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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독서의 계절…


편집부 기자 / 입력 : 2006년 11월 14일

  지난 11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한 제20회 책의 날에 즈음하여 국민 독서 운동에 앞장선 선행인들의 표창 행사를 보면서!!


  가을은 풍성한 수확의 계절이다. 높고 푸른 하늘아래 오곡백과(五穀百果)가 무르익어가는 황금빛 벌판을 보노라면 먹지 않아도 배가 절로 불러오는 듯하다. 봄에 농부들이 들녘을 갈고 씨를 뿌려 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눈코 뜰 새 없이 애써 가꾼 땀의 소산(所産)이라 하겠다. 그래서 농부들뿐만 아니라 보는 이의 마음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


  또 가을은 천자만홍(千紫萬紅)으로 물든 단풍에 정취를 만끽하며 산을 오르거나, 연인 또는 가까운 친구들과 추억어린 해변이나, 쏟아지는 햇빛 속에 만발한 코스모스 동산으로 산책도 좋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배낭을 메고 어딘가를 훌쩍 떠나는 여행도 좋을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인간이 인간이어야 하는 것은 인간의 지성적(知性的)인 요건을 갖출 때 인간의 의미가 부여되는 것이다.


  독일의 철학자 피히테는 인식론(認識論)은 자신을 분별하려는 철학이고 존재론(存在論)은 자신이 이러하다고 주장하는 철학이라고 했다. 그러기에 독서는 지식을 기반으로 펼쳐내는 인식과 존재의 실현의 지름길이라 하겠다. 따라서 인식과 존재의 틀에서 성찰하는 깊은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인간을 가꾸는 일, 그것은 여름에 추수를 위한 준비를 하듯 또는 조각가가 꿈꾸는 이상의 작품을 조각하듯 인간은 인간이어야 하는 의미를 다듬는 길이다. 독서는 인간을 다듬는 정신적인 양식은 물론 완성한 사람을 만들기에 인간에게 주어진 무한한 과제이다.


  따라서 인간을 다듬는 일은 끝이 없다. 인생의 머나 먼 여정에 만약 책이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삶의 방향을 찾을 수가 없었을 것이다. 책이 없는 세상, 그곳은 원점(原點)이다. 인류사(人類史)는 한 권의 책을 위한 장정(長程)이었다.


  문학(文學)이 문명(文明)의 스승이듯 책은 스승이 지닌 지식 그 요람(要覽)인 것이다. 오늘날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양서(良書) 여부를 떠나 좋은 현상이다.


  책을 읽는 지성인들에게서 언제나 근면과 성실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들에게는 요행이나 한탕주의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여러 선진국을 여행하다보면 공원이나 열차 등 대중교통 속에서 책을 읽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독일, 영국, 일본인들은 오랜 관습이 그렇게 그들을 체질화시켰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학생이나 직장인이나 가릴 것 없이 무슨 시험 준비 외는 대중교통이나 공원 등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드무니 안타까울 뿐이다.


  우리 사회 풍조가 한 번 가면 최소한 2만~3만원 소비되는 노래방 출입은 한달이 멀다지만 기껏 7천~8천원인 책 한 권 구독(購讀)에는 인색치 않은가? 자성(自省)의 기회를 가질 때다.


  누가 말했던가. 선인들은 가을을 두고 등하가친(燈下可親)의 계절이라 했다.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란 뜻이다. 이 멋진 계절에 책에 숨어있는 무궁무진한 지식을 찾는 것이 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책 속에는 앙모(仰慕)하는 위인(偉人)과 말 없는 스승이 있고 정신적인 동지(同志)가 있기에 자기 성찰을 위한 지성의 보고(寶庫)이다.


  책과 인생은 지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모든 곡식이 여무는 이 계절에 지성도 함께 여무는 것을 생각할 때이다. 인생의 결실을 수확하는 것은 지식과 지성을 쌓는 길이기에 이보다 더 나은 수확은 없을 것이다.


  가을은 책을 읽고 인생을 사색하며 결실을 맺는 뜸직한 계절이기에 교양과 인격이 아우르는 지식을 찾아 한 권의 책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 선현들의 독서훈(讀書訓)에 독서불천(讀書不賤) 또는 독서불망(讀書不忘)이라 했다. 주자의 독서삼도(讀書三到)라든지 신라의 고승 혜초의 '인도기행기'라 할 수 있는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 만 권의 책을 독파하고 만 리의 파도를 헤쳤다(讀萬卷書 破萬里波)던가?


  조선조 후기 정조임금과 만세불출(萬世不出)의 실학사상가(實學思想家) 다산 정약용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독서생활 또는 안중근 의사의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아난다(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던가, 일본 막부시대(幕府時代)에 어느 사형수가 사형 집행일이 임박한데 감방(監房)에서 독서에 열중 했다는 일화 등이 시사(示唆)하는 바 적지 않다.


"보감(寶鑑)에 근검(勤儉)은 치가지본(治家之本)이요 독서(讀書)는 기가지본(起家之本)이라 했다."풀이해 보면 부지런하고 절약하며 낭비하지 아니하는 것은 가정을 잘 다스리는 근본이요 글을 읽는 것은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라고 한 계훈(誡訓)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자.


어느 누가 당신은 이 결실의 계절, 가을에 무엇을 했느냐 물어 온다면 밤을 새워가며 책을 읽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수확의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일산 우거에서)


이종민(재부의령군향우회 고문․재단법인 사하양지장학회 수석감사)

편집부 기자 / 입력 : 2006년 11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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