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1=0. 참으로 희한한 수식이다. 관념화 된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다. 『디테일의 힘』을 저술한 중국의 왕중추(汪中求)는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한다. “한 중국 기업이 유럽에 냉동새우 1000t을 수출했다. 통관절차를 밟던 중 이물질이 발견됐다. 0.2g의 항생제가 문제였다. 새우를 손질하던 직원의 손에 묻어 있던 약이 섞여 들어간 것이다. 결국 이 새우는 전량 폐기됐다. 0.2g이 50억 배에 달하는 1000t 물량의 수출을 망친 것이다. 왕중추는 그 원인을 디테일(Detail)에서 찾는다. 섬세함이 결여되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이보다 더 엄청난 예를 쉽게 들 수 있다. 작은 실수로 한 해 농사를 망친 경우는 말 할 것 없고, 작은 부주의로 생명을 잃는 경우를 본다. 유명인사가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법조계 수장인 유태흥 전 대법원장은 한강에 투신했고,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은 회사건물에서 몸을 던졌다. 안상영 부산시장, 박태영 전남지사,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 탤런트 최진실, 박용하, 노무현 전 대통령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자살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들의 자살은 ‘베르테르 효과’까지 동반하여 우리 사회에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다.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그 원인은 작은 일에서 출발한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작은 일 하나가 결국 전체를 잃어버리게 하는 동인이 된 다. 이렇게 보면 100-1=0의 가설은 확실하게 성립한다.
우리 사회는 고도경제성장과정을 거치면서 효율과 성장이라는 외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진해왔다. 갈등과 대립, 질시와 증오의 소용돌이를 벗어나지 못한 채 스트레스를 양산하게 됐다. 권력과 부의 정점에 이를수록 이를 유지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다보니 더 큰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힘들게 쌓아 올린 명예와 자존심이 무너지는 것을 견디지 못해 제로(0)가 되는 극단적인 행동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는 좀 더 섬세해야 하며, 절제된 사색이 요구된다. 인문학의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도입하여 가치와 원칙을 존중하는 풍토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되새기면서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품격 높은 삶을 추구해야 한다.
일찍이 노자는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일에서 만들어지며, 세상의 큰일은 반드시 작은 것에서 비롯되어진다(天下難事必作于易 天下大事必作于細)”고 했다. 작은 일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경고다. 그렇다. 가랑비에도 옷은 젖는 법.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고, 가래로 막을 일을 포클레인으로도 막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 100-1=0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이 발전한 현대적 경고 메시지다. 도덕성을 겸비하지 않은 명예와 권력은 사상누각임을 깨닫고, 자신을 보다 섬세하게, 보다 엄정하게 관리해야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