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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은 와 우노

장해숙(재경 궁류면향우회 고문)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4월 09일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 장해숙
아마도 40여 년 전쯤이었겠지. 일 년 농사 갈무리 끝내고 콩, 팥, 깨, 고구마, 감 등을 조금씩 싸들고 40대 부부가 도시의 동생네한테 다니러 갔다.


동생은 형님한테 용돈을 쥐어 주며 형수하고 극장에라도 다녀오시라고 했다.


“그래 볼까…”


그날 밤 저녁 먹는 자리에서


“영화 봤십니꺼? / 하모, 안 봤나 / 무슨 영화 봤습니꺼? / 서양영화 안 봤나 / 제목이 뭡디껴? / 뭐드라…?…?”


실은 게리쿠퍼와 잉그리드 버그만이 주연한 헤밍웨이의 원작소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봤는데 얼른 말이 안 나왔다. 그러자 형수가 깜냥에 타박을 준다.


“벌써 까묵었닝교? / 그래, 뭐드노? / 종은 와 우노 아이딩교?”


아지매의 말솜씨 참 좋다. 할배(할아버지) 할매(할머니) 아제(아주머니) 고매(고구마) 꼬장(고추장)…


 


요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모임장소에서 경직된 좌중의 분위기를 풀기 위하여 가끔 인용한다는 충청도 사람들의 말씨(사투리) ‘출껴’.


아마 댄스장에서 여자에게 한번 추자고 유도하는 말이 ‘출껴’란다. 어째 바가지 두들기는 소리 같다고나 할까. 경상도 사람들은 ‘출까예’ 전라도는 ‘출랑가’… 평안도는 어떨까. 막무가내로 손목이라도 턱 잡으며 ‘어카?’(어때) 이렇게 되어야 맹호출림(猛虎出林)의 평안도 성깔일 것 같다.


아무튼 오랜 세월 한 지역에서 시시적비비적거리며 살아오면서 혀끝에서 성깔대로 달구어낸 것이 사투리일진대 ‘종은 와 우노’ 다섯 자로 열 한 자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대번에 드러냈으니 참 경제적이다.


이왕 입에 담은 김에 ‘종은 와 우노’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면 1937년 파시스트와 공화정부파로 싸우던 스페인 내전에 미국 청년 게리쿠퍼가 공화정부파의 의용군에 투신하여 게릴라 활동에 종사한다. 그에게 적군의 진격로에 해당하는 산중의 대 철교를 폭파하라는 임무가 내려진다. 집시들의 도움으로 작전을 진행하는데 집시의 소녀 잉그리드 버그만이 게리쿠퍼를 뜨겁게 사랑한다. 드디어 게리쿠퍼는 철교 폭파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는 말을 타고 달리는 순간 적군의 포화에 치명적인 부상을 입고 쓰러진다.


잉그리드 버그만은 쓰러진 그의 몸에 매달려 울며 떠나려 하지 않지만 게리쿠퍼는 그녀에게 떠날 것을 설득하고 집시들은 강제로 그녀를 말에 태워 도망친다. 추격병이 뒤쫓아 온다. 게리쿠퍼는 산모롱이 수풀 속에 기관총을 거치하고 엎드려 최후의 기력을 다해 추격병에게 총탄을 퍼붓고 죽어간다. 죽어가는 그 얼굴 위에 ‘댕그렁 댕그렁’ 종소리가 울리며 다음의 나레이션 자막이 흐른다.


어떤 이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려니, 그건 나도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지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요 근년 들어 지구상에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간다. 지진으로 떼죽음 당하고 단체 교통사고로 떼죽음 하고 자폭테러로 떼죽음 하고, 또 내전 등등…. 요즘 리비아에선 매일 300여 명씩 죽이며 한 달 가까이 저들끼리 싸우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하고 무얼 뺏어먹겠다고 죽이는지 참 안타깝다. 과연 남을 없애고 나만 실컷 갖고 실컷 잘 먹는다고 행복해지는가.


 


북한에서는 김정일의 생일을 제일 큰 명절로 쇤다고 한다. 죽은 김일성의 생일까지도 태양절이라면서 국가적으로 큰 기념 잔칫날이라니 참 어처구니없다. 굶어 죽는 인민들이 부지기수고 압록강 두만강을 건너 중국 땅으로 도망쳐 나간 여성들이 먹고 살기 위해 현지 남자들하고 붙어 낳아서 버린 아이들 2만여 명이 동남아 일대에 떠돈다고 하는데, 김정일 일가는 세계의 산해진미를 비행기로 실어다가 세계에서 제일 비싼 밥을 먹는단다.


누구는 굶어 죽고 누구는 배 터져 죽고, 그래도 그것이 행복이라면 하이에나만도 못하다. 하이에나들도 갈라 먹던데 말이다.


 


1990년대 초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되고 동구권 위성국가들이 무너질 때다. 루마니아에서는 차우세스쿠가 종신 대통령으로 군림하면서 백성들의 생활이 핍박해졌다. 동구권이 흔들리자 루마니아 국민들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차우세스쿠가 마누라를 끼고 자면서 왈 ‘갈 테면 다 가라. 당신만 있으면 나는 행복하다.’고 하니까, 마누라 왈 ‘나도 도망갈 거예요.’하더란다.


하늘만큼 높은 벼슬에 도깨비 방망이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들 백성이 없으면 무슨 필요람? 가슴팍에 깡통 훈장 꽉 차게 매단들 무슨 멋이람? 온 세상에 망신 그만하고 제발 같이 좀 살자꾸나.


결국 혁명군에 의하여 차우세스쿠 부부는 어느 집 뒤뜰에서 총 맞아 죽는 장면이 전 세계 매스컴에 공개되었다.


 


40여 년 전에 ‘몬도가네’라는 영화가 있었다. 세계의 미개지나 문명사회의 그늘진 구석에서 벌어지는 기괴하고 끔찍하고 흉측한 세상 풍물들을 찍어 모은 다큐멘터리인데 거기에 보면 어느 해 아프리카에 대기근이 들었다. 그러자 여태껏 금지하던 야생동물들을 잡아먹으라고 허락이 난다.


탕! 하마가 죽고 탕! 들소가 죽고 탕! 멧돼지가 죽고 탕! 사슴이 죽고, 탕!탕!탕!… 그렇게 한참을 총소리와 동물들의 죽음을 몽타쥬 하다가 온 들판 가득 그것들을 모아 놓고 분배하는 장면에 ‘많이도 죽였다. 지상에서 제일 잔인한 동물은 사자도 아니고 호랑이도 아니고 바로 인간이다.’라는 나레이션이 흐른다.


 


길조다 국조다 하면서 사람들한테서 사랑 받던 까치도 배를 쪼아 먹는다고 땡! 탱! 총을 쏘아 잡는다.


평화의 상징이라는 비둘기도 그놈 똥 오줌이 시멘트 건물을 부식 시킨다고 둥지에서 알을 빼 없애는 등 개체수를 줄인다.


고양이도 산새를 잡아먹고 쓰레기봉투를 찢어 발겨 난장판 만든다고 퇴치작전 중이란다.


 


50여 년 전,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서 있었다는 이야기. 말라리아를 옮기는 모기를 퇴치하느라고 전 마을에 DDT를 살포했다. 그러자 모기가 사라지고 사람들은 말라리아로부터 해방이 되었다. 그런데 이럴 수가?!


더 재앙이 닥쳤다. 초가지붕 속에 바퀴벌레와 도마뱀이 살고 있었는데 DDT에 오염된 바퀴벌레를 도마뱀이 잡아먹으면서 도마뱀이 DDT에 오염되고 그것을 잡아먹은 고양이가 죽어 갔다. 그러자 쥐가 들끓었다. 쥐는 흑사병을 옮긴다. 그냥 두었다가는 인류의 재앙이다. 급히 영국 공군이 고양이를 실어다가 낙하산에 매달아 투하 했다고 한다.


 


산업폐기물을 남몰래 땅에 파묻고 독한 산업폐수를 남몰래 도랑에 흘려버린다고도 한다. 그리하여 땅 속의 풀씨가 죽고 지렁이가 죽고 지렁이가 죽고 도랑의 물고기가 죽는다.


그것들이 죽는 그 땅에서, 그 물에서, 사람이라고 온전할 수 있을까?


 


봄이 왔다. 그런데 제비는 안 온다. 그 쎄비렀던 까마귀도 별로 안 보이고 까치도 비둘기도 미구에 보이지 않게 될런가…


아지랑이는 예전처럼 하냥 아롱거리는데


거기선가


어디선가


조종(弔鐘)이 울고 있는 것 같다.


 


댕그렁 댕그렁


 


‘어떤 이의 죽음도 나 자신의 소모려니, 그건 나도 또한 인류의 일부이기에, 그러니 묻지 말지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느냐고,


종은 바로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4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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