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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탁은 중립지. ⓒ 의령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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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진 개인전 팸플릿 표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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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령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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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 소멸 위기 속에서 ‘비어감’의 미학을 예술로 승화하는 자생적 문화 움직임이 의령군에서 피어나고 있다. 주체가 떠나고 온기마저 식어버린 공간을 방치하는 대신, 지역의 이야기와 예술적 온기로 채워 넣는 실험들이 이어지며 소멸 위기를 온몸으로 견뎌내는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화두를 던진다.
의령군 의령읍에 위치한 ‘의령 빈집 미술관’에서는 특별한 개인전이 지난 11월 3일부터 28일까지 열리고 있다. 김동진 작가의 개인전 《빈집 예술 실험 : 식탁은 중립지대(THE TABLE IS NEUTRAL GROUND)》.
이번 전시는 가족 간의 갈등과 단절, 그리고 그 속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을 ‘식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다루며, 참여자들의 심리 상태와 주관적 시선을 묘사한 가상의 가족 이야기를 담아냈다.
전시가 열리는 공간의 상징성은 무척 크다.
전시 팸플릿에서 밝히듯, “전시 장소는 의령 읍내의 빈집이다. 사람은 떠났지만 구조의 흔적은 남아 있는 이곳”에 작가는 또 하나의 가상의 가족 이야기를 겹쳐 두었다. 비어 있는 방마다 가족의 숨겨진 텍스트를 숨겨두고, 관람객이 스스로 발걸음을 옮기며 이 가족의 서사를 찾아내고 감상하게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취했다.
이는 단순히 빈 공간을 빌려 작품을 벽에 거는 일반적인 대관 전시와는 궤를 달리하며, 지역이 당면한 ‘비어감’이라는 현실적 맥락과 현대 사회의 가족 단절이라는 주제의식을 완벽하게 결합한 진정한 의미의 ‘예술 실험’이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가상의 인물인 ‘지우’의 시선과 기억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다채로운 작품들이 빈집의 구석구석을 채우며 관람객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 《식탁은 중립지대》: 지우의 생일날 식사 장면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가족 구성원들이 심해 속에서 생각과 감정을 주고받는 듯한 몽환적이면서도 단절된 분위기를 연출하여 가깝고도 먼 가족의 역학 관계를 시각화했다. • 《또 어떤 가족 이야기》: 캔버스에 콜라주 기법을 적용한 작품으로, 지우가 교과서에서 읽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소재로 진행한 미술 치료 상담 내용을 담아내어 개인의 상처와 치유의 과정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 《강아지 그림자》: 떠나보낸 반려견의 기억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꿈속에 다시 나타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사랑하는 마음이 클수록 언제나 잃을 수 있다는 불안도 함께 커진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따뜻하면서도 애틋하게 포착했다. • 《달집태우기》: 정월대보름에 달집을 태우며 새 달을 맞이하는 풍습을 이별에 빗댄 연작이다. 사랑했던 사람과 함께 만든 시간을 태워 보내며 이별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내면의 과정을 담아냈다. • 《가족과 함께한 저녁》: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는 평범한 장면을 소박하게 담아냈지만, 그 안의 작은 소품과 인물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가족 사이의 보이지 않는 관계와 각자의 상황을 숨겨두어 숨은 그림 찾듯 음미하게 만든다.
‘빈 공간의 예술화’는 비단 미술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의령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자생적 문화예술 단체 ‘빈자리음악단’의 행보 역시 이와 깊은 궤를 같이한다. 빈자리음악단은 “주체가 떠나버린 빈 공간에 아름다운 음악으로 영혼을 불어넣는다”는 모토 아래, 주인이 떠난 빈집, 활기를 잃은 빈 상가, 고요가 내려앉은 옛 기차역 등 우리 주변의 소외된 공간들을 무대 삼아 게릴라식 음악회를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오늘날 인구 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되는 의령의 현주소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사람이 떠나고 공간이 비어가는 현상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피할 수 없는 쓸쓸함과 위기감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지역의 예술가들과 주민들은 이를 단순히 ‘황폐화’로 받아들이는 대신, 문화적 생명력을 불어넣는 ‘기회의 공간’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김동진 작가는 전시를 통해 “이 전시의 가족은 아직 변화의 과정 안에 있고, 해결되지 않았고, 당분간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소멸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과 지역의 위기 역시 당장 완벽히 해결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빈집에 온기를 불어넣는 예술 실험과 빈자리를 음악으로 채우는 소통의 장이 지속되는 한, 소멸의 틈새는 절망이 아닌 새로운 연대와 로컬 문화의 가능성으로 채워질 것이다. 유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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