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6월 부산문예대학 문우들과 몰운대를 찾았다. 몰운대는 부산시 사하구 다대동 다대포 해수욕장을 끼고 넓고 기다란 백사장엔 전투경찰들의 우렁찬 함성이 사백십여년 전 임진왜란 전운이 감도는 듯 감회가 깊었다. 서기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부산 다대포 첨사로 왜군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윤흥신(尹興信) 공에 대한 향사(享祀:음4월14일)를 지내는 날이었다. 윤공단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과 결사항쟁을 벌이다 장렬히 전사한 윤흥신 첨사와 죽창과 맨주먹으로 총칼과 맞서 싸우다 전사한 다대포 지역주민의 넋을 기리는 제단이었고 윤공께서는 임진왜란 첫 날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둘째 날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우다 순사한 장군으로만 알려져 있고 임란전공자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로 기억된다.
윤공단도 임란 후 170여년이 지난 후 세워졌다고 한다.
서기 1765년 경상감사로 있던 조엄이 당시 기록을 뒤져 조정에 청원을 하여 다대첨사 이해문이 건립했다고 한다. 또한 조엄은 서기 1763년 조선통신사 정사로 일본 대마도에서 고구마 씨를 가져와 부산진 첨사 이응혁에게 보내 서기 1764년 봄 영도 동삼동 삼거리 언덕에 심어져 당시 흉년으로 고통 받던 조선 백성들의 기근해소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고구마는 지금까지 전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조엄은 조선시대 고구마를 국내로 처음 들여온 인물로 전해지고 있다. 이후 이 일대를 조엄의 고구마가 난 곳이란 뜻으로 ‘조내기’라 불리고 있다.
지금은 강원도 원주에서 ‘조엄 밤고구마’를 특산물화 하고 있으며 부산의 영도구청에서 국내 첫 고구마 재배지가 영도인 것을 알리는 기념비를 고구마 씨앗이 처음으로 뿌려진 영도구 동삼동 일대에 금년 중으로 세워질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부산이 고구마 재배지의 원조라 생각하니 고구마가 귀하게 느껴지면서 입맛이 절로 도는 것 같다. 오늘따라 다대1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윤공단에서 윤흥신 첨사를 기리는 향사를 봉행하고 있어 더욱 감개가 무량하였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몰운대를 한 바퀴 돌고 돌아 나는 인근 횟집에서 함께 간 문우들과 어울려 풍성한 맛과 정담으로 사백십여년 전의 전란을 잊어버린 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몰운대 입구에 사하지역 발전협의회에서 서기1999년 돌로 새겨 만든 조선 선조 40년 동래부사 이춘원(李春元)의 시(詩) 한 수를 소개하면서 나라를 지킨 선조들의 얼을 다시 한 번 새겨 보았다.
沒雲臺
浩蕩風濤千萬里(호탕한 바람과 파도 천리요 만 리)
白雲天半沒孤台(하늘가 몰운대는 흰 구름에 묻혔네)
扶桑曉日車輪赤(새벽마다 돋는 해는 붉은 수레바퀴)
常見仙人駕鶴來(언제나 학을 타고 신선이 온다.)
정원식 경남 의령군 출생. 부경대학교대학원 환경공학과 졸업. 계간문예시대 수필로 등단. 부산문예대학동문회장. 부산시 행정동우문인회 사무국장 역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