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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스키장에서 봤던 한국인의 역동성

문남선(수필가)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2년 04월 20일











▲ 문남선(수필가)
사람마다 각자의 개성이 있듯이 나라마다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에 녹아든 국민성이 있다
. 각 나라의 국민성과 문화를 가늠해볼 수 있는 일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큰일을 당했을 때, 술자리와 여흥, 스포츠, 거리의 문화 등을 통해서도 대체적인 국민성을 짐작할 수가 있다.


예를 들자면 20113월 후쿠시마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일본인 특유의 국민성을 볼 수 있었다. 상상을 초월한 참혹한 재해를 당하고도, 절제된 감정으로 질서의식이 투철했던 그들의 행동에 전 세계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언론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 언론은 대형 사건이 터지면 보도 이후의 후유증 같은 것은 아랑곳 하지 않고, 마구잡이식 보도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다. 하지만 일본의 언론은 자국민의 깊은 아픔과 상처를 감안하여 상당한 부분을 충분한 여과과정을 거치며 보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이런 부분도 그들의 국민성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우리가 본받아야할 점이 아닐까싶다.


하지만 이런 면이 다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도덕성과 질서의식이 투철하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감정의 절제를 지나치게 요구하는 사고방식이 몸에 배이다 보면 창의성과 독창성이 떨어진다는 반사적인 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의 국민성은 어떨까? 우리 민족은 중국과 일본의 틈새에서 끊임없는 외세의 침입을 받고도 반만년 역사를 지탱해 온 대단한 민족이다. 이런 대단한 역사의 이면에는 우리 민족의 국민성이 한 몫을 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최근 세계 청소년에게 감동과 활력의 돌풍을 일으키며 한국의 경제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는 K-POP 열풍, 한국 드라마를 통한 한류열풍 등은 일본처럼 절제 된 감정을 요구하는 문화에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외국인이 한국인을 통해서나 한국을 방문할 때 이색적으로 느끼는 몇 가지 점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밤 12시경 학교 운동장이나 공원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고 놀란다고 한다. 저녁 8시만 되면 거리가 한적해져 돌아다니기조차 무서운 나라가 태반인데 우리의 경우 저녁 8시는 완전 초저녁에 해당한다. 특히 자정이 넘은 종로 거리는 대낮같은 불야성을 이루고 수산시장 같은 곳은 오히려 그 시간이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해당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7년 전 한 달간의 유럽 배낭여행을 떠났던 아들이 프랑스의 PC방을 갔을 때, PC방주인이 자기네 가게는 오후 6시면 문을 닫는 타 가게와는 달리 밤 9시까지 영업을 한다며 자랑하더라는 말이 생각난다.


새벽까지 영업하는 것이 기본인 우리의 PC방 문화에 익숙한 아들의 눈에 그의 자랑이 오히려 이상했으리라. 우리의 경우는 24시 편의점, 24시 해장국, 24시 찜질방……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형마트까지 24시 영업을 하는 곳들이 있다.


정말 밤을 잊고 사는, 대단히 부지런한 민족이다. 이런 지독한 부지런함과 적극성을 가진 민족이 세계 각국으로 이민을 떠나고 또 이민 간 한국인들은 대부분 그 나라에서 중류이상의 생활을 누리고 있다. 이 또한 우리의 국민성과 결코 무관하지 않은, 세계 속의 한국을 만들어 내는 우리의 국력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십여 년 전 어느 교수님께 들은 이야기다.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 우산이요!’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제일먼저 우산을 들고 나오는 민족이 한국인이라고 했다. 이런 잽싼 행동이 국내 부동산도 모자라 때로는 해외 부동산까지 들썩이게 만드는 일에 일조를 했던 경우가 있으니 참으로 대단하지 않은가.


그런데 올 초 스노우 보드광인 아들 때문에 야간 스키장을 찾았던 일이 있었다. 금요일 오후 일행과 함께 아들은 용인의 G스키장으로 떠났다. 그런데 토요일 새벽 1시경 고요를 깨우는 핸드폰 소리에 뭔가 불길한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들에게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스키장 의무실 여직원 말이 아들이 다쳐서 스키장의 의무실에 있으며 잠시 후 용인의 S병원으로 옮긴다고 했다.


자다 말고 남편과 함께 부랴부랴 차를 몰고 용인의 S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해 아들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니, 급하게 튀어나온 초보 여자 스키어를 피하다 일어난 사고로, 다행히 골절은 아니고 어깨 쪽 인대가 늘어나고 금이 간 듯해 보인다는 소견이었다.


병원에서 아들을 태우고 함께 간 일행에게 소지품을 받기위해 스키장으로 향할 때였다. 멀리서 온 산을 하얗게 밝힌 불빛이 참으로 경이로웠다. 그런데 스키장에서는 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새벽 3시가 지난 영하의 날씨에 리프트에 몸을 싣고 산꼭대기로 향하는 수많은 스키어들과, 산꼭대기에서 칼바람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내려오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꼭 별천지에 온 것 같았다. 게다가 더 놀라운 일은 서너 개의 주차장이 아예 차들로 꽉 들어찼다는 점이다.


모두들 환한 불빛 아래서 정말 미친 듯이 격렬한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국이 아닌 지구상의 어느 나라에서 이러한 진풍경을 구경할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역동성이 우리 민족의 핏속에 면면히 흐르는 한, 한국은 세계 속에서 여러 면에서 우뚝 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국민성이 우리들의 핏속을 흐르는 한 한국인은 후퇴보다는 전진 할 수밖에 없는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말 대단한 역동성을 지닌 민족임에 틀림없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2년 04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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