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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지난 8월 18일 아침 대의면 구성마을 차화자(여·85)님이 출근하는 기자를 붙잡고 “이제 배나무 가지까지 다 부러뜨리고 배 농사도 수확할 것이 없을 것 같다”며 하소연 했다. 그는 30여 년 구성마을 과수원 8,202㎡에 자두 복숭아 배를 재배하며 생활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 남편과 같이 과수농사로 생활하다가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난 후 주말에 간혹 찾아오는 아들의 도움으로 혼자서 과수원을 운영해 오고 있다. 과수원은 구성마을 가운데 뒤편에 야산을 끼고 주변에는 민가들이 있어 그 동안 멧돼지의 출현은 없었던 농장으로 올해 6월 자두가 익어갈 무렵부터 출몰하기 시작해 현재까지 두 달째 자두와 복숭아 그리고 배까지 차례차례 먹어치워 과수원 바닥에는 과일을 싼 봉지가 널브러져 있을 뿐만 아니라 나뭇가지들을 부러뜨려 내년 농사도 걱정하게 하고 있다. (사진)
또 대의면 구성마을 입구 30평정도 고구마 밭이 4일째 파헤쳐져 22일 새벽 이점자(여·64) 씨는 돼지에게 빼앗기기 전에 수확해야 한다며 고구마 줄기를 제거하고 있었다.
대의면 모의골에도 동네 가까이 멧돼지가 출몰한다는 행정리 주민의 전언도 있었고, 평촌마을 동네 가운데 있는 팔각정까지 내려온 것을 목격했다는 주민의 전언 그리고 다사마을에서 멧돼지 6마리가 잡혔다는 이야기는 많은 주민들에게 걱정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의면뿐만 아니라 의령군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의령군에 따르면 군 전역에 멧돼지가 출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멧돼지 포획 숫자가 지난 8월 18일 현재 554마리로 집계됐다. 올해 8개월 동안의 포획 숫자가 벌써 지난 2022년 588마리, 2023년 654마리 등 연간 포획 숫자에 육박했다. 지난 2024년에는 연간 884마리나 포획돼 숫자가 급증했다.
앞으로 올해 남은 4개월이 멧돼지가 가장 많이 출몰할 시기라 대책이 수립 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생업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야간 동네 마을돌이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8월 18일 현재 신고된 피해는 24건에 1천787만원으로 지난 한 해 신고 된 29건 1천637만원의 신고대비 건수는 83% 신고액은 109%에 달한다.
최근 이렇게 멧돼지의 출현 빈도가 높은 현상에 대하여 일부 주민들은 올해 3월 영남권 대형 산불 피해에 이어 지난 7월 대의면 합천군 산청군 집중호우 피해까지 겹쳐 야생동물들이 몰려들어 개체수가 늘어난 것이 아닌가 하고 조심스럽게 진단하기도 했다.
지방일간지 8월 17일자 보도에 “지리산 최상봉 해발 1800∼1900m 일대가 야생 멧돼지들의 먹이 사냥터로 변하고 있어 지리산국립공원 당국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는 기사가 있었으며, KBS 방송에서도 멧돼지 피해에 대해 언급한 뉴스가 방송되었다. 임업신문 8월 14일자에는 “산양삼 멧돼지 피해 현장 리포트”라는 기사와 사설까지 게재하는 등 문제의 심각성을 보도하였다.
한편, 의령군은 청정 자연과 공생하는 건강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야생동물 피해 예방시설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 내용은 농가당 총사업비 60%를 200만원 한도로 철망울타리나 전기(태양광)울타리 등의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보상은 의령군에 주소를 두고 실제 거주하며 농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에게 피해 산정액의 40%에서 80%범위 내 지원하고 있다. 또 의령군은 모범 엽사 30명으로 구성된 유해야생동물피해방지단을 운영하고 있다.
피해발생시 각 면사무소에 신고하면 면사무소에서 엽사들에게 신고자 연락처를 통보해 상호 출몰장소를 확인 한 후 엽사가 출동하여 포획을 시도하는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포획된 멧돼지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 방지를 위해 가체처리 및 혈액시료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유해야생동물피해방진단의 임우성 엽사(獵師)는 지난 22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피해를 입은 초기에 신고하셔야지 포획 확률이 높은데 보통은 많은 피해를 당하고 나서 신고를 늦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돼지들은 같은 장소로 돌아오는 주기가 약 2주정도로 신고가 늦으면 늦은 만큼 피해가 크고 포획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멧돼지가 동네 가운데까지 들어올 경우 엽사들은 민가 100m이내 총기 사용에 어려운 점이 많다. 그래서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빠르다”며 “총 쏘고 나면 민가와 상당히 먼 거리에 있어도 경찰에 민원을 제기하는 예가 있어 총을 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리고 행정에서도 신고가 들어오면 복수의 엽사들에게 메시지를 주어야 출몰지역 인근에 있는 엽사가 출동해 빠른 포획이 가능 할 것이라고 했다. 전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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