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梅花(實)禮讚

박희구 의령군교육삼락회 회장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9년 01월 25일











▲ 박희구
지난 여름부터 가을, 겨울이 지남에도 비나 눈다운 눈도 내리지 않고 이렇게 건조한 날씨가 계속될까. 그럼에도 지난해 농사나 지금의 식수난에 이상이 없어 아우성치는 일이 없으니, 나름대로 천혜의 고장인가 여겨진다.


그러나 이 겨우내 가뭄 속에 걱정되는 것이 사군자(四君子)의 첫째인 매화(梅花)이다. 눈비를 제대로 맞아 꽃망울을 터뜨리고 아롱다롱한 결실을 하여야 할 것인데…


언제부터인지 나도 모르게 매화(실)을 좋아하고 매혹되는 것은 왜일까. 그 살을 에는 듯한 설한에도 가지의 껍질을 째는 아픔을 참고 빠금히 내미는 여리디 여린 꽃망울! 하루가 다르게 발그스레한 그것을 키워내는 홍매화. 흰 듯 노르끄름하면서도 파르무레한 청매화. 그 누군가 영겁에도 풀 수 없는 원혼의 현현(顯現)함인지. 아니면, 이 삭막한 겨울에 우리 모두의 영혼을 달래주려는 천사의 화신인지.


일찍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은 매화를 관상하면서 그 고매한 선비다운 자태에 이끌렸을까. 추운 겨울 봐주는 이 별로 없음에도 향기 높은 꽃! 그래서 사군자(四君子)인가. 묵화와 시문학 소재의 으뜸이리라. 어느 문헌에 보면 ‘매(梅)’자를 따서 아호의 첫 자로 삼은이가 85명에 이른다. 그 예로 우리들이 익히 아는 매월당(梅月堂) 김시습(金時習:1435∼1493)과 매천(梅泉) 황현(黃玹:1855∼1910)이다.


관자(管子)의 십년지계(十年之計)는 ‘막여수목(莫如樹木)이라 해서 그런 것만도 아닌데 30여 년 전에 밭 언덕에 매화나무를 띄엄띄엄 심었더니, 지금은 지름이 제법인 수세가 좋은 네 그루이다. 이제 생각하면 그 때 왜 좀 더 많이 심지 안했나 싶다(그 뒤에 더 심었지만).


그 해의 기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3월 중순 이후 밭 언덕에 활짝 핀 매화를 해마다 바라보며 걷노라면 어느 결에 마음이 안온해지고, 자신도 모르게 잔잔한 미소가 흐른다. 나만이 아닌, 보고 지나가는 사람도 한결 같으리라. 푸른 잎 꽃이라곤 없는 을씨년스런 주위를 밝혀준다. 밑동과 가지를 만져본다. 지나온 겨울 추위도 잊고 내 몸에 온기가 스며온다. 벚꽃처럼 난무하지도, 모란처럼 찬란하지도 않다. 오직 매화만이 가진 단아하고 소박함, 아름다움을 다투려고도 않는 조심스러움이며… 내 무딘 필설로는 표현할 길이 없다.


그런 매화가 어느 결에 때가 되면 상그러운 매실이 잎사귀 사이로 해맑은 얼굴을 내민다. 한 자리에 서너 알씩 조롱조롱 붙어있어 그 귀여운 것을 따기도 아깝다. 감나무나 다른 과수처럼 몇 번이고 독한 농약을 치지도, 땅의 척박함도 가리지 않고 결실하는 것이 참 고맙다. 수확할 때도 그 재미가 쏠쏠하다. 낮은 가지는 손으로 휘어잡아 따다가 부러져도 제자신의 진액으로 치유하여 되살아난다. 높은 가지에 달린 것은 나무 밑에 포직이라도 깔고 긴 막대기로 잔인하지만 후려친다. 감, 사과라면 생채기가 나서 과일 구실을 못하지만 매실은 그러잖다.


최근에 매실나무 재배가 확산되어 농장화 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전남 광양시 홍쌍리 여사의 청매실농원일 것이다. 녹색 매실을 가공하여 얻어지는 것이 다양하다. 고부가 가치의 과일로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매실주 엑기스, 식초, 된장, 간장, 장아찌 등이다. 그 부산물인 씨는 말려서 베갯속에 넣는다고 한다. 가장 실용적이다. 이래서도 또 사군자인지 모르겠다.


매실 속의 구연산과 사과산 등은 건위, 정장, 소화촉진, 피로회복에 특효가 있어 한약 용도로도 광범위하다. 이러하기에 장복하면 무병장수하여 의료비도 절감되는 것이다. 경제적인 불황의 한파가 언제까지며, 국민 무서운 줄 모르며, 딴전 펴는 깽판치는 정국으로 찌든 우리들의 심정을 기품 높은 이것들이 달래어 주지 않을까.


언젠가 대의 출신의 백한이(白漢伊) 시인이 우리 고장의 가로수를 가는 곳마다 벚꽃 일색보다 살구나무를 심자고 주장한 것으로 안다. 전적으로 동감이면서 지자체에서는 주변 상황에 따라 민속과목인 매화나무도 고려해 볼만 할 것이다.


올 봄에 정원의 한 귀퉁이나 논밭의 적절한 빈 터에 일석삼·사조(一石三·四鳥)의 이득만 주는 매화나무를 자급자족과 함께 관상을 위해서라도 한두 그루 심어봄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9년 01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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