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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류 입사지.(사진 제공 = 황성철 의원 8월 5일 촬영) ⓒ 의령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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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류 벽계지. (사진 제공 = 황성철 의원 8월 21일 촬영) ⓒ 의령신문 |
| 지난 8월 15일부터 사흘간 의령군에는 평균 147㎜의 단비가 내렸다. 타들어 가던 논밭을 적시고 가뭄의 급한 불은 껐지만, 마음 한구석의 찜찜함마저 씻겨 내려간 것은 아니다.
이번 비는 가뭄의 근본 원인을 해결한 ‘치유'가 아니라, 잠시 고비를 넘기게 해준 ‘임시 처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제 단비가 준 안도감을 넘어, 우리 앞에 다가온 수자원 위기의 본질을 냉정히 직시해야 한다.
의령의 젖줄이자 농업의 근간인 저수지들은 여전히 만족스러운 저수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농촌용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16일 기준 관내 저수지 평균 저수율은 27.3%에 그쳤다.
평년(71.0%)이나 전년 동기(85.5%)와 비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의 ‘최악의 수치’다. 군내 최대 규모인 용덕 가미 의령저수지마저 38.6%에 머물렀고 서암(12.6%), 천락(18.0%), 궁류(24.8%·사진) 등 주요 대형 저수지 수위는 마지노선 아래로 떨어졌다. 표촌(3.6%), 유곡(6.5%), 천곡(8.7%) 저수지는 10% 미만의 ‘심각’ 단계에 진입하며 바닥을 훤히 드러냈다.
현장에서 들려오는 농민들의 탄식은 단순한 한해(旱害)의 고통을 넘어섰다. 지난 8월 12일 농사를 짓고 있다는 박 모(89)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충격을 받고 취재를 하게 되었다.
박 모 어르신은 “지난 장마 전에 비가 오는 것을 보고 저수지 물을 빼도 될 것인데 미리 빼버렸다. 그런데 이번 장마에 비가 내리지 않아 이렇게 되었다”고 원망하며 탄식을 하였다. 이번 가뭄이 단순히 “비가 안 와서” 생긴 일시적 불운이 아니라는 점이다. 환경부와 기상청의『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보고서는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 가속화로 폭염과 가뭄의 빈도가 급증하고, 지하수 고갈과 토양 탄소 흡수 한계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과학적 진단이다. 의령의 저수율 급감은 지구적 기후 리스크가 우리 앞마당까지 밀려왔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제 관행적인 가뭄 대응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가뭄이 닥칠 때마다 관정을 파고 굴착기를 동원하는 일회성 응급조치로는 상설화된 기후위기 시대를 견뎌낼 수 없다.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한 ‘지속 가능한 기후 적응 대책'으로 정책의 패러다임을 대대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첫째, ‘스마트 수자원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ICT 기반의 실시간 수위 및 토양 습도 모니터링을 통해 관개용수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바닥의 대규모 퇴적토 준설 작업을 단행해 향후 강우 시 유효 저수 용량을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순환형 대체 수자원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기후 보고서들이 경고한 지하수 고갈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우기철 남아도는 표류수를 지하 수층에 저장하는 ‘지하수 저류지’ 조성과 하수처리수 재이용 체계를 조속히 재정비해야 한다.
셋째, 농업 구조의 기후 적응형 전환이다. 물 소비를 대폭 줄이는 점적 관개(Drip Irrigation) 기술을 농가에 적극 보급하고, 고온과 가뭄에 견디는 내건성 대체 작목으로의 전환을 지자체 차원에서 기술적·재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끝으로, ‘의령군 기후위기 적응 종합계획’ 수립과 전담 T/F 가동이 필요하다. 지자체 맞춤형 수자원 지도를 작성하고 범군민 물 절약 운동을 체계적으로 전개할 실행 동력을 즉시 확보해야 한다.
의령은 예로부터 위기 앞에서 나라를 구했던 의병의 고장이다. 거대한 기후위기라는 적 앞에서도 의령은 선제적이고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단비로 한숨을 돌린 바로 지금이 냉정하게 미래를 준비할 골든타임이다. 저수율 27.3%라는 숫자를 일시적 가뭄의 비극으로 남길 것인가, 아니면 ‘기후 적응 선도도시'로 거듭나는 전환점으로 삼을 것인가. 의령군과 지역 사회의 지혜로운 결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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