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나는 잠깐 외도를 했다. 외간 여자와 딴 살림을 차린 게 아니라 팔자에도 없는 문학도가 되어 한 학기 동안 강도 높은 교육을 받은 것이다. 그것도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고려대학교 사회교육원 수필창작반에서.
시골에서 겨우 중학교를 졸업하고 어릴 때부터 배운 태권도로 청년시절에는 사범이 되어 운동을 가르치곤 했던 내가 60대 후반의 나이에 문학도가 된 것은 나도 전혀 생각하지 못 했던 선택이었다.
사실 나는 젊었을 때 못 배운 공부를 하고 싶어 고려대 사회교육원에 문을 두드렸는데, 처음 원했던 것은 생활법률과정이었다. 그러나 일찌감치 정원이 차버려 지원서를 받아주지 않았다. 아무리 문턱 높은 고려대라지만 배워야겠다는 의지와 결심만 있으면 후문이 아닌 정문으로 입학할 수 있는 길도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했는데, 바로 그 때 내 친구 김 박사가 아직도 여유가 있는 수필창작과정으로 이끌었다.
나는 선뜻 내키지 않아 머뭇거렸지만 김 박사의 강권에 못 이겨 등록하고 말았다. 매대신 꿩이라는 말도 있듯이 수필을 배우면 글도 잘 쓰고 좋을 것 같았다. 젊은 시절 서울에 올라가 대학 생활하는 친구들을 마냥 부러워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늘그막에 와서야 상아탑의 낭만을 맛보게 될 생각으로 사뭇 흥분되기도 했다.
막상 수업은 만만치 않았다. 함께 공부하는 학생들 중에는 이미 문단에 등단해 수필가로 활동하는 사람도 여러 명 있었고, 수필 창작반 수업을 3~4학기 이상 수강하는 선배들도 수두룩했다. 나만 혼자 뒤처진 기분이어서 서먹하고 초조했다. 그러나 교수님은 노련하게 이 늦깎이 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강의를 했으므로 머리에 쏙쏙 들어왔고, 재미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동료 선배들이 나에게 많은 배려를 해줬다. 그랬기에 나는 한 학기 동안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고, 지난봄에는 수료생들끼리 묶어내는 ‘여울’이란 작품집에 나의 졸작도 한 편 상재하는 영광을 누렸다.
올해 2월 수료한 후 계속 더 공부해야 마땅하나 개인적으로 바빠 쉬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 사회교육원 수필창작반에서 얻은 소중한 경험을 토대로 바쁜 일상 속에서 내 인생을 회고하며 글로써 정리하는 한편 여러 교수님들과 동기생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