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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반중학 3년 추억들

정상대(수필가․16회)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8월 19일











▲ 정상대
사람은 밥도 먹지만 나이도 먹고 산다. 인간은 각자 자기의 여행길(Journey)을 걸어가는 것이다. 사춘기의 젊은이는 자기인생의 목표 즉 시세말로 꿈(Dream)을 정하면, 그것을 향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며 투쟁하여야 하고, 할아버지 즉 노인이 되면 내 인생길의 시행착오를 회상하며, 잘못된 경험과 추억들은 자기 후손 후배에게 알려 주거나, 교육시켜 지식을 전달하여야 한다고 현인들은 얘기 해왔다.


나는 의령군의 동쪽 여러 면을 대표하는 부림면 ‘신반중학’을 졸업한 것을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잠시 유명하신 문인으로 이름난 노산 이은상 선생님이 작사하신 교가 일부를 소개한다. “미타산 솟은 아래 열린 내 고장, 민족의 혼이 깃든 거룩한 터전… 이 나라 동량들 예(여기)서 자란다. 빛내자 들내자 신 반 중 학 교!” 이씨조선부터 매 4일, 9일에 열렸던 5일장은 인근 합천, 함안, 창녕 시장과 함께 큰 시장으로 소문났고, 시세말로 “눈만 뜨면 신반 장터 사람이다”고 회자되기도 했다.


나는 봉수 촌놈이라, 등교거리가 시골길로 25리길을 걸어서 다녔는데, 가장 원거리 학생이었다. 시계도 없던 시절, 어머니는 새벽 4시경 일어나, 아침과 도시락을 2년 동안 방학기간 빼고는 하루도 결석 없이 막내아들에게 정성을 다해 키우셨다.


나는 초등학교졸업 후 아버지를 따라 농사도 지었고, 나무하러 따라 다니며, 아버지의 부지런함을 1년 동안 보고 배웠다. 사람은 부지런하면 한평생 살 수 있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어머니는 음식을 하면 이웃과 나눠먹고 동냥 온 스님에게도 시주하며, 우리는 교회 다닌다고 일러 주셨다. 동네 사람들이 “너 어머니는 법 없이도 사는 사람이셨다”고 나중에 나에게 말씀 하셨다.


각설하고 1학년 2학기로 기억된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나를 반 회계로 지명하셨다. 회비를 거두는 날이라 점심시간에 거두었다. 300원 이내였다. 바로 체육시간이라 체육복 입는 등 준비하고, 처음 거둔 회비라 학생복 안쪽 호주머니에 두고 나갔는데, 다시 교실로 돌아와 보니, 회비 돈은 한 푼도 없이 사라졌다. 나의 잘못이었다. 그날은 체육 시간이 마지막 수업이라 종례도 없었다. 학생들은 대부분 교문을 떠났다. 담임선생님께 갔다. 수학 담당이고 깐깐한 분으로 애들 다 갔는데 지금 얘기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저쪽으로 가 엎드려 하고는 큰 몽둥이로 수십 대 얻어맞았다. 걸음을 걸을 수가 없었다. 친구들은 다 떠났고, 절뚝거리며, 25리길을 걸어, 평소보다 한시간 늦게 도착했다. 집에 들어오는 내 모습을 보신 어머니는 어디 다쳤냐, 걸음이 왜 그래 하시어, 오늘 체육 시간에 공을 너무 많이 차서 그렇다고 둘러댔다.


이능자 화학 교사가 담임이 되신 후, 어느 날 권중관, 정우기, 변종화, 나를 교정에서 기념사진 하나 찍자고 불렀다. 이화여대에서 화학을 전공한 후덕한 얼굴에 맏며느리 인상이셨다. 졸업 후 고향 부산에서 교편 계속하셨다는 소식은 들었고, 한번도 뵙지 못해 혹시 연락처 아는 친구는 연락 주시기를!


이제 영어 김재환 선생님이다. 1학년 초 외국어는 처음이니, 모든 학생이 영어 단어 외우기가 유행이었다. 비닐로 둘러싼 돌리기 영어단어집이 인기였다. 통학거리가 길어 등․하교시 단어 외우기 공식 외우기 등은 길에서 예․복습을 끝내는 것이다. 매 챕터가 끝나면 다음장 본문을 다 외우고 오라고 김 영어 선생은 숙제를 주었다.


나는 교회 다니며 요절 외운 덕분에 암기에는 경력이 있어 잘 외운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중 2때 여름 초 큰 홍수가 나, 삼동 지나 물을 건널 수 없어, 다시 죽전 쪽으로 올라가 큰산을 타고 1시간 늦게 학교에 도착한 기억이 큰비 오면 그날이 문득 생각난다.


이제 시골 중학이라 2년마다 가는 통영과 한려수도 수학여행이다. 3학년 선배와 동행해도 가정 형편이 어려워 지원자가 적었던 초근목피 시절 이었다. 마산에서 큰 고깃배를 개조한 여객선을 파도가 높지 않아 운행허가가 나와야 출항하던 시절, 마침 파도가 높지 않아 통영까지 갔다. 배 뒤로 가, 나는 친구 우기와 이런 저런 얘기도 나누며, 한손으로 바닷물을 떠올려 짠물을 맛보았다. 촌놈이 대구는 가 보았고, 바다 구경은 처음이었다. 통영의 이순신 충렬사, 일본이 만든 지하터널을 걸어갔다 왔다.


다음날은 한려수도와 해금강 여행이다. 멀리서 본 해금강의 두 큰 바위섬을 가까이 접근하니 굉장히 떨어져 있는 거리였고, 기암절벽에 소나무들은 중간 중간에 자라며 거친 바람과 눈과 추위를 투쟁하며 견디고 있었다. 바다에는 온갖 열대어들이 살아있다는 모습을 뽐내며 어미, 애비 고기와 함께 수영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고기 천국이었다.


어느덧 중학 졸업반이다. 아버지와 어머니, 형님이 자전거를 하나 사줄까, 아시는 신반 가까운 서득리 김성윤 어르신 집에 쌀을 주며 몇 달 하숙시킬까 의논하시다 하숙으로 결정하신 것이다. 지난 2년을 같이 다닌 친구들과 하숙집 앞에서 헤어지자니, 처음 며칠간은 서운하고 2시간 이상 걸어가야 하는데 생각하니, 힘들겠다고 느꼈다.


처음 어르신께 큰절로 인사드렸다. 편히 앉으라 하시며, 나는 너의 대구 사는 고모, 고모부와 어릴 적부터 잘 아는 사이이다. 이제 한 식구같이 지내고, 내 아들 원규의 일년 선배이니 지도 좀 잘 해 주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면에서 유지의 한명으로 줏대 높으신 한학자, 양반으로 알려지신 분이셨다. 사람은 예의가 발라야 한다. 어른을 존경하고, 삼강오륜을 실행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교육하셨다. 어느 날 졸업 무렵 나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나는 한평생 파출소(경찰서)에 가본 적이 없이 살아왔다. 왜정 때 일본 놈 순사가 자기 소장이 인사드리고 오라고 하였다며 젊은 순경이 와서는 말미에 파출소에 소장이 한번 들리시라고 했다며, 편리하실 때 오라고 말하자, 나는 일언제하에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 왜 파출소에 찾아가는냐고 빨리 돌아가 소장에게 얘기 전하라 애국자의 줏대를 일러 주셨다.


나의 피끓었던 사춘기때 작은 돌멩이도 입에 들어가면 씹어 소화시켰던 시절도 시절과 세월의 흐름에 여느 누구와 같이 머리는 서리가 벌써 많이 내렸고, 할아버지도 벌써 되었다. 작년 신반중학교에 들려 교장선생님, 직원과 차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학창시절이 어언 50년의 세월이다. 부림초등학교 우등 신반중 수석 입학생 권중관 법무사, 입산초등학교 우등한 정우기, 이종성, 신반의 이재관 공사출신, 김두명 선생, 변종화 그리고 자주 소식 주는 유창종씨 등 보고 싶고, 한잔 기울이고 싶다.

편집부 기자 / 입력 : 2011년 08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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