 등단해 시조집 `등물치는 女人', `마지막 달력' 등에 이어 8번째 시조집을 출간했다. 시인은 현재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조시인협회, 시조문학작가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최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