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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령신문 |
| 의령을 대한민국 부자 1번지라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저 엄혹한 대일항쟁기에 백산 안희제 선생은 상해임시정부에 60% 이상의 독립자금을 보냈고, 만석꾼 부자 남저 이우식 선생은 조선어학회에 전 재산을 내놓았다. 사업보국을 내세운 호암 이병철 선생은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을 창업했고, 관정 이종환 선생은 아시아 제일의 교육재단을 설립했다. 서민들의 삶도 먹고 살 정도는 된다. 이만하면 의령사람들은 가히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그러나 우리는 왜 의령에 부자가 많이 나오고, 어떻게 부를 창출하게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풍수학자들은 명당이 있어 부자가 많다고 한다. 지리산에서 발원한 남강물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감돌아드는 백수白水 때문에 부자가 나온다는 속설도 있다. 솥바위 반경 20리 안에 대한민국 3대 부자가 난다는 전설까지 있다. 과연 그럴까.
우스개로 하는 말이라면 모르지만, 이런 이유로 부자가 됐다고 하면 아무래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더욱이 선열들이 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 피와 땀을 부정하는 말이 되어 더욱 난감하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위렌 버핏은 명당, 백수, 솥바위가 없어도 세계적인 부자가 됐다. 그들이 부자가 된 것은 한결같이 상상력이 뛰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부자 자랑을 하기 위해서는 부자가 된 이유를 보다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의령도 마찬가지다. 의령사람이 부자가 된 것은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 덕분이다. 안희제 선생이 백산무역의 문을 열고, 이우식 선생이 원동 무역을 운영하였으며, 이병철 선생이 삼성물산을 창업한 것은 남다른 상상력과 에너지의 산물이다. 연구에 의하면 상상력은 어휘력에 의해 확장된다고 한다.
상상력(想像力, imagination)은 경험하지 않은 것, 현재에 없는 대상을 직관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능력을 말한다. 정신적인 이미지와 감각을 통합하는 상상력은 지식을 이해하고 경험을 융합하는 길라잡이로 풍부한 어휘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상상력은 인류 문명의 시작과 함께 문화와 신화, 전설에 의한 문학 작품이 근원적인 힘이 됐다. 인류의 상상력은 태초부터 발현되었으며, 자연현상을 활용하는 상상력이 작동했기에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작가의 작품이 상상력과 어휘력에 의해 창작되듯이 부자들의 재력 또한 상상력에서 축적됐다.
세상을 바꾼 부자들은 사기꾼으로 몰릴 만큼 엉뚱한 상상력의 달인이었다. 의령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학문을 숭상했다. 근세에 들어와서는 언어학을 전공하는 학자들까지 나왔다. 말모이의 주인공 이극로 박사,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박사, 한글학회장을 지낸 김승곤 박사, 창원대 인문대학장을 지낸 전문수 박사가 뿌린 상상력과 에너지는 실로 엄청난 자산이다.
더 나은 의령의 미래를 위해 우리는 상상력을 강화해야 하고, 어휘력을 신장해야 하겠다. 다행히 의령에는 천강문학상을 제정하여 문학의 성소로 자리매김하고, 국어사전박물관을 건립하여 국어의 성지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 일은 대한민국 부자 1번지 의령의 미래를 위해 초점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다.
의령에 부자가 많이 나온 것은 명당, 백수, 솥바위 때문이 아니라 상상력과 어휘력, 끈질긴 에너지의 산물이다. 돈은 언제든지 사라질 수 있다. 의령의 부자들은 돈만으로 만족하지 못했다. 더 나은 세상,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살았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상상력을 가르고 어휘력을 신장하려는 강력한 에너지로 좌충우돌해야 한다. 의령의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부자에 대한 꿈을 꾸고, 더 나은 자신을 상상하면서 더 큰 부자가 되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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