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을 좋아하는 세상이다. 차도 커야 하고, 집도 커야 하고, 사람도 커야 한다. 작은 것은 용서가 안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과연 그럴까. 그렇게 큰 것만이 좋은 것일까.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것은 작은 것에서 출발했다. 태산을 정복하는 것도 한 걸음에서 시작되었고, 위대한 사상도 작은 생각을 익히는 데서 출발했다. 작은 씨앗이 자라 큰 재목이 된다. 씨앗은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그 작은 씨앗 속에 생명이 있고, 미래가 있다. 아름다운 것은 작은 것 속에 감추어져 있다. 생각이 깊어지면 깨달음이 오고, 생각이 체계화되면 위대한 사상이 된다. 작은 깨달음이 영원한 진리의 세계를 열게 된다. 가능성과 잠재력을 자르는 것은 죄악이다.
시군 통합 논의가 한창이다. A시와 B군이 통합을 하겠다고 나서고, 갑군과 을군이 통합을 하겠다고 야단이다. 어찌 보면 효율성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서로가 이익을 보려는 복잡한 계산법이 깔려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 의령은 다른 시군과 통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것을 특성화 하여 더 잘 사는 고을로 발전시켰으면 한다. 여태까지 잘 지내던 이웃 고을이 자기네만 잘 살아 보겠다고 조금 이익이 되고, 조금 더 도움이 되는 고을과 통합을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은 마치 잘 사는 집에 딸을 시집보내려는 부모마냥,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우리 의령은 면적이 좁고, 인구가 적어도, 소득이 낮아도 의령군 그대로 존속하였으면 좋겠다. 의령은 마땅할 ‘의(宜)’ 편안할 ‘령(寧)’을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를 직역하면 ‘마땅히 편안해야 하는 고을’이라는 의미를 풀이할 수 있다. 의령은 조상 대대로 평화롭게 살아온 의로운 고장이다. 비록 규모는 작지만, 그 어느 시군보다 많은 인물을 배출했으며, 기개도 드높았다. 의령 출신 향우들은 지금도 팔도강산에서 의령인임을 자랑하며 제 역할을 튼실하게 하고 있다.
누가 의령을 면적이 좁고, 인구가 적다고 하는가.
바티칸시국의 영토는 0.44㎢이고, 인구는 1,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엄연히 하나의 독립국으로 존재하고 있다. 모나코는 2.02㎢의 영토에 인구 35,400명이고, 리히텐슈타인공국은 160㎢면적에 인구 34.500명의 작은 나라다. 그에 비하면 의령은 482.91㎢면적에 인구 3만162명으로 바티칸 시국보다는 엄청난 대국이고, 모나코나 리히텐슈타인공국보다는 훨씬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다. 하나의 공화국을 이루어도 될 만한 크기의 면적과 인구를 갖고 있다는 말이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 아이의 손등을 보라. 얼마나 아름다운가. 돈의 크기는 작아지고, 핸드폰도 작을수록 인기다. 사람들은 작은 것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의령은 옛날부터 면적은 좁았고, 인구도 적은 고을이었다. 그래도 당당하게 나라를 지키는 의병장이 있었고, 최고의 경제인을 배출했고, 최고의 지성과 문화 사상가를 배출했다. 작지만 똘똘 뭉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의병의 날’ 제정이 바로 그 좋은 사례다. 작은 것은 아름답다. 통합을 한 후 서로 제 몫을 찾겠다고 싸우는 모습은 얼마나 볼썽사나운가. 의령은 규모가 작은 고을이지만, 작으면 작은 그대로 보전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