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가? 마을인가?
최근 들어 “융복합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디자인과 예술, 사회, 문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등장하고 있다. 세계의 도시는 저마다 독특하고 차별화된 전략으로 경제 지향적인 문화도시를 꿈꾸고 있다. 지도 한 장 있으면 어디든지 찾아 갈 수 있는 영국의 브라이튼, 옛 모습 그대로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예술과 경제를 하나로 묶는 스위스의 루체른, 보존과 개조를 통해 재생도시를 만든 독일의 에슬링겐과 창조공간의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한 일본의 요코하마는 득도한 성인들만이 나타낼 수 있는 작품들이 모인 도시가 아니다.
복잡한 공간에서 여유를 찾기가 힘들 듯 자연에 생명체를 부여하는 것은 비움과 채움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낸 결과물들인 것이다. 자연은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이치를 가지고 있다. 높고 낮음과 멀고 가까움의 사이 “중간”이 있다. 중간은 둘을 이어주는 중요한 역할로 큰 줄기가 작은 줄기가 되고, 작은 줄기가 다시 모여 큰 줄기가 되는 논리에 인간도 이러한 논리에 교감하며 세월이 흘러간다는 현재 진행형에 서 있는 것이다. 흐른다는 것은 원초적인 것이며 흐른다는 것은 계속되는 것이다. 그것이 곧 우리의 삶이고 예술이고 철학이고 그리고 자연인 것이다. 자연은 세상에 보여주기를 원하며 세상에는 보여주는 것과 보이는 것이 있다. 잘 치장하고 다듬어 자신 있게 보여줄 수 있는 것과 아무런 준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이 존재한다. 부모가 자식, 손자를 안 듯 오랫동안 때 묻은 것은 늘 곁에 두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전통은 현대를 수용하고 양보하며 현대는 전통을 지켜주고 배려한다는 적극적인 사고의 소통에서 비롯되는 것이 마음을 꾸미는 예술인 것이다.
오늘날 사람들은 독특하고 차별화된 도시와 마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인터넷 정보로 충족되지 않을 경우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열정적인 예술가들이 글과 그림, 사진 등으로 특성화 된 도시와 마을을 지구촌 곳곳에 빠른 속도로 파생시키며 또 다른 방문자를 불러 모으는 시대이다. 2011년 10월경 기린을 마스코트로 한 일본인 여행가가 직접 운전하는 빨간 딱정벌레차가 의령 관문을 통과하면서 캠코더, 디카로 관문 풍경을 촬영하며 지나가는 것을 목격한 일이 있다. 의령에도 외국인이 여행 장소로 삼았다는 것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지역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문화예술은 지역 경쟁력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의령의 도시는 소소한 배려가 깃든 현대 건축과 함께 예술과 디자인이 스며들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면서 마치 시간이 잠시 멈춘 듯한 느낌의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이 더 편안해 보이는 것처럼 가끔은 다듬어지고 잘 정비된 도시보다 때로는 시간의 때가 묻어나는 세월의 덮개가 내려앉은 고색창연하고 오래된 풍경의 도시가 인간답고 정감이 간다. 공공 디자인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곰곰이 생각해 보며 “보기 좋게 잘 다듬어진 도시 환경과 늘 더디게 진행되는 도시 환경 중 정작 인간의 본질적인 편안함은 어느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 본다.
미래는 문화예술과 환경이 한 몸으로 같이 가는 시대로 산업과 문화, 교육, 예술, 환경의 마을이 우리들에게 필요한 때가 왔다. 사람들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예술과 환경에 중점을 두며 섬세하면서 따뜻한 시각의 융복합 디자인을 렌즈에 담는 시대로 이는 창조적 친환경 녹색도시를 실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전통을 중요시 하며 자연에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들은 디자인이 알 같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