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가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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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종 애
(경남문인협회 회원) (의령문인협회 회원)
쳇바퀴
다람쥐야 쳇바퀴를 돌리면 비루한 일상을 뛰어넘은 푸른 숲이 돌고 대지가 돈다 다람쥐야
소담한 꽃이 피고 지고
거기 햇빛과 또 달빛 몇 억 광년이 쌓인 까마득한 시간을 돌리면 다람쥐야
그 안에는 시간의 되풀이가 무늬로 녹아든 꽃잎처럼 네 어미가 있고 식솔들이 사는 내 나라가 있단다
은빛 바퀴살들이 자전거를 돌리듯 네 두 발의 거대한 힘살들로 쳇바퀴를 돌리면 이 지구가 돈다 이 우주가 돈다
<시작 노트>
벽에 갇힌 다람쥐는 산천을 달리던 수천 킬로의 거리를 늘리고 늘려야 한다. 쳇바퀴 하나로 몇 킬로나 길을 만들 수가 있을까. 끝없이 쳇바퀴를 다람쥐는 돌려야 한다. 그러면서 다람쥐는 자신의 내면세계 또한 넓혀간다. 과거의 아름답던 세계를 돌려 세우고 미래의 희망까지 앞당겨 놓아야 한다. 우리 인생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는 것이 아닌가. 오늘도 어제가 반복되고 내일은 틀림없이 또 오늘과 같을 것이니 우리도 한 마리 다람쥐일 것이다. 이 한여름 열심히 바퀴를 돌려 산바람도 바다의 파도소리도 시원히 불러오도록 하자. 그래서 다시 뜨는 태양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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