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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굴산 장학회 창립 정신과 끈기를 이어 가자

허만길/문학박사, 시인 (서울 거주 칠곡면 향우)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0년 08월 18일

- 인간사랑, 향토사랑, 미래사랑의 소중한 자산 -


 


 












▲ 허만길
“가난한 사람들이 뜻을 모아 가난한 후배를 돕는 일이라서 더욱 보람 있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1972년 2월 7일 ‘자굴산 장학회’ 창립의 불을 밝히고, 2010년 8월 현재 39년 동안 자굴산 장학회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오면서, 지금도 자굴산 장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허백영 님이 1993년 자굴산 장학회에서 발간한 책 ‘자굴산’에서 되새긴 말이다.


 


자굴산 장학회가 창립될 즈음 국민은 무척 가난했다. 도시인도 가난했고, 농촌인도 가난했다. 허백영 님이 살고 있는 칠곡면을 비롯해 의령군의 어느 지역에서나 초등학교를 졸업해도 돈이 없어 중학교 진학을 엄두도 못 내는 아이들이 많았다. 또 무사히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도 학비를 내지 못해 학업을 중도에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았다.


모두가 가난했기에 누가 누구를 돕는다는 일이 쉽지 않았다. 장차 나라의 일꾼이 되어 나라의 미래를 번창시켜 나가도록 해야 할 아이들을 위해 ‘장학’에 뜻을 둔 사람을 찾기도 그리 쉽지 않았다. 농촌 지역에서는 더욱 그러하던 때의 일이다.


 


1969년 겨울 허백영 님을 비롯해 몇 사람들은 ‘자굴산 장학회’를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았다. 의령 출신의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힘이 되어 줄 방법을 생각했던 것이다. 발기인으로 참여할 사람은 장학 기금이 될 돈을 내야 하므로, 발기인을 모으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그 어려움은 전미수(의춘중학교 교감) 님이 앞책에서 회고한 글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내 앞 가리고 내 자식 뒷바라지도 힘든 때였으니, 발의 자체가 비현실적인 이상론이라고 외면당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도 그들은 끈기 있게 노력하여 20여 명의 발기인을 모았다. 발기인 한 사람이 5,000원을 기본 단위로 하여 기금을 내기로 하였다. 그 당시 5,000원은 매상 가격으로 벼 두 가마니 값으로서 쌀로는 한 가마니(5말) 값이었다고 한다. 전미수 님은 그때 농촌의 하루 품삯이 쌀 한 되 정도였으니, 쌀 한 가마니를 낸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허백영 님도 앞책에서 “여러 가지로 다들 어렵고 각박한 세태를 살다 보니, 더러는 핀잔도 받게 되고, 비웃음을 살 만한 일이기도 하리라고 짐작되었습니다만, 그래도 여럿의 뜻과 힘을 모으고 보태면서 남들이 안 하는 어려운 일을 먼저 해 보는 것뿐”이라고 했으니, 장학회 창립 당시의 어려움이 이해된다.


 


그들은 1970년 12월 25일 ‘자굴산 장학회’ 발기인 총회를 열었다. 1972년 2월 7일에는 ‘자굴산 장학회’ 창립 총회를 열어, 이사장 겸 회장에 허백영 님, 명예회장에 허인호 님을 선출하였다. 허인호 님은 의령군 용덕면 출신으로서 그때 부산에서 공직 생활을 하면서 자굴산 모임 회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그 뒤 부산 지역 의령향우회 회장, 전국자굴산모임연합회 초대 회장 등을 지냈는데, 상당한 기간에 걸쳐 자굴산 장학회를 뒷받침하면서, 장학회의 회장과 고문을 맡은 바도 있다.


1988년 12월에 발간한 ‘애향의 등불 자굴산 장학회’라는 책자에는 유의할 만한 내용들이 있다.


자굴산 장학회 창립 총회 때에는 회장과 명예회장이 개인 부담으로 창립 기념사업을 한 내용이 있다. 의령군 지역뿐 아니라, 경상남도 지역 초․중․고교 재학 모범생 254명을 표창하고, 초등학교 졸업자 3명과 중학교 졸업자 2명에게 상급학교 진학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지급했다고 되어 있다. 그 날의 감격 어린 장면이 상상된다.


그 이듬해 10월 31일에는 특별행사로서 역시 의령군 지역뿐 아니라, 경상남도 지역 중․고교 재학생 웅변대회를 개최하였는데, 그 상품 일체를 회장단(* 부회장 3명 포함)이 부담했다고 되어 있다. 이는 장학회가 단순히 장학금만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깨어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장학회는 창립 2년 뒤 1974년부터 의령군 지역 중학생, 고등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의령 출신 대학생에게도 장학금을 지급한 경우가 있었다. 1972년부터 장학금과는 별도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표창장과 상품을 수여한 일도 나타나 있다. 1974년부터 모범 교사에게 감사패와 기념품을 전달한 것도 나타나 있다.


이런 점들은 자굴산 장학회 운영이 처음부터 다원적으로 치밀하고 교육적이었음을 알게 한다.


 


자굴산 장학회는 창립 21돌이 되는 1993년에는 회원 수가 260여 명이고, 기금이 2천만 원이 넘었다고 한다.


자굴산 장학회가 가난한 시절 가난한 사람들이 아끼고 아껴 장학 사업을 펼치기 시작한 지 2010년 8월 현재 39년이라는 긴 역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의령인의 인간 사랑과 향토 사랑과 미래 사랑의 본보기로서 소중한 정신적 자산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좀 더 잘 살게 되면서 ‘장학’이라는 보람된 일에 눈을 뜬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지만, 자굴산 장학회 창립 관계자들은 장학에 눈을 일찍 뜬 의령의 자랑스러운 선도자들이다. 그 어려운 시절에 강인한 정신과 끈기로 시작한 장학회이기에 의령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앞으로도 그 정신과 끈기를 길이 이어 가고 키우는 데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0년 08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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