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시인 엘리엇(T.S. Eliot)은 그의 시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봄비를 뿌리로 깨운다/고 노래했다. 얼핏 시의 초행에서 보면 일년 중 마치 4월이 무슨 큰 일이 일어나서 가장 잔인한 달이 된 것처럼 비춰지나 시의 행간을 가만히 살펴보면 인고의 계절을 이긴 새봄의 잉태를 아주 격정적으로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4월은 움츠린 생명들이 기지개를 켜며 연푸른 잎을 쏟아내는가 하면 화사한 봄꽃들은 앞 다투어 스스로의 자태를 뽐내기도 한다. 더구나 화무가 난무하는 가절에도 불구하고 유독 4월이 갖는 의미를 가장 잔인하게 느껴야 할 고장이 있으니 그게 우리 의령군이다. 그것은 1592년 임진년 4월 왜군이 이 땅을 유린 했을 때 충익공 곽재우 장군께서 전국 최초로 의병을 일으켜 잠들어 있던 민초들의 호국정신을 일깨웠으니 짐작컨대 시인 엘리엇이 노래한 가장 잔인한 4월과 닮은꼴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아무튼 우리 의령은 일년 중 4월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만큼은 너무나 크다. 매년 4월이면 의병제전이 열리고 평소 읍내 출입이 드물었던 촌로들까지 앞 다투어 의병제전을 기리고 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4월은 우리 의령의 가장 큰 축제일이면서 군민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그 어느 때 보다 강하게 높여주는 달이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유독 금년 4월이 더욱 잔인해져야 할 이유가 하나 생겼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호국 의병의 날 국가 기념일 제정건이다.
우리 의령의 의병제전은 숱한 고장의 여느 축제와 달리 국가를 누란의 위기에서 구해낸 호국 의병정신을 기리는 것으로서 이름 그대로 축제에 앞서 제전이다. 그러므로 국가적인 대승적 측면에서 볼 때 나라의 영웅들을 특정 지역의 제전으로 끝내는 것 자체가 조국과 민족을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적 도리가 아니다. 이런 점을 간과하여 우리 의령 군민들은 그 뜨거운 호국 충정의 염원을 담아 국회에 호국의병의 날 국가기념일 제정 청원을 하였고 본 건은 현재 국회청원 소위원회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희소식도 들려온다.
이런 차제에 의령군민들은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 는 확신을 갖고 더욱 단합된 힘을 보태야 할 것이다. 더불어 우리 의령의 4월이 더욱 잔인해져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봄비를 뿌리로 키워 4월 22일은 ‘호국 의병의 날’이라는 글자가 보다 뚜렷하게 우리의 달력에 새겨질 봄꽃으로 만개되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이렇게 격정을 인내한 우리의 봄이 다 지기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