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30년 만에 역사적인 지방자치제가 부활되었다며 기대감에 부풀었다. 해당 지역주민이 바로 주인이 되고 그 주인에 의해 지역의 살림살이를 꾸린다는 것만으로도 그 기대감을 부풀리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8년이 흘렀다. 그러면서 주민이 직접 지역의 대표를 선출하고 제각각 자기 고장 발전에 열을 올렸다. 지방정부간 자연스러운 경쟁이 벌어진 게 사실이다. 또 주민들이 부유하고 행복하게 잘 살려고 노력하다 보니 있을 게 다 있어야 만족할 수밖에 없는 풍토도 조성되었다. 중앙정부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다 보니 행정의 비능률성과 비효율성이 눈에 들어왔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어 행정구역 개편을 들고 나왔다. 우선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통합하겠다고 하면 인센티브까지 주겠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지방정부간 서로의 실익을 따져가며 구미가 맞는 인접 시・군들이 통합하겠다며 맞불을 놓았다. 지방재정 및 산업자본의 인프라가 열악한 어떤 시・군은 보다 여건이 나은 인접 시에 통합하겠다며 구애 아닌 구애작전까지 벌렸다.
이러다보니 행정구역 개편 논의 자체가 소리 없는 전쟁의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한다. 주지하다시피 춘추전국시대는 주나라 이후 진・한 건국 이전까지의 과도기로서 각국의 제후 왕들이 천하의 패권을 쥐려는 야심을 품고 서로 경쟁한 혼란기였다. 그 당시 상황중 하나를 예로 들면 설득의 귀재였던 책략가 소진은 6국이 동맹하여 진나라의 동방진출을 막아내자는 합종책을 제안하여 십오 년간 6국의 재상을 역임하였고 이와 반대로 장의는 6국의 동맹을 허물고 개별적으로 진나라와 횡적인 동맹을 구축한 연횡책으로 대응하여 진나라가 천하를 통일하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하였다.
과히 작금에 이루어지고 있는 행정구역 자율통합 논의의 한 단면을 엿봄직하다. 이유야 어떠하건 행정구역 개편이 미래의 대세라면 우리 의령의 선택은 보다 자명해진다. 바로 춘추전국시대 주유열국을 주름잡았던 제자백가의 지혜와 제후들의 통치 스타일에 따라 곧장 나라가 생성되고 소멸됨을 유감없이 보여준 사마천의 사기열전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하다. 그러자면 먼저 의령이 안고 있는 현실의 약점을 강점으로 바꿔야하는 책략이 가장 중요하다. 예컨대 흔들리지 않는 주민총의와 안정의 바탕 위에서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행정구역 개편 정보를 선점할 수 있는 지혜로운 책략가를 중심으로 의령의 정체성을 지키는 것이며 그 후 자율이든 강제든 통합도시의 중심에 우리 의령을 우뚝 세우는 것이다. 그 기저에 호국의병의 날 제정 당위성이 있음은 두 말할 나위조차 없다. 자! 진정한 의령인이라면 결코 잊지 말자. 행정구역개편 신 사기열전편에 이 구절을 꼭 넣어봄직하다.
“행정구역은 변화될지언정 의령의 의병정신과 가치는 통합도시의 중심에 영원히 보전해야 할 대한민국의 역사적 대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