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작가가 쓴 위트(wit) 상식사전이란 책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어느 날 철학자와 종교인이 자신들이 주장하는 원칙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우위에 있는지에 대해 논쟁을 벌였는데 먼저 종교인이 비웃는 투로 철학자에게 말하였다고 한다. “철학자들이란 마치 어두운 동굴 안에서 눈을 가린 채 동굴 속에 있지도 않은 검은 고양이를 찾는다고 법석을 떠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라고 말이다. 그러자 철학자가 종교인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종교란 역시 어두운 동굴 안에서 눈을 가린 채 있지도 않은 검은 고양이를 찾다가 ‘내가 찾았다!’ 라고 외치는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고 말이다. 우선 필자는 글 서두에 이 위트를 언급했지만 언필칭 어떤 목적을 가지고 종교인이나 철학자를 비하 하고자 하는 뜻은 결코 아니다. 더 더구나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에 대해 따져 볼 심산(心算) 같은 것 또한 추호도 없다. 다만 금년의 6․2 지방선거를 앞둔 우리의 지방자치 현실을 이 시점에서 한번쯤 직시해 보기 위함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3공화국이 한동안 중단했던 지방자치제를 30년 만에 부활시켰다고 마냥 꿈에 부풀었다. 그럴만했던 것은 그 지방에 살고 있는 주민 스스로 주인이 되어 자기 고장을 발전시킨다고 하니 당연히 주민 입장에서 보면 크게 기대하지 않을 리가 만무했다. 그리곤 어언 19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주민 입장에서 보면 지금쯤 당당한 지방자치의 주인이 되어 있어야 할 텐데 보다 냉철히 말해 현실은 당시 기대했던 만큼의 뜻에 그다지 미치지 못했다. 우선 주인으로서 알뜰살뜰 자기 고장 살림을 꾸려나가야 하는 데 살림살이의 핵심인 재정이 자치의 너울을 쓴 채 중앙에 집중되다 보니 지방의 주인들이 어쩔 수 없이 중앙에 의존하는 형편이 되었다. 그런 가운데 중앙과 지방간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상대방에 대한 시각 차(差)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중앙은 중앙대로 지방이 물쓰듯 예산을 허투로 쓰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지방은 지방대로 중앙에서 돈을 적게 주니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그러면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은 엄연히 지방자치의 주인으로 존재하면서도 자치가 나완 크게 상관성이 없는 어떤 영역 밖의 일로 받아들여 서서히 무관심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지방화 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주민 참여의식 저조라는 성찰의 꼬리표마저 남기게 되었다. 이 점을 과히 종교인과 철학자의 옳고 그름에 대한 논쟁의 위트에 비교하면 너무 과장된 필자의 비약일까.
그렇지만 어느 누가 더 옳고 그런가를 따지기 이전에 분명한 사실 하나는 존재한다. 재정이 중앙에 몰려 있든 지방에 보조되었든 그 예산을 누군가가 관리하고 또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예산은 중앙이든 지방이든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골고루 복되고 부유해지도록 집행하기 위해 전문적으로 꾸준하게 연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이번 6․2 지방선거가 갖는 의미는 참으로 중요하다. 주지하듯 소중한 국가 재정을 맡아 잘 관리하고 뜻있게 사용해야 할 중추적인 대표들을 우리 주민들 손으로 직접 뽑는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령군민들은 주인된 입장에서 누구든 빠짐없이 투표에 참여하는 것이 우선적인 민주 시민의 기본 책무이자 사명이며 더 나아가 우리 군민들 스스로 옥석혼효(玉石混淆)에서 냉철한 혜안(慧眼)으로 옥석(玉石)을 제대로 가려 진정한 의령의 대표를 당당하게 선출하는 것이 최선이다. 더하건대 군민들의 지혜롭고 아름다운 선택만이 향후 의령군 지방자치 발전의 희망찬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음을 결코 잊어선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