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교육대학교의 총장으로서 직면하는 가장 큰 애로가 고액기부자를 찾는 일입니다. 김밥할머니도 그 지역의 비교적 규모가 큰 대학교에는 선뜻 기부를 하여도 교육대학에 기부할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가 지원하는 재원만으로 청주교육대학교를 발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처럼 경쟁을 유도하는 사회에서는 발전기금 모금이 곧 장학금지급률 등과 직결되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하게 부각됩니다. 따라서 동문이나 학부모를 비롯한 그 지역사회의 유력한 지원자를 찾아나서는 것이 대학 총장의 큰 역할 중의 하나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대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은 대개 교사이고 교육관련 업무에 종사해오고 있습니다. 가만히 살펴보면 큰 부자는 많지 않아도 탄탄한 중산층 기반을 차지하고 그 사회의 기둥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에 주목한다면 발전기금 모금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합니다. 그들에게 명분과 실리를 보장해주는 기부금 모금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하여 기부문화의 확산 운동을 벌여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장학금을 받는 데만 익숙하고 되돌려주는 데는 서툴렀습니다. 우리나라가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하는 나라로 변모하고 있듯이, 사랑도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 않으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먼저 주려고 하는 기부 문화 운동을 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08년경부터 대학가에서 릴레이 장학금이라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그것은 한 번 최초의 기부자가 장학금 재원을 출연하고 처음 장학금을 받은 학생이 나중에 취직하여 월급을 받으면 후배에게 되돌려주는 방식입니다. 참 좋은 장학금이라고 하여 몇몇 대학들이 앞 다투어 시도해오고 있지만 그 실적이 그리 좋은 편은 못되는 듯 하였습니다. 요즈음 한국장학재단에 취업 후 상환하는 든든학자금 대출 제도가 생겼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학생이 많지 않은 것처럼 릴레이장학금을 마치 빚으로 생각하는 것이 문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빚은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것으로 개인에게 강박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활성화에 실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빚에 대한 관점을 달리 할 필요가 있습니다. 빚도 엄연한 자산입니다. 누군가 나에게 빚을 질 기회를 제공하였다면 나는 여전히 발전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추후에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대학이 나에게 기부할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빚이라는 것을 조금만 잘 활용하면 아름다운 기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교육대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반드시 취직할 확률이 높으므로 취직이 되고 나면 내가 먼저 사랑스런 후배들에게 그 사랑을 되돌려줄 수 있고 또 실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하나의 기부문화운동으로 전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화를 교육대학교에서 솔선하여 만들어야 사회적 기부문화가 확산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 우리나라에서 교사는 예로부터 높은 사회적 신분에 해당되므로 그에 상응하는 도덕적 책무를 지는 것이 기쁘고 즐거운 일로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서양에서도 고귀한 신분의 위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사회적 책무를 다할 뿐 아니라 부를 사회적으로 환원하는 노블리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문화가 있었지 않습니까?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부를 획득한 사람들이 그 부를 사회적으로 환원함으로써 사회는 다시 생동력을 찾을 수 있었으며, 사회의 지도자들은 위기국면에서 앞 다투어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하는 모습을 보여 왔습니다. 요즈음 일본의 지진으로 인한 대재앙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 세계의 인류가 힘을 모으는 모습을 보면 정말 대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처럼 2010년 말 청주교육대학교에 내리사랑 장학회를 조직하게 된 것입니다. 학생들의 장학재원을 안정적으로 확충하고 졸업생 동문들의 후배사랑과 교직원들의 제자사랑 학부모들의 학교사랑 범국민의 교육사랑 욕구충족의 기회를 제공하며 졸업 후에도 선배와 학교 및 사회로부터 받은 사랑을 차세대 후배에게 전달함으로써 건전하고 지속적인 사회적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목적으로 기부금을 모금하고 장학금 받을 학생은 또 졸업 후에 내리사랑장학금 기부를 다시 약정하는 사업을 추진하였습니다.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교직원, 동문선배, 일반기업인들로부터 7200만원의 기금을 모아 72명의 학생들에게 100만원씩의 내리사랑장학금을 전달하였습니다. 물론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은 졸업 후 교사로 취직하게 되면 그 100만원의 장학금을 후배에게 되돌려줌으로써 최초 기부자의 따뜻한 사랑은 계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도 내리사랑 장학금을 위한 기금은 꾸준히 모이고 있어 올해에도 또 새로운 내리사랑 장학금을 지급하고 이를 몇 년만 계속하면 청주교육대학교는 모든 학생이 내리사랑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나중에 후배들에게 사랑을 돌려주는 따뜻한 대학으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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