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동아건설 재직 시 어떤 후배가 퇴사하여 다른 회사로 전직을 하게 되었다. 그는 새로 입사한 회사에서 대관업무를 담당하였는데 마침 출신지역의 관공서에 민원업무가 발생하여 자원하여 그 관공서를 방문하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즉 업무가 계획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서 낭패를 보게 생겼다. 여러 가지로 고심을 하다가 지나가는 말로 “나도 N고교를 졸업했는데…” 하였더니 담당 공무원이 “아! 그러면 선배님이시네”하면서 금방 태도가 달라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고등학교를 졸업하였느냐를 중시한다. 그래서 출신 고등학교만큼 살아가는데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없다는 이야기가 있다. 정부의 주요 보직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기업체 임원도 출신 고교별 통계를 내기도 한다. 끼리끼리 문화라고 불평하고 개선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 같이 명문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자들의 푸념이라면 너무 나가는 것일까.
나는 의령농업고등학교를 졸업(11회)했다. 그것도 재수까지 해서. 사회에 진출하여 농업과 관련이 없는 분야에 종사하면서는 이력서에 의식적으로 ‘농업’ 이라는 단어를 빼고 ‘의령고등학교 졸업’ 이라고 썼다. 한번은 검토하시는 분이 “왜 농업이라는 단어가 없느냐”고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 사실 그 시절에 의령농고 다니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이렇게 졸업한 나의 모교 ‘의령고등학교’가 우수고교로 선정되어 명문고교로 발돋움하게 되었다는데 어찌 기쁘지 않으리라. 3년간 국가에서 14억원이나 되는 큰 예산을 지원하여 주니 행운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우수고교에 선정되는데 애쓰신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돈이란 같은 액수라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큰 차이가 나고 또 기회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요사이 서울의 유수 대학병원에서 여러 가지 건강 체크를 받으면서 병원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나는 왜 이 병원을 선택했을까? 하고 생각해 본 적이 많다.
학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왜 학생들이 우리 의령고등학교를 선택할까? 그 선택기준이 뭘까? 이제 학교도 학생을 단지 배우는 사람으로 처우하지 말고 고객이라고 생각하고 고객으로 대우해야 할 것이다. 고객은 숫자도 중요하지만 돈 되는 고객, 즉 도움이 되는 고객이 더욱 중요하다. 다시 말하면 우수한 학생이 우리 의령고등학교를 많이 지원해야 한다. 우수한 학생이 지원학교를 선택하는 동기와 기준을 분석하여 그것을 강화 발전 시켜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종합병원의 의사는 매출로 경쟁하고, 대학교수는 학생들의 취업알선으로 경쟁한다. 이처럼 모교 의령고등학교에서도 ‘우수고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학생의 경쟁 시스템, 교사의 경쟁체제 도입을 적극 고려해 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지난 16일 서울 중곡동에서는 어머니로부터 “취업 준비 안 하냐”며 꾸지람을 들은 23세 여성이 목을 매 자살했다. 그 이틀 전에는 명문대를 졸업했다는 25세의 여성이 취업도 안 되고 약대 편입시험에도 실패했다고 역삼동의 한 호텔에서 음독자살했다. 대치동 오피스텔에서는 월세를 내지 못한 30세 남자가 창틀에 목을 매 자살했다. 한 리크루팅(취업 알선) 기업의 조사에 따르면 오늘날 20대 구직자의 47%가 “취업 스트레스로 자살 충동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07/07/21 조선일보). 이게 오늘날 국가 사회적으로 큰 문제이다. 대학을 졸업 후에 취업 스트레스를 받는 자녀가 있는 집안은 고3 입시생의 스트레스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장학금, 학교 인프라 구축 등이 학교지원의 전부인양 생각하는데 이제는 취업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과제이다. 아니 최우선 지원방안이다. 지역사회 전체와 동문회가 앞장서서 의령고등학교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면 더 좋고 그렇지 않더라도 취업알선을 해야 할 것이다. 취업률이 우수하다는 소문이 나면 우수한 학생 소위 ‘돈 되는 고객’이 경향각지에서 저절로 찾아 올 것이다. 이것이 명문고가 되는 지름길이다.
마지막으로 동문회의 활성화이다. 대개의 중․고등학교 동문회 하면 고등학교 위주로 운영되는데 우리 의령은 거꾸로 이다. 우수고교 선정이 동문회가 활성화 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동문 5천여명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여 자료를 계속 보완하고 있다.
강구열
(주)ESP 대표이사(재경 가례면 향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