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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와 쌀 직불금

정쾌영 신라대학교 교수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8년 11월 23일











▲ 정쾌영 교수
연내 잘 처리될 듯싶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중대한 기로에 놓여 있다. 여당에서는 당장이라도 공청회를 열고 비준동의안을 상정하자고 하고 야권, 특히 민주당은 이를 결사 저지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익에 관련되는 중대한 현안문제에 대해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보려는 노력을 시도하기는커녕 죽기 살기로 덤벼드는 대립과 반대의 정치적 논리만 팽배하다.



무정견의 정치놀음


한․미 FTA는 지난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일이다. 민주노동당이야 그 때나 지금이나 반대지만, 현 민주당 의원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17대 국회에서 한․미 FTA가 살 길이라는 당시 청와대의 논리에 동의했던 집권여당 사람들이었다. 그 때와 지금의 경제사정이 바뀌어졌다면 그 대안을 찾아 국민 앞에 제시할 수 있어야 책임 있는 자세다. 대안은커녕 자신들의 집권 시에 체결했던 것을 지금 와서 안 된다고 하니 그 심보를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기자회견 등에서 앞으로 재협상을 들고 나설 가능성이 충분히 읽혀지고 있다. 국회에서 비준동의를 해도 미국이 재협상하자고 나올 때 한국 정부가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미국 측이 내놓을 각종 요구에 대비하는 카드를 강구하는 것이 순서일 텐데, 무조건 비준동의안부터 서두르자고 하니 덩치 값도 못한다는 비난을 받을 만하다.


물론 이런 무정견(無定見)의 정치놀음은 정치권의 일상사 아니던가. 지난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를 집요하게 문제 삼던 한나라당도 자신들이 집권한 지금에는 낙하산 인사에 입을 다물고 있다. 그 때 아마추어들이 나라경제 망친다고 개탄하더니, 요즘 서민들이 살 수 없다고 죽는 소리를 해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다. 양쪽 모두 말로는 서민들을 입에 달고 있지만, 하는 짓은 오로지 정치적 이해득실에 바탕한 공수(攻守)의 기세싸움 뿐이다.


쌀 직불금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도 똑 같다. 쌀 직불금이 무슨 돈인가. WTO 협정과 한․미 FTA 협정 타결로 전국 농민들이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자 벼농사를 짓는 농가의 쌀소득 감소분을 보상해 준다고 한 것이다.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 돌아갈 돈이 엉뚱한 사람들의 돈 잔치로 결딴난 것으로 드러난 게 지난해였다. 그런데 지금 한나라당은 지난 정부의 책임 규명에만 혈안이고, 민주당은 현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부당수령 실태 폭로에만 주력한단다.



너무 염치가 없어


두어 달 전만 해도 가만히들 있다 이제 와서 수선을 피우는 모양새가 멀리서 보기에도 민망하다. 해마다 국정감사를 한다고 온갖 엄포를 놓던 선량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뭘 했던가 묻고 싶다. 다른 쪽에서는 법령이 미비해서 그렇게 되었다는데, 그 법안을 제안했던 정부나 그 법안을 심의해 확정했던 국회의원들이 그 맹점을 간과한 것은 결과적으로 농민들을 기망한 중대한 직무유기였다. 그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이 지금 국회에도 상당수다. 지난 국회에서 한 것이니 우리는 모른다고 시침을 뗀다면 너무 염치가 없어 보인다.


공직자들의 쌀 직불금 부당수령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금 농민들은 전국 곳곳에서 쌀가마니를 쌓아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고 농민들의 몫을 가로챈 쌀 직불금 부당 수령자와 공무원의 명단을 공개하고 엄중 처벌하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확실한 대책이 나올 때까지 앞으로 농협ㆍ한농연ㆍ해당 지자체 등과 함께 연대투쟁을 벌여나가겠다고 한다. 온 나라가 또다시 얼마나 요동을 칠지 모르겠다.


국회는 쌀 직불금 국정조사 특위를 구성해 국정조사를 시작할 태세지만, 정부쪽에서는 그 명단이 쉽게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명단이 없으니 국정조사 일정도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 농민들이 팔짱만 낀 채 기다리기만 할 턱이 없다. 읍·면·동 실경작확인위원회가 조사 중이라지만 그 사이에 저명인사들은 다 빠져나가고 피라미들만 잡는다는 의혹이 불거지지 않을지도 걱정이다.


정부 관료들이야 영혼이 없다고 쳐도 선량들까지 영혼을 빼앗겨서야 되겠는가. 지난 총선 때에도 온갖 감언이설(甘言利說)들을 다 늘어놓지 않았던가. 이제는 서로 지혜를 모아 FTA문제를 원만히 해결하고 동시에 농민들과 농촌을 살리는 확실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농민을 위한다며 거창하게 내놓은 것이 결국 농민들 뒤통수만 치는 시행착오가 더 이상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의원들이라도 제발 자기 영혼을 꼭 붙들고 있기를 바란다.

편집국 기자 / 입력 : 2008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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