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예나 지금이나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말없이 지는 자연의 섭리를 가르쳐 주며, 또 인간의 정서를 북돋우고, 음양의 기(氣)를 살려 각종 질병을 치유하는데 도움을 준다하니, 꽃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나도 무척 꽃을 좋아했다.
일본에서 출생해 광복을 맞아 현해탄(玄海灘)을 건너 귀국, 부모님의 연고지인 마산에 정착해 초등학교에 입학, 서투른 우리나라 말로 부른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도 봉숭화도 한창 입니다/ 아빠가 매어 놓은 새끼줄 따라/ 나팔꽃도 어울리게 피었습니다’라는 이 동요는 아기자기한 꽃밭이 눈앞에 선연히 보이는 듯한 가사의 정다운 노래이다.
요즘 도시에는 이 노래를 아는 어린이가 드물고 또 학교에서도 가르치지 않는 것 같은데 대개 아파트라는 건물이 빼곡히 자리 잡은 조밀한 주거공간에 꽃밭을 만들 정원이 없기에 당연하다 하겠다.
그러나 일부 부유층에서는 무슨 웰빙 또는 이동식 실내정원을 꾸미어 계절과 상관없이 화초를 길러 즐긴다 하나 서민층(民草)으로는 ‘그림의 떡’이라 할까. 꿈같은 이야기로 들릴 뿐이다.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봄이 오면 동무들과 창원 토동골 뒷산 기슭에 황금빛 개나리. 진달래꽃을 비롯해 해군 군항지 진해에 화사한 벚꽃 구경을 다닌 꿈 많았던 소녀시절이 엊그제 같것만.
덧없는 세월이 남기고 간 골 패인 주름살에 서릿발 내려앉은 은빛 머리카락 사이로 생(生)의 굽이굽이의 추억들이 새로워, 가는 세월을 꼭 잡으면서 찾아오는 백발을 막을 수는 없을까. 상념에 잠겨 보기도 한다.
삼라만상이 약동하는 정해년 신춘을 맞아 봄의 전령사란 진달래 개나리꽃을 위시해 벚꽃 유채꽃 동백꽃 산수유 등 ‘꽃 축제’가 우리강산 방방곡곡에서 한창인 즈음에, 우리나라 최초로 ‘아시아·태평양 난전시회’를 이곳 고양 킨텍스(KINTEX)에서 개최, 화려한 서양란에서부터 우리네 ‘전통적인 미’를 섬세하게 표현한 풍란(風蘭)에 이르기까지 수천 종에 수십만 송이의 다양한 난꽃 속에, 상상을 초월한 고가품(高價品)의 ‘춘란’을 위시해 ‘향이 좋은 카틀레야’, ‘호접란’ 등등이 저마다 제 모양을 과시하고 제 빛깔을 자랑하고 제 향기를 품으며 관람인에게 즐거움을 안겨주는 전시장을 돌아보면서, 나름의 꽃의 시정(詩情)이 떠올라 ‘백합꽃과’에 해살이풀로 ‘초롱꽃 영란의 별명을 지닌 오묘한 은방울꽃에 옛 추억’을 더듬어 본다.
<은방울 꽃>
오월에 싱그러운 바람이 불면
높은 산등성이에 군락(群落)을 이루고
아름다운 향기 토해내는 꽃
영롱한 아침이슬처럼
휘어진 꽃대에 조롱조롱 매어 달려
수줍은 듯 잎 새 뒤에 숨어 웃고 있네
너의 꽃말은 순애(純愛)
그리고
골짜기의 백합
이봄에도
사랑하는 이에게
애틋한 순정을 전해 주렴!!
일산노인종합복지관
탁구동아리 챔피언
주말자(지정.향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