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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서는 ‘봉사왕’, 죽어서는 의대 시신 기증 삶 완성하신 공도연 어르신 ‘영면’

돌아가신 뒤 해부학 실습 활용
3년여 만에… 같은 길 걸은 부군
박효진과 함께 화장 ‘여정’ 마쳐

박정희∼문재인정부 60여 회
표창·국민훈장 석류장… “봉사,
세끼 밥 챙기듯 당연” 생활화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24일
▶고 공도연 할머니의 운구가 진주안락공원에 도착하자 유족들이 관을 붙잡고 오열하며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 의령신문

 
▶생전 공도연 할머니.  
                              ⓒ 의령신문  
의령지역 사회에서 ‘봉사왕’으로 불리며 평생 이웃 사랑을 실천해 온 고(故) 공도연 할머니가 별세한 지 3년여 만에 모든 봉사 여정을 마치고 마침내 영면에 들었다. 의령군에 따르면 공 할머니와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고(故) 박효진 어르신은 지난 8월 14일 진주시 안락공원에서 함께 화장됐다. 부부의 유골은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안치되어 향후 30년간 모신다.

공 할머니는 지난 2022년 9월 13일, 향년 82세로 별세했다. 유족들은 “시신을 의대에 기증하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라 시신을 경상국립대 의대에 기증했다. 이에 앞서 2022년 4월 세상을 떠난 부군 박 어르신 역시 시신 기증의 뜻을 남겼고, 부부는 병원 보관을 거쳐 올해 7월 말까지 의대생 해부학 실습 및 교수진 임상 연구에 활용된 뒤 함께 화장 처리됐다.

장남 박해곤 씨는 “부모님을 떠나보낸 뒤에도 자식으로서 늘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며 “이제 두 분이 하실 일을 모두 마쳤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놓이면서도 마지막으로 보내드리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도 크다. 오랫동안 어머니를 기억해 준 군민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장녀 박은숙 씨는 “엄마에게 봉사는 삼시 세끼 자식 밥을 챙기는 것처럼 당연한 일이었다. 가족을 돌보듯 정말 많은 사람을 거두고 살았다”며 “얼마 전 꿈에 엄마와 아버지가 깨끗한 옷을 입고 함께 나왔다. 돌아가시고 3년 넘게 차가운 병원에 계셨는데 이제 마지막 봉사까지 다 마치고 좋은 곳으로 가시는 것 같다. 엄마의 10%라도 닮아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공 할머니의 봉사 인생은 고난의 현대사와 맞닿아 있다. 17세에 천막집에서 시집살이를 시작한 할머니는 이웃에게 밥을 동냥할 만큼 혹독한 가난을 겪었다. 낮에는 남의 집 밭일과 봇짐장사를 하고 밤에는 뜨개질을 해서 살림을 일궜다. 형편이 나아진 30대부터는 본격적인 사회봉사에 나섰다. 새마을부녀회장을 맡아 마을 소득 증대 사업을 이끌었고, 사비를 털어 마을 간이상수도 설치와 지붕개량 사업을 지원했다. 

마을 주민들은 고마움의 뜻을 담아 1976년 송산국민학교에 ‘사랑의 어머니’ 동상을 건립하기도 했다. 1985년에는 의료시설이 없어 고통받는 주민들을 위해 사재로 대지 225㎡를 구입해 의령군에 기탁, 송산보건진료소를 개설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80세가 넘어서도 35㎏의 작은 체구로 리어카를 끌며 나물을 팔고 고물을 주워 번 돈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했다. 박정희정부부터 문재인정부까지 60여 차례의 표창을 받았으며, 2020년에는 사회공헌과 모범 노인 자격으로 국민훈장 석류장을 수훈했다.

공 할머니가 남긴 한 권의 ‘봉사일기’에는 평생의 삶 철학이 담겨 있다. “가난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가난의 아픔과 시련을 알지 못할 것이다. (중략) 없는 자의 비애감을 내 이웃들은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고 싶습니다.” (일기 내용 중) “어려운 사람, 아픈 사람이 차에서 내리고 하는 게 사방에서 다 보이는데 일일이 모두 다 보살피지 못해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2002년 11월 12일 일기 중)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물 아껴 쓰고, 환경 오염시키지 말고, 젊은 사람들이 자식 2명은 낳아야 할 텐데”라며 남겨진 이들을 염려했던 고인의 말씀과 삶의 궤적은 지역 사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강윤식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장은 “공도연 할머니가 의령에서 ‘봉사왕’으로 불릴 만큼 오랫동안 이웃을 위해 살아온 분이라고 들었다”며 “시신 기증은 의학교육과 의학 발전에 큰 힘이 되는 숭고한 나눔이자 그 자체로 엄청난 봉사다. 고인의 소중한 기증은 훌륭한 의료인을 길러내는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오태완 의령군수는 “공도연 할머니는 평생 이웃을 위한 나눔을 삶으로 보여주시고 마지막까지 봉사로 삶을 완성하신 분”이라며 “의령군민과 함께 그 뜻을 오래도록 기억하겠다”고 추모했다. 전재훈 기자

▶고 공도연·박효진 부부의 장녀 박은숙 씨가 나란히 화장되는 부모님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고 있다.                                                                                              ⓒ 의령신문

▶고 공도연·박효진 부부의 유골함이 화장을 마친 뒤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나란히 안치됐다.                                                                         ⓒ 의령신문
▶고 공도연·박효진 부부의 유골이 경상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생명존중실에 안치된 뒤 유족들이 두 사람의 마지막 안식처를 바라보고 있다.                                              ⓒ 의령신문

▶고공도연할머니기록한봉사기록일기.                                                  ⓒ 의령신문
▶고 공도연 할머니가 평생의 봉사활동을 빼곡히 적어 내려간 ‘봉사기록일기’.  ⓒ 의령신문




의령신문 기자 / urnews21@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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