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5학년 때에 호기심에서 자전거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나름대로 무척 애를 써봤지만 군데군데 생채기만 내고, 무겁고 둔탁한 것이 약골인 나에게는 버거웠다. 그로부터 자전거 공포증이 들었는지 오랫동안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나 왕복 7km 거리의 출.퇴근에 정기버스도 없어 꼭 필요한 것이 자전거였다. 탈 줄 모른다고 그냥 있을 현실이 아니었다. 남의 자전거를 빌려 틈나는 대로 연습했으나 서툴렀다. 커브 길에서 넘어지는 창피와 내리막길에서 학생을 치일 번 한 아슬아슬한 고비도 남세스러웠다. 그것이 40대 초반에 겨우 익혀졌다. ‘삼천리’자전거를 1대 사서 퇴직할 때까지 원껏 타고 폐기처분하였다.
이제 정년퇴직 후가 문제였다. 모두들 자동차 운전기술을 익혀 면허증을 따며 승용차 바람이 불었다. 어찌하나. 선택은 결국 나 자신에게 주어졌다. 원래 기계 다루는 기능이 둔하다. 남들처럼 신바람 나게 달리며 스피디한 쾌감을 느껴볼 수 있을까. 그 매혹에 흔들리려나. 그런데 예나 지금이나 누가 뭐라 해도 무농약 유기농에, 청정 녹색 수목 등 친환경론자라고 자처한다. 이것들이 내 심저에 깔려있어 승용차에 대한 유혹과 욕망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 무렵 마침 막내가 날씬하고 가벼운(그 당시에는) ‘코렉스’자전거 1대를 사오지 않는가. 이제껏 타고 다니니 11년째이다. 진날 갠 날 없이 친구가 되어 밭에 가서 수확물도 실어오니 지게 구실도 한다. 4계절 철따라 바람을 가르며 시원스레 달리니 나의 애마요 자가용이다. 하지만 지날 날 더러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가 살펴질 때도 있었다. 자격지심인지 몰라도 교장까지 지낸 주제에 쩨쩨하게 1~2만원 웃돈 얹고 갖다버려도 가져가지 않을 고물 자전거를 누군가가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사실이지 어디든 타고 갔다 잠금장치도 없이 후미진 곳에 세워둔다. 볼 일 보고 한낮이나 하루가 지나고 와도 그대로 있다.
긴 세월 하루같이 자가용이 없다보니 같은 모임 등에 참석할 때는 친지들의 승용차에 자주 편승한다. 고유가시대가 아니라도 참으로 고마우며 죄송스러웠다. 7~8년 전부터일까. 의령읍내에도 자동차 홍수시대라 할까. 많이 보급되었다. 요즘엔 시내 몇 공동주차장에도 가득 찬다. 소득수준이 그만큼 높아졌고, 직장과 사업상 경쟁력을 높이려면 필수조건일 것이다. 이것저것 다 제쳐두고 문제는 이산화탄소 배출로 환경오염의 한 용인이 되는 것이다. 어찌 이것뿐이랴. 우리 주변에서 무분별하게 무심결에 쏟아내어 지구온난화를 재촉하여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대체에너지는 언제쯤 개발될까...
이런 차원에서 이번 창원시의 환경도시를 위한 ‘자전거특별시, 누비자’의 혁신정책에 전폭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낸다. 꼭 성공할 것이다. 녹지대와 도로확보율이 어느 도시보다 높은 계획도시라 전국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창원시민들은 축복받고 살 맛 나겠다.
이번 일로 말미암아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이 있음을 알았다. 지구촌의 급박한 오염예방에 이런 적절한 법률이 1995년 1월에 제정, 몇 번을 개정하고도 시행하지 않았을까. 사장된 이 법이 이제 빛을 보는 것일까. 하고 많은 역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들은 제정만 해놓은 이 법률과 무관한 위치에 있을까.
우리 의령읍에도 자전거전용 산책일주도로가 있어 다행이다. 앞으로 예산과 여건이 허용하는 영역까지 이 법률의 시행을 기대해 본다. 군민 스스로도 자신의 직장과 사업에 크게 지장이 없는 한 자신의 건강과 친환경적인 자전거 활용이 어떠할지. 이런 실행이 바로 웰빙과 저탄소 녹색성장을 앞당기는 일조가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