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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한 축제의 날을 맞이하고 보내며 살고 있으리라.
편집부 기자 / 입력 : 2006년 06월 28일

 장인숙



  살아가면서 우리는 무수한 축제의 날을 맞이하고 보내며 살고 있으리라.


  축제의 유형에도 여러 가지가 있듯이 축제의 느낌 또한 천태양상일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5개월이 짧기만 하다.


  5월 31일 지방선거를 위해 전력투구한 그날이 말이다.


  차가운 공기가 채 가시기도 전에 나는 푸른 깃발을 들어야만 했다.


  팔 남매의 맏이로서 부모님께 효도 한번 하자는 차원에서 시작된 선거 출마의 이유가 동생인 나를 힘들게 했다.


  자고나면 사람을 만나러 다녀야 했고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받아주어야 하는 일 또한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것이었으니 힘들 때면 밤늦게까지 시를 쓰고 시를 읽고 오로지 시에게 매달려야만 했다.


  산으로 들로 골목으로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 사람의 목소리를 따라 뛰고 뛰었다.


  면소재지가 그렇게 많은 동네를 이루고 있는지도 처음 알았고 하우스에서 일하는 분을 돕기 위해 양상추를 박스에 담는 일도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도 알았다.


  담으면 미끄러지고 담으면 이빨이 맞지 않아 괜히 미안한 마음에 주인이 넣었던 박스만 한참을 나르다 온 적도 있다. 세상일이란 다 제 몫이 있는 법인 걸 모르고 나도 하면 되겠지 안일한 생각들로 그 밤도 지새워야 했다.


  꽃 피는 삼월이 오고 골목에서 골목으로 사람과의 따뜻한 손길은 길게도 이어졌다.


  찬 물 한바가지, 허기진 배를 위해 맛있게 비벼주던 할머니의 비빔밥, 커피 한잔이 타인을 행복하게 한다는 걸, 사람 속에서 살며 배우는 지혜인 것을 왜 몰랐을까.


  사람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이유가 충분히 있었음을 배워간 시기도 삼월과 사월의 중간지점에서이다.


  준 것도 없이 매일 눈만 뜨면 달라고 하니 유권자의 손길도 무거워가는 것을 느끼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마음먹으며 더욱 발걸음에 속도를 조였다.


  사실 나는 아직도 정치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


  내 형제를 위해 호소하고 깨끗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이 이것이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다.


  선거 운동을 하면서 도시락을 싸 다녔다.


  어느 마을 정자 아래에서 오월의 하늬바람을 맞으며 먹는 주먹밥은 이 세상의 어느 황제의 정찬이 부럽지 않았다. 오이 한쪽도 나눠 먹으며 다닌 5개월도 끝이 나고 심판의 그날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5월31일 첫 새벽부터 투표소로 향하는 사람들을 태워 나르기 시작했다. 아침밥도 거른 채 한나절을 보내고 빵 한 조각으로 허기를 때우며 저녁 6시를 맞았다.


  느긋이 모든 것을 정리하고 목욕탕으로 향했다.


  허리까지 물을 채우고 앉아 5개월의 긴 피로를 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다음 날 태양은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우린 현수막을 걷기 시작했다. 참패했다.


  그러나 쓸쓸하지도 서글프지도 않았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후보자는 열심히 벽돌을 나르고 선거 참모였던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며 유월을 보내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우리를 많이 위로해 준다.


  정말 고마운 일이기도 하지만 난 위로를 너무 많이 받으면 배 부를까봐 일부러 사람들을 만나지 않는다.


  보이는 결과도 좋았으면 더 기분 나는 일이었겠지만 그 과정이 더 아름답고 소중했다면 그리 별일도 아닐 것이다. 가족의 축제를 만들어낸 이번 지방 선거를 통해 선거도 하나의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고 또 만들어 냈으니 다음 누구도 이 아름다운 축제에 깨끗한 마음과 몸으로 동참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약력 : 시인


66년 의령군 봉수면 천락리 출생


시집 '그대가 보내준 바다'


현 참글 속독학원 원장


편집부 기자 / 입력 : 2006년 0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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